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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웨어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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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네버웨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뜻이겠지..

그 제목에 이끌리어 책을 뽑아들었다.

역시 닐 게이먼..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540페이지가 넘는 이 두꺼운 책을 24시간을 넘기지 않고 다 읽어버렸으니까..

이 책의 주인공처럼

단번에 현실세계를 떠나 지하세계로 굴러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생활을 내팽개친 채 정신없이 책 속에 빠져들었다.

닐 게이먼은 우리가 어렸을 때 한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환상을

손에 잡힐 듯 그 냄새까지 그려내는 이야기꾼이다.

 

평범하고 소심한 주인공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어쩔 수 없이

엄청난 모험을 시작하게 되고 용맹을 발휘하게 된다는 설정과,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을 이겨내려 머릿속으로 써 내려가는 일기들은

한치도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여행의 긴장감 속에서도

독자들의 입가에 한 줄기 웃음을 배어나오게 한다. 

고도 런던의 현실과 과거와 기묘한 형태로 겹쳐져 존재하는 지하 세계와

전설 속에서 튀어나온 듯 강렬하고 몽환적인 인물들은

그 기괴함에도 불구하고 묘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읽는 내내 영화로 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미 BBC에서 1996년에 방영되었다고 한다.

읽는 내내 그 이미지의 잔영이 매혹적이라 영화로 남겨 놓고 싶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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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티볼리의 고백
앤드루 손 그리어 지음, 윤희기 옮김 / 시공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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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읽은 소설 중에

가장 흥미로우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치기어린 필체와 적당한 로맨스, 식상한 유행이 되어버린 반전..

처음엔 흥미롭다가 책장이 넘어갈수록 실망감만 더해가던 요즘 화제작 목록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조금의 불안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의 미래를 빨리 들여다보고픈 조급함으로 바뀌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라는 느닷없는 선언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누구나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인간'의 조건조차 갖지 못한 채 삶을 시작한

남자의 이야기.

사랑 때문에 불행하고도 행복한-그것만은 평범한- 이 남자의 고백록은

현재와 과거를 숨가쁘게 오가면서,

이 고백이 언제 어떤 상황으로 끝날지에 대한 불안감과

그의 뒤틀린 인생에 대한 안타까움 사이의 줄다리기 속에

독자를 한시도 편안히 놓아주지 않는다.

가질 수 없는 사랑을 평생 뒤쫓는 사람,

사랑에게도 자신의 본질을 보여줄 수 없는 사람,

그 사랑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 -

막스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 그저 우리 누구나와 똑같은 '사람'이다.

또한 ...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모습은 어려져가는 그를 마음속으로 그려보며

과연 우리의 내면은 

우리에게서 보이는 시간만큼 성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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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루 기담
아사다 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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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쏟으며 '칼에 지다'를 읽은 후 아사다 지로의 팬이 되어버린 나..

마음이 만드는 환상 속에 귀신마저도 인간적으로 그려내는 아사다 지로는

내겐 늘 하얀 수염이 수북한,

동화에 나오는 옛날 이야기 잘해 주는 다정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다.

 

갑자기 부는 찬 바람에 스산한 요즘..

오랫만에 아사다 지로의 책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바로 집어왔다.

 

'사고루 기담'

'사고루'는 모래로 쌓은 높은 누각을 뜻한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널리 이름을 떨친 사람들이

고급 빌딩의 꼭대기 층 공중정원에 모여

자신의 명예를 위해, 또한 하나뿐인 목숨을 위해,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절대로 발설할 수 없었던 귀중한 체험을 한 사람씩 이야기하는 모임의 이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들은 사람은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하는 규칙대로

다섯 사람의 기괴한 체험담이 펼쳐진다.

 

한 자루의 일본도를 만들기 위해 신을 불러오는 한맺힌 대장장이의 이야기

한 남자를 평생 쫓는 한 여자의 이야기

사무라이 영화 촬영장에 나타난 막부 시대 사무라이의 혼령 이야기

정원의 일부로 평생을 살아온 정원지기의 이야기

원하지도 뜻하지도 않은 우연으로 야쿠자 계의 전설이 된 사나이 이야기...

 

각각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온 다섯 사람의 이야기 속에는

그들의 삶이 녹아 있다.

'사고루'에 앉은 위인이라 한다면 위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엔

망설임과 두려움, 어리석음과 욕심이 함께 하기에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약하지만 아름다운 인간임을 생각하게 한다.

 

아사다 지로는 늘

독특한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인 '사람'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 같다.

세상의 어떤 생물보다도 기괴하지만,

그 어떤 인간의 기괴함도 속을 들여다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듯...

그는 무르고 위험한 '모래 누각'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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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지다 - 상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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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말았다.
눈물을 쏟고 말았다.

너무도 선한 주인공, 시대의 부조리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려 모든 것을 버린 그조차도 자신의 뼛속 깊이 박힌 '무사'로서의 정신에게만은 저항할 수 없었다.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그것이 사는 것인' 한 남자.
사랑을, 행복을 보고도- '자신의 길'을 지키는 남자.


얼마나 사람을 많이 베었는지 완전히 휘어지고 이가 빠진 칼을 들고, 반주검으로 친구의 성으로 찾아와 생명을 구걸하는 요시무라.
'주군'이라는 위치 때문에 최고의 명검을 주며 할복을 명하는 오노.
요시무라는 아들에게 피가 묻지 않은 명검을 물려주고자
다 닳아빠진 칼로 자신의 온 몸을 찔러 온 몸의 피를 다 쏟고 죽는다. 다음날 아침, 요시무라의 시신을 안고
자신의 입으로 밥을 씹어 이미 죽은 그의 입에 넣어주며 우는 오노.


자신의 번을 지키기 위해 친구의 목숨은 버려야 했던,
세상 모두가 이해못한 차가운 남자의 뜨거운 눈물과
그런 친구를 이해하고 후회없이 죽어간 따뜻한 남자.

한참은 코끝이 시큰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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