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믿음 쿠폰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4
신지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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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 가출소동>은 사실 아이러니한 제목이다.

왜냐?

주인공 기준이의 가출은 가족 누구도 모르는 채 지나가 버리니까.

바쁘신 부모님 대신 다섯 동생들을 돌보느라 지친 기준이.

서럽고 억울한 마음에 가출을 결심하지만,

자유를 만끽한 시간은 잠시....

온 식구의 백화점 양말을 사들고(그것도, 가출자금으로!) 긍의환향한다.

동생들 양말까지 사면서 자기 양말은 사지 않는 기준이.

돼지저금통까지 뜯어 비싼 양말 사왔다고 꿀밤 먹이는 엄마에게 가출할 거라고 또 심통을 부리지만

그 자리에서 돌아서는 순간 행복해하는 엄마의 마음을 기준이도 알리라.

'가족'이란 그런 거니까.

힘든 날들을 함께 하며 티격태격하는 기준이네 가족에게서 그리움과 부러움을 느낀다.
 

 

<그린맨의 찢어진 슈퍼타이즈>

'불편한 진실'이라는 개그 프로그램이 있다.

이 이야기는 태민이가 알게 된, 앙숙 준오의 -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의 이야기랄까?

아빠가 하는 세탁소에 지구 환경을 지키는 슈퍼영웅이 찾아왔고,

찢어진 슈퍼타이즈를 수선할 실이나 천을 만들기 위해 신문지와 빈 병이 필요하나고 했다는 준오의 이야기.

도대체 왜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는지 추적하다가

뜻밖의 진실과 생각지도 못했던 '진짜' 그린맨을 만나게 되는 태민이.

자기도 모르게 준오를 위해 거짓말을 하며 스스로에게 당황한다.

참 착한 두 녀석 때문에 그린맨을 만난 것보다 기쁜 마음이 드는 유쾌한 이야기이다.
 

 

<초원을 찾아서>의 성연이는 새엄마가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다.
한국 사람도 아니고, 한국말도 서툰 몽골에서 온 어용 아줌마.

오랫만에 행복하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다정한 아빠 때문에 새엄마에게 더 심술궂고 쌀쌀하게 구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치만, 어느새 촌스럽고 답답한 어용아줌마에게서 '가족'을 느끼게 되는 성연이.

마음을 연다는 건, 이렇게도 대단한 일이다.

또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족이 기다려주는 집'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안믿음 쿠폰>의 주인공은 믿음이다. 성은 최, 최믿음이다. 그렇지만, 어느새 안믿음으로 불리고 만다.

요즘 아이들은 배려심이 없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배려심은 사실 다른 게 아니다.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도 헤아리는 것.

나 편하고 좋은 것만 하려 하고, 상대에게 보답해야 할 부분들은 '쿠폰'이란 이름으로 미루는 믿음이의 모습은

요즘 어른들에게서 그대로 배운 것 아닐까 싶어 내가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후회하고 '괜찮아, 아직 안 늦었어.갚으면 돼.'하고 마음을 고쳐먹는 믿음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만큼 값진 것은 없을 것이다.
 

 

<우주최강 문제아>의 준우는 정말 단순하고도 확실하게 엄마의 편견을 일깨워 준다.

아빠 없는 아이라고 윤재랑 놀지 못하게 한 엄마에게 윤재랑 윤재 엄마 마음을 알라고

스스로 반에서 제일 가는 문제아가 되어 짝 엄마에게서 같이 놀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얻어낸 것.

그야말로, 확실한 '역지사지'로 엄마를 꼼짝 못하게 한 준우.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서 스스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 준우.

이제 더 이상 우주 최강 문제아가 되지 않아도 된다면서 좋아하는 준우, 얼마나 그 노릇이 힘들었을지를 생각하면

이 녀석의 강단과 끈기(?)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춤추는 거짓말> 속 민채는 '솔직한 안경'을 쓰게 되면서 상대방의 거짓말을 다 보게 된다.
그것이 자신이 뭐든지 시큰둥하고 재미없어 하는 자신을 반 아이들 거의 다가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 자신이 실망스러워져 남들의 진실을 보는 것이 싫어진 민채에게 손을 내밀어 중 진홍이의 진심을 안 민채는
기쁨을 느끼게 되고 '내가 먼저 진심을 보이면 친구도 하나 둘 생기겠지.'하는 희망을 품는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과는 전혀 다른 체계로 움직이는 '사회'라고 한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옛날 우리 때보다 더 빨리 거짓말과 처세술을 배우고 편을 가른다.
하지만, 사람의 진심은 결국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아껴주는 마음을 나누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요즘 형제도 많지 않고 마음 나눌 친구들을 사귈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앎 아닐까 싶다.

