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하고 거대한 석상들로 유명한 곳. 무표정하고 단순한 형태의 석상들이 늘어서 있는 사진으로 어린 시절부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내 머릿속에 각인된 그 곳. 아무도 알 수 없는 그 머나먼 섬의 역사를 마치 논픽션처럼 풀어낸 소설. '사람들 사이에 평화가 바닷물처럼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있는 것처럼 있었던' 한 섬이 어떻게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증오와 분노로 피폐해졌다가 다시 평화를 찾아갔는지... 그러나, 결국은 너무나 허망하게 멸망해버리는 이야기. 좀더 갖고자 하는, 지배자가 되고자 하는 탐욕은 인간에게서 평화를 빼앗고 피를 부른다. 당장은 승리자가 된 듯 환희에 차지만 결국 자신도 그 '탐욕'의 노예가 될 뿐. 그 역사를, 그 복수의 끊임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끊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렇게 사라져간 평화가, 역사가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 보면 가슴이 먹먹해온다. 그렇게 아름답게 살고 조화를 이루어내고, 그렇게 참혹하게 부수어버리고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같은 '인간'이라는 것에 깊은 연민과 증오를 함께 느끼게 한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노래'는 인간의 마음 어디에나 흐르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평화와 사랑에 대한 희망과 그리움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