패싱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9
넬라 라슨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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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싱'이란 게 좀 묘하긴 해. 우린 그걸 비난하면서도 용납하잖아.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극도로 혐오하고 멀리하면서도, 눈감아주고." [76] 
 
이 책에서의 '패싱'은 흑백혼혈인이 흑인인 정체성을 숨기고 백인 행세하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패싱'은 다른 사람이 선호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는 정체성을 숨기고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개념이다.
 
아이린은 패싱이 불가능한 흑은 의사와 결혼했고, 흑인복지연맹에서 일하지만,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는 편의상 백인인척 소극적인 패싱을 한다. 
그와 반면 지나치게 매력적인 클레어는 철저한 패싱으로 자신의 인종을 숨기고, 극심한 인종차별주의자인 백인과 결혼해 살아간다.  
 
어느 날 드레이튼 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이린과 클레어. 이 만남으로 클레어는 외로움과 흑인 문화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이린의 생활에 끼어들게 되고, 아이린의 안전한 삶을 흔들리게 되는데...
 
짧지만 묵직한 소설. 생각할 주제들이 인종차별부터 시작해 여러 주제를 생각하게 한다.
아이린과 클레어. 두 여자의 극단적인 모습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패싱'할 생각을 안 해봤냐는 클레어의 질문에 "내가 뭣 때문에?" 라는 경멸하는 듯한 목소리와 태도의 아이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둘의 드레이튼 호텔(백인전용)에서의 만남부터가 '패싱'의 일부였다. 인종차별주의자인 백인, 클레어의 남편에게 흑인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앞에서 듣고도, 클레어를 안전을 위한다는 핑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점차 아이린의 의심과 두려움이 쌓여가는 심리묘사가 긴장감 넘치면서도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책을 덮은 순간에도 마지막 클레어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고, 많은 해석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얇지만 마냥 쉬운 소설은 아니였다. 
우리도 일상 속에서 '패싱'을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슬픔은 흔적을 남긴다. 사랑, 그 예리한 고뇌의 감정조차도 얼굴에 희미한 흔적을 남기는 법이었다. [100]
 
벽난로 불빛이 아늑한, 조용한 거실에 홀로 앉아 아이린 레드필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흑인으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하고 바랐다. 인종의 부담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처음으로 부담스럽고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조용히 부르짖었다. 인종 때문에 겪는 고통이 아니더라도 여자로서, 한 개인으로서, 스스로의 일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고통을 겪고 있지 않느냐고. 너무도 비인간적이고 부당했다.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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