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6
강숙인 지음, 정수영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이런 얘기가 있다.

인간이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아무런 희망도 없이 지루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바로 다음 순간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에 사람은 행복을 기대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거라고 설명에

고개 끄덕였던 오래 전과, 지금 나의 생각은 같다.

 

그런데 여기 '스스로가 시간'인 4차원의 세계 눈나라가 있다.

이 곳 눈나라의 사람들은 우리 3차원 사람들과 다르다.

지구가 꾼 꿈이 이루어진 세상인 이 곳의 사람들 또한 꿈처럼 맑은 정신을 지녀, 질서 있고 아름다운 삶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 곳의 왕자 눈새는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지구의 이야기에 사로잡힌다.

특히, 이 세계에선 사전에나 존재하는 단어 '꿈'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지구로 갈 결심을 하게 된다.

심장이 눈으로 만들어졌기에 돌아오기 위해서는 울지 말라는 할머니의 당부를 단단히 가슴에 새기고

눈나라와 지구의 시공간이 일치하는 순간, 지구로 온 눈새.

 

꿈으로 만들어진 소년 눈새를 만나는 사람들은 그들 마음 속에 잠들어 있던 꿈을 떠올리게 된다.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았던 할머니에겐 아름답고 즐거운 일로 가득찬 세상의 꿈을 돌려주며,

재산에만 마음을 쓰느라 꿈꾸는 일을 잊어왔던 부자 할아버지에겐 꿈 자체가 되어주고,

가난하고 병약해 꿈꿀 용기조차 내지 못하던 경호에게 꿈꿀 수 있는 힘을 준다.

나쁜 길로 들어서버린 아이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고아원 선생님에게 좋은 보모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찾아준다.

 

그렇게 380일을 보내는 동안 모두가 '꿈'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눈새는 알지 못한다.

그저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꿈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그 어떤 것인 모양'이라고 느낄 뿐.

3차원의 세계는 그에게 슬픔만을 준다. 

그리고, 수도 없이 터져나올 것 같은 눈물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눈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그 기회를 놓치고 절망 속에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너무도 생생한 눈나라가 그립고 갈 수 없는 세계가 되어버린 것을 깨닫고선 비로소 '꿈'이 무엇인지 알게 된 눈새.

 

눈나라 아이 눈새가 지구 아이가 되는 이야기.

'꿈이었던 아이'가 '꿈을 꾸는 아이'가 되는 이야기.

눈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도록 슬프지만, 세상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기쁘다.

언젠가, 어디선가 눈새를 만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어서......

 

어쩌면, 눈새는 이 세상에 온 우리 아이들, 전부일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이야말로 우리의 '꿈'이었으니까.

꿈의 세계에서 우리에게 와, 꿈을 꾸고 우리를 꿈꾸게 하니까.

 

아이들은 하루하루 슬픔을 알아갈 것이다.

우리가 그래왔듯이.

하지만, 꿈의 세계보다 이 곳은 아름답다.

꿈이 이루어진 곳에는 없는 '꿈'이 여기에는 가득하니까.


아이에게서 예전 내가 꾸었던 꿈을 본다.
그 꿈이 이루어졌으며, 꿈꾸었던 것 이상의 새로운 꿈을 펼쳐나가고 있음을 본다.
심장을 녹일 듯한 슬픔들도 한 순간에 잊게 만드는 행복인 나의 아이.

꿈꾸는 것을 배우며 행복해지길... 행복이 되길...
우리 눈새들를 위해 꿈꿔 본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난 꿈을 꾸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꿈꿀 필요가 없는 낙원에서 살기보다는 괴롭고 슬프더라도 꿈꿀 수 있는 지구로 가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우개 따먹기 법칙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4학년 1학년 국어교과서 국어 4-1(가) 수록도서 작은도서관 33
유순희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 다닐 때, '도덕'이 세상에서 제일 쉬운 과목이라고 생각했었다.

'옳다'고 느껴지는 것이 늘 답이었으니까.

늘 '뭐, 이런 걸 물어봐?'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도덕과목 시험지...

대부분은 고민할 필요도 없던 문제들이었다.

 

그런데, 그 쉬운 답대로 살아간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로는 알고 있는 답을 몸은 따르지 못한다.

내가 힘들고 불편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이 쯤이야.'해 버린다.

 

지우개 대장 상보.

공무도 못하고 지저분하고 구리구리한 냄새를 풍기는 녀석이다.

초등학교 시절, 짝꿍이 될까봐 무서웠던 남자아이들이 떠오른다. 항상 콧물이 흐르고 머리는 까치집 같았던 남자아이들...

하지만, 지우개 따먹기에 있어서는 절대무적인 상보.

그도 그럴 것이, 상보에겐

이미 삼십여년 전 지우개 따먹기 대장이었던 아빠에게서 전수받은 지우개 따먹기 법칙들이 있다.