<담벼락에 그린 마음> 속 연우는 집 나간 엄말 꼭 닮은 아줌마가 보고 싶어, 아줌마의 담벼락에 매일 새벽 낙서를 한다.
엄마와의 즐거운 추억들을 담벼락 가득 채워넣는 연우, 낙서를 지우는 아줌마를 훔쳐보며 엄마 생각을 하는 연우에게서
상처받아, 누군가에게 용기내어 말조차 하지 못하는 마음을 본다.
그러나, 낙서를 아침마다 힘들여 지우며 뭔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느끼는 아줌마는 화를 내는 대신에 연우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며, 자신의 삶 속에 연우를 초대한다.
그리고 슬픔과 상실감으로 가득 찼던 연우에게 희망과 기쁨을 열어준다.
아마, 이 날 연우는 돼지 꼬리를 최소 아홉 번은 감지 않았을까 싶다.


일곱 편의 이야기들 속엔 순수하고 올곧은 아이들의 예쁜 마음들이 담겨져 있다.

고집부리고 이기적이고 멋대로 구는 것 같지만

조그만 두드림에도 아이들의 마음은 열리고,

미워하던 사람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순간부터 그 몇 배의 애정을 쏟고,

잘못을 깨달으면 바로 돌아서며,

자신을 향한 사랑에 거리낌없이 기뻐한다.

 

조금이라도 닮아오고 싶은 마음들...

이 아름다운 비밀들을 살포시 들여다보며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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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6
강숙인 지음, 정수영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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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가 있다.

인간이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아무런 희망도 없이 지루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바로 다음 순간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에 사람은 행복을 기대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거라고 설명에

고개 끄덕였던 오래 전과, 지금 나의 생각은 같다.

 

그런데 여기 '스스로가 시간'인 4차원의 세계 눈나라가 있다.

이 곳 눈나라의 사람들은 우리 3차원 사람들과 다르다.

지구가 꾼 꿈이 이루어진 세상인 이 곳의 사람들 또한 꿈처럼 맑은 정신을 지녀, 질서 있고 아름다운 삶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 곳의 왕자 눈새는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지구의 이야기에 사로잡힌다.

특히, 이 세계에선 사전에나 존재하는 단어 '꿈'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지구로 갈 결심을 하게 된다.

심장이 눈으로 만들어졌기에 돌아오기 위해서는 울지 말라는 할머니의 당부를 단단히 가슴에 새기고

눈나라와 지구의 시공간이 일치하는 순간, 지구로 온 눈새.

 

꿈으로 만들어진 소년 눈새를 만나는 사람들은 그들 마음 속에 잠들어 있던 꿈을 떠올리게 된다.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았던 할머니에겐 아름답고 즐거운 일로 가득찬 세상의 꿈을 돌려주며,

재산에만 마음을 쓰느라 꿈꾸는 일을 잊어왔던 부자 할아버지에겐 꿈 자체가 되어주고,

가난하고 병약해 꿈꿀 용기조차 내지 못하던 경호에게 꿈꿀 수 있는 힘을 준다.

나쁜 길로 들어서버린 아이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고아원 선생님에게 좋은 보모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찾아준다.

 

그렇게 380일을 보내는 동안 모두가 '꿈'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눈새는 알지 못한다.

그저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꿈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그 어떤 것인 모양'이라고 느낄 뿐.

3차원의 세계는 그에게 슬픔만을 준다. 

그리고, 수도 없이 터져나올 것 같은 눈물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눈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그 기회를 놓치고 절망 속에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너무도 생생한 눈나라가 그립고 갈 수 없는 세계가 되어버린 것을 깨닫고선 비로소 '꿈'이 무엇인지 알게 된 눈새.

 

눈나라 아이 눈새가 지구 아이가 되는 이야기.

'꿈이었던 아이'가 '꿈을 꾸는 아이'가 되는 이야기.

