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사바나 미래의 고전 8
명창순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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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쓴 동화라서일까......
정말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환타지도 스펙타클도 없지만, 진실성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흡인력을 품는다.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쯤이면 코끝이 시큰해지는 감동을 남기는 동화이다.

'소나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소남우.
어릴 때 떠난 엄마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고, 아빠와 신나게 놀았던 기억도 없이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외로운 소년.
'생각하는 소나무'라는 별명에 걸맞게 일상생활에서 말 대신 읊조리는 듯한 생각들이
놀랄 만큼 성숙하기에 더 안쓰럽다.
자연스럽게 나의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을 떠올려보게 된다.
'나도 이 때, 이런 생각들과 이런 마음들을 가졌던가?'하고......
다른 친구들은 당연히 받는 사랑 없이 살아온 시간으로 단단해지고 깊어진 남우는
동물원의 사바나 원숭이의 눈 속에서 그 마음을 본다.
그리운 것들과 억지로 떨어져 낯선 곳으로 홀로 끌려온 슬픔을......
그렇게 남우는 스스로 자신의 거울 같은 아기 원숭이의 친구가 된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아픔들을 털어놓고 나누며.

남우는 엄마를 다시 만나지만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되고
원숭이는 21일간 도망다니지만 결국 잡혀 다시 갇히지만
철창을 사이에 두고 둘은 말없이 꿈을 나눈다.

'이젠 괜찮아, 울지 말자 소나무'라고 되뇌이며 원숭이를 뒤로 하고 동물원을 내려가는 남우는
희망의 힘을 마음 속에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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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귀신나무 (문고판) - 개정판 네버엔딩스토리 11
오미경 지음, 원유미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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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젠 많이 늙었어. 가슴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려 바람이라도 불면 뼈 마디마디가 시리지.
그런데도 동네 개구쟁이 녀석들은 내 몸에 구멍이 생긴 뒤로 날 더 좋아했어....
이젠 동네에 신발을 빠뜨리며 놀아 줄 개구쟁이 녀석들도 없으니......"

자기 몸에 난 구멍에 신발을 빠뜨리며 놀던 개구쟁이들이 그리운 신발귀신나무.

우리는 혼자 살 수 없다.
혼자만의 삶은 의미가 없다.
늘 우리의 삶은 사람과 사람 사이, 또는 사람과 자연 사이에서 숨쉬고 성장한다.
끊임없이 우리를 엄습하는 슬픔과 고통을 우리는 다른 존재와 교감하면서 이겨낸다.

늙은 느티나무조차 아이들의 함성소리와 웃음소리에 시린 바람을 잊었을 것이다.
괴로움을 주는 큰 구멍 또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미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 속에 실린 동화들은
'우리'라는 이름이 얼마나 큰 힘을 지니는지,
손 한 번 내미는 순간, 나의 세계가 얼마나 확장되고 나의 마음이 얼마나 따스해지는지
조용히 깨우쳐준다.
또, 진정한 '우리'가 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도.

'돼지꼬리 일기장'에선 거짓 없는 솔직함을,
'경비 서장 아저씨'에서는 용기와 관심을,
'기름병 소동'에서는 이해와 관용을,
'신발귀신나무'에서는 편견 없이 열린 마음을,
'젓가락과 숟가락'에서는 믿음을......

우리 주변, 어느 삶의 한 켠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듯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새삼 우리의 세상이 얼마나 많은 편견과 이기심, 거짓으로 물들어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한다.
'착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하지 않는 부모가 많다.
세상이 무서운 곳이기에.

하지만, '착한 세상'은 그냥 오지 않는다.
착한 사람들이 부르지 않는 한. 

이제 불러보자.
바람 속에도 꿋꿋이 선 느티나무처럼...
햇살과 비만 있으면 그 생을 지속하는 그 나무처럼...
함께 기다리고, 소망하자.

따뜻한 '우리'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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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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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편의 간결하고도 짧은 동화들이지만, 그 여운은 묵직하다.

따스함이 배어있는 이야기들 속에 때로는 상처입고, 때로는 고집스럽고, 때로는 밉살스럽지만...
변함없이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눈망울들이 반짝이고 있다.

