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즈 - 간바라 메구미의 첫 번째 모험 간바라 메구미 (노블마인) 1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수수께끼와 음모가 얽힌 이야기를 쓰는 온다 리쿠.

들어간 사람들이 사라져 버리는 전설의 장소.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모인 네 사람 사이의 긴장감과 비밀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미쓰루처럼

나 역시 그 미로의 비밀이 궁금해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쫓기듯 책장을 넘겼다.

 

전혀 가능하지 않은 듯 느껴지는 현상에 대해

그들이 펼쳐놓는 무한한 가능성들 -

그 상상력이 인간의 위대한 힘이며, 동시에 최고의 약점이리라.

 

누군가를 삼켜버려도 알 수 없는 곳.

하루하루 급변하는 곳.

그 미로는 우리 세계의 상징인 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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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특별한 악마 - PASSION
히메노 가오루코 지음, 양윤옥 옮김 / 아우름(Aurum)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첫장의 첫 문장부터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아니, 섹시 코드에 질려버린 여성들을 위한 소설이라더니,

처음부터 이 무슨 노골적인 대사들로 가득 찬 정사 장면이란 말인가?

거기다, "너는 어떤 남자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해.

진짜로 진짜로 아무 짝에도 못쓸, 몹쓸 여자야. "하고  독설을 퍼붓는 것은

더욱 충격적이게도 여주인공의 허벅지 사이 깊은 곳에 자리잡은 종기...

그것도 사람 얼굴 모양으로 잔인하고 냉혹한 눈빛을 쏘아대는 인면창이다.

 

수녀원에서 자라 거기서 몸에 밴 계율을 지키며 검소하고 조용하게 살아온,

그래서 이름도 없이, 아씨시의 성자 '프란체스코'로 불릴 만큼 정숙한 그녀를

완전히 여자로서 몹쓸 물건이라고 비웃는 인면창 '고가 씨'는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여성들 마음 깊이 자리잡은

'섹시함에 대한 강박 관념'일 것이다.

내가 청소년기를 보냈던 10여년 전만 해도

'섹시하다'는 말은 연예인들에게나 써먹는 말이었지,

평범한 사람들에겐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불쾌한 금지어였다.

말 그대로 '색기를 풍긴다. '라는 뜻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 단어 만한 칭찬도 없다. 

'섹시하다'라는 형용사는 이제 광기에 가까운 열풍의  '동사'가 되어

세상을 움직인다.

고가 씨의 말대로 '섹시하지 않은 여자는 인간 세상과는 인연이 없는 여자'로

취급당하는 것이다.

 

스치기만 해도 그 주변의 사람들의 성욕까지도 말소시키고 

멀쩡한 바이브레이션을 두 동강 내는 프란체스코의 '금욕적 초능력'은

읽는 내내 다음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를 하게 하고,

예상치도 못한 순간 그 능력이 발휘될 때마다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거기다 자신은 누릴 수 없는 행복한 연인들의 에로스적 사랑을 위해

자기 집의 방 한 칸을 내어주고, 그러며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는

더없이 순진하며 온화한 프란체스코를 보며

안타까움과 함께 어느새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그녀 안의 냉혹한 고가 씨 또한 엄청난 반전을 맞닥뜨리게 된다.

 

상상치도 못한 설정과 사건들,

그리고 상식을 뒤엎는 노골적이고도 순수(?)한 사랑과 에로스에 대한 대화들.

하지만, 그 안엔 현대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며 지켜가는 사람의 가치를 담은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소설'이라 하겠다.

새로운 소설을 발견하고픈 모험적 독서가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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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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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중그네' 에 이어 오랫만에 만난 닥터 이라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다섯 개의 옴니버스 속에 그려진 이라부와 화자들의 이야기를

킥킥거리며 읽었다.

그러며, 가슴 한 켠이 따끔따끔거렸다.

심각하다면 천체가 통째로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증세를 안고

어두침침하고 퀴퀴한 지하, 이름만으로도 왠지 꺼려지는  '신경과'를 찾아온

이 환자들에게 비춰보이는 내 모습 때문일까..

 

하루종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악의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

부당한 대우와 배신감에 대한 분노도 표출하지 못해 쌓이는 스트레스,

생활에서 오는 압박감 탓에 어떤 하나에 지나치게 자신을 얽매게 되는 의존증,

인간 관계가 곧 나의 존재 가치가 되어 버려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생활,

자신의 모든 행동의 결과에 불안함을 느끼는 강박증...

어쩌면 현대인들이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 심리적 불안요소들일 것이다.

 

이라부는 전혀 의사 같지가 얺다.

점잖게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담해 주기는커녕,

그들의 망상에 맞장구 치고 심지어 더 악화시키는 언행을 서슴치 않는가 하면

그들의 일상에 뛰어들어 함께 행동함으로써

그들에게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복잡한 인간 관계와 고정관념으로 숨이 막힐 듯한 현실 속에

이라부는 거침없는 세상을 열어 보인다.

 

홀로 남겨질까 두려워하는 우리의 근원적인 두려움이

모든 병의 원인일지도 모른다.

그래..

어떤가..

좀 별나면 어떻고, 아무에게도 인정받지도 이해받지도 못하면 어떤가..

그 인정와 이해를 받기 위해 자신을 꼭꼭 포장해야 한다면,

그 인정과 이해는 결코 그 단어에 걸맞는 것도 아닌 것을.

어린아이처럼 원하는 것을 원할 수 있고, 혼자 놀 수도 있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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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웨어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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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네버웨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뜻이겠지..

그 제목에 이끌리어 책을 뽑아들었다.

역시 닐 게이먼..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540페이지가 넘는 이 두꺼운 책을 24시간을 넘기지 않고 다 읽어버렸으니까..

이 책의 주인공처럼

단번에 현실세계를 떠나 지하세계로 굴러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생활을 내팽개친 채 정신없이 책 속에 빠져들었다.

닐 게이먼은 우리가 어렸을 때 한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환상을

손에 잡힐 듯 그 냄새까지 그려내는 이야기꾼이다.

 

평범하고 소심한 주인공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어쩔 수 없이

엄청난 모험을 시작하게 되고 용맹을 발휘하게 된다는 설정과,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을 이겨내려 머릿속으로 써 내려가는 일기들은

한치도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여행의 긴장감 속에서도

독자들의 입가에 한 줄기 웃음을 배어나오게 한다. 

고도 런던의 현실과 과거와 기묘한 형태로 겹쳐져 존재하는 지하 세계와

전설 속에서 튀어나온 듯 강렬하고 몽환적인 인물들은

그 기괴함에도 불구하고 묘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읽는 내내 영화로 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미 BBC에서 1996년에 방영되었다고 한다.

읽는 내내 그 이미지의 잔영이 매혹적이라 영화로 남겨 놓고 싶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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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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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우울의 여파가 가시질 않는다.

 

윤수와 은수가 겪은 삶이 너무나 아팠다.

화가 치밀 정도로.

 

그것이 너무 커서..

다른 것은 모르겠다.

 

영화는...

그 장면들을 다 보여준다면 아마도 보지 못할 것 같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하고 싶다.

진정 그를 안다면 미워할 사람 없음을 생각해 볼 수 있으실 것이다.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아무도,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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