눈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도록 슬프지만, 세상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기쁘다.

언젠가, 어디선가 눈새를 만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어서......

 

어쩌면, 눈새는 이 세상에 온 우리 아이들, 전부일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이야말로 우리의 '꿈'이었으니까.

꿈의 세계에서 우리에게 와, 꿈을 꾸고 우리를 꿈꾸게 하니까.

 

아이들은 하루하루 슬픔을 알아갈 것이다.

우리가 그래왔듯이.

하지만, 꿈의 세계보다 이 곳은 아름답다.

꿈이 이루어진 곳에는 없는 '꿈'이 여기에는 가득하니까.


아이에게서 예전 내가 꾸었던 꿈을 본다.
그 꿈이 이루어졌으며, 꿈꾸었던 것 이상의 새로운 꿈을 펼쳐나가고 있음을 본다.
심장을 녹일 듯한 슬픔들도 한 순간에 잊게 만드는 행복인 나의 아이.

꿈꾸는 것을 배우며 행복해지길... 행복이 되길...
우리 눈새들를 위해 꿈꿔 본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난 꿈을 꾸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꿈꿀 필요가 없는 낙원에서 살기보다는 괴롭고 슬프더라도 꿈꿀 수 있는 지구로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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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귀는 귀가 참 밝다 동심원 21
하청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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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귀가 솔깃해진다.

'바늘귀는 귀가 참 밝다'

말장난 같은 한 줄 문장에 호기심이 막 생겨

목차를 뒤져 이 시부터 찾아본다.

동시집을 이렇게 궁금해 하며 보긴 처음이다.

 

데구르르

윗옷에 단추가 떨어져 굴렀다

 

바늘귀가 얼른 듣고

엄마에게 알렸다

 

             <바늘귀는 참 밝다> 중에서

 

단추 떨어지는 소릴 듣는 바늘귀가 신통한 건지, 바늘귀 소리를 듣는 엄마가 더 신통한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

'아하~~ 이래서 엄마는 나도 모르게 떨어진 내 옷 단추를 그렇게나 빨리 눈치채고 달아주시는구나...

바늘귀가 알려주어서였어'하고 비밀을 알아낸 듯 신난 아이의 표정이 그려지는 건 왜일까?

 

오늘도 그 자리

눈을 부릅뜬 채

밤낮으로

장롱을 지키고 있다

 

붕어야

오늘 밤은 내가 지켜 줄게

잠을 좀 자.

 

                       <붕어자물통> 중에서

 

 

할머니 장롱 속에 뭐 그리 귀중한 보물들이 많이 들었는지

하 많은 밤들 잠 한 숨 못 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키는 붕어자물통을 안쓰러워 하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 예쁘다.

 

이렇게 사물 하나 하나의 말들은 듣는 시인의 마음,

그 귀는 어찌나 밝으신지

정말 세상 어느 구석 숨겨둔 반짝이는 마음들 숨소리도 다 찾아내실 것 같다.

 

"아이고, 손이 곱다."

 

"쭈글쭈글한 할머니 손이 고와요?"

 

내 말에 방에 있던 할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그래, 내게는 네 손보다

할머니 손이 훨씬 곱지. "

 

                                     <손이 곱다> 중에서

 

아이의 엉뚱한 말 한 마디가 찾아내는 할아버지의 마음.

정말 고운 것을 알아보는 지혜로운 눈과 귀.

시인들의 바로 그 것 아닐까 한다.

찬 바람 속을 달달 떨며 헤쳐와 들어서면 "참 곱다."하며 감싸주는 마음.

 

한 편 한 편, 따뜻한 마음을 받아 내 안에 채우면

내 귀도 밝아질까?

내 눈도 밝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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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창작동화 나는 1학년 1
이금이 외 지음, 마술연필 엮음, 임수진 외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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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엔 똘망똘망하고 틀림없이 개구쟁이 일 것 같은 남자아이가 자기보다 조금 작은 여자아이에게

"나는 일학년, 너는 빵학년!"하고 의기양양하게 말하고 있죠.

 

지금 우리 아이는 빵학년이예요.

그리고 1년 후면 무시무시한 '학년'의 세계로 입장, '1학년'이 되지요.

기껏해야 한 살 차이지만, 학교라는 제도에 속하게 되는 여덟 살은 오만가지 걱정거리의 온상이지 싶어요.