책 한 권 속에 어린 날을 다시 살고 나온 기분이 든다.

내게 날개를 달아주는 이야기들이다.

 

<겨드랑이 속 날개>

도시의 큰 학교에서 전교생이 스무 명도 안 되는 분교로 전학 온 첫날부터 모든 것이 '이상한' 욱삼이. 아이들이 겁내던 이마 위 흉터에 힘을 주고 무서운 표정을 지어도
"형, 이마에 애벌레가 구겨졌어."라는 한 마디에 흉터는 귀여운 애완동물이 되고......

속으로 '유치해, 유치해.'를 되뇌이면서도 어느새 열리고 만 마음.

"시는 이렇게 당연한 걸 노래하는데 우리 마음에 때가 너무 많이 묻어서 시시하게 보이고 이상하게 보이는 거야."

'시 같은 세상' -  있는 그대로 '시 자체인 세상' 속에 살면서도 우리는 보지 못한다. 알지 못한다.

그렇게 차갑고 비뚤어진 욱삼이도, 순수하고 따뜻한 선생님과 아이들을 통해 변화되어간다.
세상은 변한 것이 없는데, 욱삼이는 이제 다른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

읽으면서 어느새 동화 '눈의 여왕'이 생각났다.
심장에 거울조각이 박혀 모든 것을 미워하게 되었던 카이를 구해낸 것은 겔다의 눈물이었다.

우리의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 또한 어쩌면 그 뿐일지도 모르겠다.

 

<일곱 발, 열아홉 발>

완벽한 '중간'이 있을 수 있을까?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아니...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들 사이에 '중간'은 있을 수 없다.

그 마음들 때문에 세상에는 쓰레기 수거장이 늘어간다.

냄새 나는 쓰레기장이 싫어 서로 멀리 두려는 사람들 -  그들의 말에서, 행동에서, 마음에서 풍기는 악취는 더 지독하다. 아무리 달아나도 떨쳐낼 수 없다.

양보하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세상,

지지 않으려다 결국 점점 더 어리석은 욕심의 노예가 되는

정말 바보 같은 만물의 영장,  인간 세상의 모습이다.

 

<도서관 길고양이>

다미는 엄마와의 내기 때문에 하루종일 도서관에 갇혀 있어야 한다.

책 읽기 싫어하는 다미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엄마가 짜낸 책략이다.

다미는 마음대로 밖을 돌아다니는 길고양이에게 매료되고, 열린 창문 사이로 도서관에 들어온 악취의 주인이 길고양이일 거라고 확신한다.

길고양이를 만나고 싶어 밤늦게 도서관으로 달려가지만, 정작 만난 건 그 곳에서 책을 손전등으로 비춰 가면서 읽고 있는 노숙 아저씨다.

그리고, 다미는 아저씨가 떨어뜨린 책을 읽으며 그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엄마는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책을 좋아하게 된 다미.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도서관에서 다미가 만난 건 분명 '마법사'였던 것 같다.

앞으로 수많은 세계를 다미에게 열어줄 테니 말이다.

 

<대장이 되고 싶어>

종유의 심통이 너무나 이해가 간다. 대장만 하는 성민이 형, 하지만 형이니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혼자 탐험 놀이를 하면 재미가 없고 성민이 형이랑 하면 또 부하만 해야 하기에 고민하다, 결국 여동생 지유를 대원으로 삼고 보물 원정대의 대장이 되어 신이 난다.

하지만, 자꾸 공주로 변신하고 마는 지유에 속이 상한다. 거기다 그 자리에 나타난 성민이 형은 또 대장을 하겠다고 하고. 그런데, 너무도 당연하게 오빠가 대장이라고 하는 지유를 보고 종유는 놀란다.

놀이를 통해 드러나는 아이들의 심리와 관계, 그 짧은 시간 동안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빙긋이 미소짓게 된다. 더불어, 오빠 대장을 지키는 '샬랄라 얼음 공주' 지유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엘리베이터 괴물>

무서운 걸 어떻게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쉽게 이야기하는 것들 중엔 어른들 자신도 해내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쫓는 것은 혼자서는 어렵다.

영민이는 솔직하게 준호에게 두려움을 털어놓고 함께 마법의 주문을 만들어 엘리베이터 괴물을 쫓아낸다.

