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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예언이 불러일으킨 파멸적 비극"
<어부들>은 1990년대 나이지리아 서부 아쿠레에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전근으로 집을 비운 사이, 4명의 형제는 출입이 금지된 강으로 낚시를 하러 다닌다. 그 강에서 마을의 광인 아불루의 저주같은 예언을 듣게된다.
"이케나, 너는 붉은 강에서 헤엄칠 것이나 다시는 그 강물에서 떠오르지 못할 것이다. 너는 어부의 손에 죽을 것이다."
이 예언으로 가족은 점차 분열되고 비극적 운명에 휘말리게 되는데...
걱정과 기대로 시작했는데, 예언으로 파멸하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이 흥미진진하게 읽혔다.
제일 눈에 띄는 점은 챕터 제목들이다. 각 챕터의 첫 문장에 들어간 이 단어들은 해당 인물에 대해 잘 표현하는 동시에 이 책의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요루바어, 이보어 등 다양한 언어를 사용해 아프리카 문학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요루바어, 이보어는 발음 그대로 적혀있는데, 묘한 주술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이 소설의 분위기에 더 힘을 실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광기어린 아불루의 예언 한 마디로 한 명 한 명 무너져가는데, 왜 아불루의 예언을 믿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아불루가 저질렀던 행동들과 지나온 예언이 계속 맞아 떨어지고, 그 지역의 풍습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나도 아불루의 예언이 맞을까 조마조마하면서 읽게 되는걸 보니, 의심으로 시작해 두려움, 나아가 공포심을 잘 그려낸 것 같다.
앞서 작가님의 메세지에 "제게는 이 작품이 형제 간의 보편적 연대와 가족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라고 적혀있는데, 충분히 이 주제를 느낄 수 있었다.
1990년대의 나이지리아의 정치, 문화, 언어, 교육 등 당시 혼란스러운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읽은 <스페인 여자의 딸>의 베네수엘라,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영혼의 집>의 칠레의 모습 등 이렇게 책을 통해 다른 나라의 모습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흥미위주의 독서와 내가 선택한 책들만 읽었다면, 이번 은행나무 서포터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덕분에 나의 첫 아프리카 문학을 인상깊은 소설로 만날수 있었고, 좀 더 폭넓은 독서경험의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앞으로 남은 3개월 동안 무슨 책이 올지 더욱 기대가 된다.
우리 인생과 세상이 바뀌어버린 것은 강으로 이런 여행을 떠나던 어느 순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시간이 중요해진 것은 바로 이곳, 우리가 어부가 된 그 강에서였다. [24]
잘 들어라. 내가 너희들에게 늘 가르쳐왔던 대로, 모든 나쁜 일에서는 뭔가 좋은 것을 퍼 올릴 수 있다. 그 가르침에 걸맞게, 나는 너희들에게 너희가 다른 종류의 어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해주려 한다. 오미알라 같은 더러운 늪의 물고기가 아니라 정신을 낚는 어부가 되거라. 성공하려고 단단히 작정한 사람 말이다. 이번 삶의 강과 바다와 대양에 두 손을 담그고 성공을 거두는 아이들이 되어라. [53]
예전에 나는 두려움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그 사람을 약화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형이 그랬다. 두려움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수많은 것 - 그의 평화, 행복, 인간관계, 건강, 심지어 신앙까지 강탈해 갔으니까. [138]
증오는 거머리다.
사람의 살갗에 달라붙는 것. 사람을 먹고 살며, 인간 영혼의 진액을 빨아내는 것. 증오는 사람을 바꾸어놓으며, 그들의 평화를 마지막 한방울까지 빨아 먹기 전에는 떠나지 않는다. 증오는 거머리가 그러듯 사람의 살갗에 달라붙어, 표피 아래로 점점 더 깊이 파고든다. 그래서 피부에서 그 기생충을 떼어놓는다는 것은 그 살점을 뜯어낸다는 뜻이 되며, 그것을 죽이는 일은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 된다. [266]
은행나무 서포터즈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