엄마는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세상이 1년 앞에 와 있습니다.

갈수록 흉흉해지는 '아이들의 사회'를 비추는 뉴스들을 보고 경악하며 시름은 깊어져 갈 뿐...

가능만 하다면 들쳐업고 도망이라도 갔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어요.

아마, 고 3을 앞둔 엄마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으리라 싶을 정도네요.

 

어떤 마음가짐을 심어주어야 할지 고민하며, 책장을 훑다 보면

앞으로 읽어주어야 할 책들도 달리 보여요.

지금껏 읽었던 예쁜 그림책들도 아이의 어린이집 졸업과 함께 우리 집 책장을 졸업시켜야 할 듯한 것이요.

이 때, 나에게 온 이 책...

우리 집 책장에 입학할 첫번째 친구를 만난 것 같아 반갑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처음 학교 갈 때 설레는 아이의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요.

 

'세상엔 날마다 새로운 일들이 자꾸자꾸 생겨나요.

여러분은 그 일들이 무척 궁금하고 얼른 알고 싶어지지요?'

<마술연필>이 쓴 머리글을 읽으며, 마음 속의 불안이 호기심과 기대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역시, '입학식'.

<입학식에 온 꽃샘바람> 이야기. 잘못을 저지른 벌로 꽃샘바람 노릇을 하게 된 아이바람이 백 년도 넘게 산 소나무 할아버지의 가르침 속에 '진짜 입학식'을 치르며 따뜻한 봄바람이 될 날을 기대하게 되지요.

"나무에 새순이 틀 때,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릴 때, 그리고 학교 입학식에 어김없이 꽃샘바람이 찾아오는 건, 꽃이나 나무나 아이들이나 모두 단단하게 잘 자라게 하려는 뜻인 게지."라는 할아버지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꽃샘바람이 벌을 받게 된 이유, 시험에 썼던 엉뚱한 답은 너무 엉뚱하면서도 '아이들 특유의 타당한' 이유가 있어 푹 웃게 되네요. 아마 아이들은 "왜 이게 틀려요? 맞는 것 같은데.."할지도 모르겠어요.

 

 

<거울공주 미단이>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비춰주는 이야기예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고 불안해 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깝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느끼게 되는 감정이죠.

자기가 정말 거울 공주병에 걸린 것 아닌가 걱정하면서도 거울을 벗어날 수 없는 미단이, 거울을 두고 온 날 아침 만난 친구 담이의 "거울 안 봐도 돼. 오늘이 가장 예뻐 보여."라는 한 마디 칭찬에 불안감을 벗어납니다.

 지금 내 모습 그대로 예쁘게 보아주고 받아들여주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스스로도 모든 이들의 진짜 아름다움을 보는 친구가 되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이 행복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동화예요.

 

 

<특별 초대>는 예전에 '상상력 천재 기찬이' 책에서 만났던 이야기라 더 반가웠어요. 그 때도 기찬이가 참 멋지다 했는데... 여전히 멋진 친구네요.

조금만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싶으면 포기하거나 실망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일을 이루어지게 하는 기찬이. 자신을 오해해 선생님께 같이 벌받은 지원이에게 용감하게 찾아가며 '이번 기회에 친해질 수도 있잖아.'라고 생각하는 기찬이. 자신이 받고 싶은 초대를 다른 친구에게 '특별 초대'로 돌려주는 기찬이에게서 진정한 '엄친아'의 모습을 보게 되네요.

겁내고 걱정하기보단 조금 용기를 내어 부딪히면 생각지도 못했던 성과를 얻게 되고, 특별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역시 '멋진' 이야기예요.

 

 

<버들치는 내 친구>는 열대어를 키우는 재용이에게 자랑하고 싶어 키우게 된 버들치에게서 진짜 '친구'란 어떤 것인지 느끼며 자연을 만나는 한울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행복해하는 버들치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음짓는 한울이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호랑이 형님>은  어릴 때 처음 알았을 땐 그저 재미있었던 이야기였는데, 어째 읽을 때마다 더 가슴이 찡해지는 것 같아요. 호랑이 앞에서도 겁내지 않고 꾀를 낸 나무꾼의 담력은 지금도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재치 속에 담아낸 이야기죠.