우리 마음 속의 괴물을 쫓는 마법은, 다른 이의 마음을 향해 마음을 여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다.

 

<슬픔을 대하는 자세>

아빠의 죽음으로 바스라져버린 행복...

슬픔을 가눌 수 없는 정민이는 천방지축 같은 동생 정우에게 화가 난다.

하지만, 엄마의 장사를 돕겠다고 가게 앞에서 종이 상자를 머리에 쓰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정우의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떨어지는 꽃잎을 맞으며 봄이 다가옴을 느끼는 정민이가 용기를 내길 간절히 빌어본다.

아무리 추울지라도 겨울은 간다는 것을, 그리고 봄이 온다는 것을 기억해내기를.

 

<하늘에 세수하고 싶어>

'미스 박 아줌마'가 '미스 박 엄마'가 되기까지의 나날들.

언니처럼 잘 따르던 아줌마지만, 정작 새엄마가 되자 미워하게 된 민주.

그 복잡한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다.

자기 편을 만들겠다고 데려온 고양이 백설이가 아줌마의 개돌이 젖을 물고 빠는 것을 보고 서러워 우는 민주......

백설이와 개돌이를 통해 자신을 보고 아줌마를 보며, 민주는 차츰 자신의 마음과 화해하게 된다.

현대의 많은 아이들이 겪게 되는 갈등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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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노래 푸른도서관 30
배봉기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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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하고 거대한 석상들로 유명한 곳.
무표정하고 단순한 형태의 석상들이 늘어서 있는 사진으로
어린 시절부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내 머릿속에 각인된 그 곳.
아무도 알 수 없는 그 머나먼 섬의 역사를 마치 논픽션처럼 풀어낸 소설.

'사람들 사이에 평화가 바닷물처럼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있는 것처럼 있었던' 한 섬이
어떻게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증오와 분노로 피폐해졌다가 다시 평화를 찾아갔는지...
그러나, 결국은 너무나 허망하게 멸망해버리는 이야기.

좀더 갖고자 하는, 지배자가 되고자 하는 탐욕은 인간에게서 평화를 빼앗고 피를 부른다.
당장은 승리자가 된 듯 환희에 차지만 결국 자신도 그 '탐욕'의 노예가 될 뿐.
그 역사를, 그 복수의 끊임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끊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렇게 사라져간 평화가, 역사가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 보면 가슴이 먹먹해온다.
그렇게 아름답게 살고 조화를 이루어내고,
그렇게 참혹하게 부수어버리고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같은 '인간'이라는 것에 깊은 연민과 증오를 함께 느끼게 한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노래'는 인간의 마음 어디에나 흐르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평화와 사랑에 대한 희망과 그리움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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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는 속상해 - 제8회 '우리나라 좋은 동시문학상' 수상작, 3학년 2학년 국어교과서 국어활동 3-2(가) 수록도서 시읽는 가족 9
한상순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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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부분에 실린 몇 편의 시를 읽고선 책을 요리조리 뒤집어 보았다.
'이거, 정말 어른이 쓴 시야?'하고..
너무나 '아이스럽다.'
아이들이랑 장시간의 인터뷰를 하고 그 소재를 시발점으로 표현한 거 아닌가 하고 의심이 갈 정도다.

동시가 이런 것이었던가?
마치 무엇이든지 무엇으로든 변신시키는 마법 상자 같다.

싹난 감자가 도깨비가 되고,
입 벌린 굴비들은 노래하다 잡혀온 것이 되고,
빨래집게는 배울 게 많은 믿음직한 친구가 되고,
오색딱따구리는 숲 속의 외과 의사가 된다.

세상 모든 것이 친구가 되고,
세상 모든 엄마가 내 엄마가 되고,
그렇게 사랑할 것들로 세상을 채워가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 속에서 본 풍경이다.
아마도 아이들의 마음이겠지...
인간 본연이 가지고 있는 따스하고 맑은 마음.


"왜 내 이름을 갖다 아무 데나 쓰는 거죠?"하고 뻥튀기는 속상해 한다.
그건 아름다움을 지닌 모든 것을 몰라주는 사람들에 대한 우주의 마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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