한편, 기억나지도 않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움으로 눈물 흘리고 목숨과 마음을 다한 호랑이를 보면서 함께 울게 됩니다.

 

 

<늙은 밤나무>는 겉모습만으로 너무도 쉽게 타인을 판단하고 비난하며 버리곤 하는 요즘 우리들을 타이르며 꾸짖는 이야기 같아요. 어른들이 그러니, 요즘은 네살배기 애들도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이 선생님은 예뻐요, 저 선생님은 못생겼어요."하며 그것이 호불호를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된다고 하네요. 초등학교에만 가도, 부모가 가진 차와 집을 기준으로 파를 나누고 말이죠.

잘 들여다 보면, 세상에 정말 따뜻한 온기를 주고 더 약한 사람들을 돕는 이들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봄가을 무성한 잎과 열매를 자랑하던 늠름한 나무들이 추운 겨울 짐승들이 들어갈 구멍 한 개 열어 놓지 않고 너무나 딴딴하게 서 있을 때, 온 몸 여기저기 난 구멍마다 따뜻하게 짐승들을 맞아들이는 늙은 밤나무처럼요.

맵고 사나운 눈보라 속에서 동물들은 꼭 품은 채

"내 비록 썩어 가는 몸뚱이나마 이들을 지키게 하소서. 나는 외롭지 않습니다."

하고 기도하는 그 모습이 진정한 아름다움이고 힘임을 깨닫고,

이런 나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우리 모두가 닮고 싶다 소망하게 되기를...

 

 

이제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길목에 서는 우리 '1학년' 아이들.

지금이 어떤 세상이든, 어떤 누구를 만나든,

그 안에서 스스로 굳세어지고 따뜻하게 성장하도록 '건강한 마음과 좋은 눈'을 지니게 해 준다면

마음속 가득한 근심을 접어두고,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건강한 마음의 양식인 이 책 한 권,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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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창작동화 나는 1학년 1
이금이 외 지음, 마술연필 엮음, 임수진 외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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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엔 똘망똘망하고 틀림없이 개구쟁이 일 것 같은 남자아이가 자기보다 조금 작은 여자아이에게

"나는 일학년, 너는 빵학년!"하고 의기양양하게 말하고 있죠.

 

지금 우리 아이는 빵학년이예요.

그리고 1년 후면 무시무시한 '학년'의 세계로 입장, '1학년'이 되지요.

기껏해야 한 살 차이지만, 학교라는 제도에 속하게 되는 여덟 살은 오만가지 걱정거리의 온상이지 싶어요.

엄마는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세상이 1년 앞에 와 있습니다.

갈수록 흉흉해지는 '아이들의 사회'를 비추는 뉴스들을 보고 경악하며 시름은 깊어져 갈 뿐...

가능만 하다면 들쳐업고 도망이라도 갔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어요.

아마, 고 3을 앞둔 엄마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으리라 싶을 정도네요.

 

어떤 마음가짐을 심어주어야 할지 고민하며, 책장을 훑다 보면

앞으로 읽어주어야 할 책들도 달리 보여요.

지금껏 읽었던 예쁜 그림책들도 아이의 어린이집 졸업과 함께 우리 집 책장을 졸업시켜야 할 듯한 것이요.

이 때, 나에게 온 이 책...

우리 집 책장에 입학할 첫번째 친구를 만난 것 같아 반갑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처음 학교 갈 때 설레는 아이의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요.

 

'세상엔 날마다 새로운 일들이 자꾸자꾸 생겨나요.

여러분은 그 일들이 무척 궁금하고 얼른 알고 싶어지지요?'

<마술연필>이 쓴 머리글을 읽으며, 마음 속의 불안이 호기심과 기대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역시, '입학식'.

<입학식에 온 꽃샘바람> 이야기. 잘못을 저지른 벌로 꽃샘바람 노릇을 하게 된 아이바람이 백 년도 넘게 산 소나무 할아버지의 가르침 속에 '진짜 입학식'을 치르며 따뜻한 봄바람이 될 날을 기대하게 되지요.

"나무에 새순이 틀 때,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릴 때, 그리고 학교 입학식에 어김없이 꽃샘바람이 찾아오는 건, 꽃이나 나무나 아이들이나 모두 단단하게 잘 자라게 하려는 뜻인 게지."라는 할아버지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꽃샘바람이 벌을 받게 된 이유, 시험에 썼던 엉뚱한 답은 너무 엉뚱하면서도 '아이들 특유의 타당한' 이유가 있어 푹 웃게 되네요. 아마 아이들은 "왜 이게 틀려요? 맞는 것 같은데.."할지도 모르겠어요.

 

 

<거울공주 미단이>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비춰주는 이야기예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고 불안해 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깝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느끼게 되는 감정이죠.

자기가 정말 거울 공주병에 걸린 것 아닌가 걱정하면서도 거울을 벗어날 수 없는 미단이, 거울을 두고 온 날 아침 만난 친구 담이의 "거울 안 봐도 돼. 오늘이 가장 예뻐 보여."라는 한 마디 칭찬에 불안감을 벗어납니다.

 지금 내 모습 그대로 예쁘게 보아주고 받아들여주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스스로도 모든 이들의 진짜 아름다움을 보는 친구가 되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이 행복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동화예요.

 

 

<특별 초대>는 예전에 '상상력 천재 기찬이' 책에서 만났던 이야기라 더 반가웠어요. 그 때도 기찬이가 참 멋지다 했는데... 여전히 멋진 친구네요.

조금만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싶으면 포기하거나 실망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일을 이루어지게 하는 기찬이. 자신을 오해해 선생님께 같이 벌받은 지원이에게 용감하게 찾아가며 '이번 기회에 친해질 수도 있잖아.'라고 생각하는 기찬이. 자신이 받고 싶은 초대를 다른 친구에게 '특별 초대'로 돌려주는 기찬이에게서 진정한 '엄친아'의 모습을 보게 되네요.

겁내고 걱정하기보단 조금 용기를 내어 부딪히면 생각지도 못했던 성과를 얻게 되고, 특별한 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역시 '멋진' 이야기예요.

 

 

<버들치는 내 친구>는 열대어를 키우는 재용이에게 자랑하고 싶어 키우게 된 버들치에게서 진짜 '친구'란 어떤 것인지 느끼며 자연을 만나는 한울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행복해하는 버들치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음짓는 한울이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호랑이 형님>은  어릴 때 처음 알았을 땐 그저 재미있었던 이야기였는데, 어째 읽을 때마다 더 가슴이 찡해지는 것 같아요. 호랑이 앞에서도 겁내지 않고 꾀를 낸 나무꾼의 담력은 지금도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재치 속에 담아낸 이야기죠.

한편, 기억나지도 않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움으로 눈물 흘리고 목숨과 마음을 다한 호랑이를 보면서 함께 울게 됩니다.

 

 

<늙은 밤나무>는 겉모습만으로 너무도 쉽게 타인을 판단하고 비난하며 버리곤 하는 요즘 우리들을 타이르며 꾸짖는 이야기 같아요. 어른들이 그러니, 요즘은 네살배기 애들도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이 선생님은 예뻐요, 저 선생님은 못생겼어요."하며 그것이 호불호를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된다고 하네요. 초등학교에만 가도, 부모가 가진 차와 집을 기준으로 파를 나누고 말이죠.

잘 들여다 보면, 세상에 정말 따뜻한 온기를 주고 더 약한 사람들을 돕는 이들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봄가을 무성한 잎과 열매를 자랑하던 늠름한 나무들이 추운 겨울 짐승들이 들어갈 구멍 한 개 열어 놓지 않고 너무나 딴딴하게 서 있을 때, 온 몸 여기저기 난 구멍마다 따뜻하게 짐승들을 맞아들이는 늙은 밤나무처럼요.

맵고 사나운 눈보라 속에서 동물들은 꼭 품은 채

"내 비록 썩어 가는 몸뚱이나마 이들을 지키게 하소서. 나는 외롭지 않습니다."

하고 기도하는 그 모습이 진정한 아름다움이고 힘임을 깨닫고,

이런 나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우리 모두가 닮고 싶다 소망하게 되기를...

 

 

이제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길목에 서는 우리 '1학년' 아이들.

지금이 어떤 세상이든, 어떤 누구를 만나든,

그 안에서 스스로 굳세어지고 따뜻하게 성장하도록 '건강한 마음과 좋은 눈'을 지니게 해 준다면

마음속 가득한 근심을 접어두고,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건강한 마음의 양식인 이 책 한 권,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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