2대를 걸쳐 완성된 10개의 비책들을 통해 상보와, 상보의 짝꿍 홍미, 상보와는 모든 것이 상반되는 모범생 준혁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엔 납작한 지우개는 피하고, 가벼운 지우개를 사용하라는 충고로 시작하는 상보의 비책들은, 처음엔 단순히 '이기기 위한 노하우'들 같지만

뒤로 갈수록 '지우개 따먹기'를 진정으로 즐기기 위한 마음 자세들에 대한 충고들이 된다.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킬 것, 꼭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릴 것, 한 가지만 생각하지 말 것, 지우개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더라도 미리 겁먹지 말 것, 상대는 나의 친구임을 기억할 것......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지우개는 더이상 단순한 '지우개'가 아니게 된다.

상보의 지우개 상자 속, 제각각 다르게 생겼지만 모두 소중한 친구 같은 지우개들은 바로 아이들 하나하나의 인생이고, 그들 자체이다.

뭔가를 남보다 더 잘할 수도 있고, 선천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타고 났을 수도 있지만...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한, 즐거울 수 없다.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그리고, 아무리 덩치가 크고 힘이 세고 똑똑하더라도 꼭 이길 수는 없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으로 가는 것,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순간이 꼭 있기 때문이다.

 

상보에게 그 순간은 지우개의 왕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한 맘모스 지우개 쟁탈전 이후에 온다.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엄청난 크기의 맘모스 지우개.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을 것 같은 엄청나게 큰 지우개, 마음에 꼭 드는 지우개,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아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이 지우개를 따고 의기양양했던 것도 잠시,

항상 잘난 체 하던 준혁이가 고개를 숙이고 삼촌 것을 몰래 들고 나온 것이라며 돌려달라고 부탁하자

거절하고 돌아서지만 결국 마음을 돌이킨다.

너무나 갖고 싶은 것을 가진다 한들, 상대가 나의 친구라는 것을 잊는다면 '지우개 대장'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더럽혀지게 된다고 말하는 상보의 모습은 정말 멋지다.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이 이런 순간을 맞게 될까?

'옳다'고 알고 있는 '법칙'과 '갖고 싶다'는 '욕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간들.

나이 들수록 법칙보다는 욕심을 따르고,

거울을 들여다보기 두려워지는 시간들이 많아진다.

'나'라는 사람이 나 자신에게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마지막에 친구들과 '지우개 따먹기 법칙'을 나누는 상보를 보며 또 한번 배웠다.

세상의 어떤 법칙보다 앞서는 것,

그것은 '함께함'임을...

그것이 그 모든 '옳음'의 원천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기봉을 찾아라!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작은도서관 32
김선정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렇게 킬킬거리다 눈물이 왈칵 솟는다.

 

최기봉 선생님, 유보라 선생님, 두식이들과 공주리...

책 속의 인물들이 오래된 친구처럼 바로 친근해지는 것은

내가 지나왔던 학창시절,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모습이 그대로 겹쳐지기 때문이다.

 

'저 선생님은 애들을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선생님을 하실까?'

의문스러웠던...

가르치는 일에 열의가 있어 보이지도 않고, 그저 야단만 치고

심지어는 종 치는 시간을 애들보다 더 고대하시는 듯한

늘 굳은 표정의 연세많으신 선생님들...  

 

웃으면 참 다정하고 이쁘실 것 같은데

교실에서는 늘 화만 내시고

송곳처럼 뾰족뾰족, 고드름처럼 찬 기운만 똑똑 듣는

눈이 쭉 찢어져 올라간 듯한 착각을 주는 무서운 선생님들...

 

'계속 저러기도 힘들겠다.' 싶게

매일 한결같이 지각하고, 준비물 빠뜨리고, 숙제 안해오고, 공부는 늘 뒷전이면서

학교에서는 장난치느라 제일 바쁘고 제일 신난 말썽꾸러기들...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도 웅얼웅얼 알아듣기 힘든 대답만 돌려주던,

늘 고개만 푹 숙이고 있던...

그래서, 1년 동안 매일을 보면서도 대화다운 대화 한번 나눈 기억이 안 나는 여자아이들... 

 

먼지 속에 묻혀 있던 옛기억의 한 켠에서 걸어나온 듯하다.

 

'도대체 왜 저럴까?'

'너무해.'

'으이그, 답답해.'

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그 많은 시간을 한 공간에서 매일 마주하면서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펼쳐진다.

 

누군가에게서 따뜻한 정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주는 것도 두려워,

평생을 '혼자'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최기봉 선생님...

선생님께 이름 한번 불리고 싶고 관심받고 싶어 그 자신, 정말 열심으로 노력했지만

무관심에 상처만 컸던 유보라 선생님.

 

우리 안엔 '아이'가 살고 있다고 한다.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입고, 죽고 싶을 만큼 슬프고, 외로운...

그렇게 여린 아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사회 안에서 요구받는 역할에 맞추어 강한 척, 대범한 척, 너그러운 척 가면을 쓰지만

어릴 때 필요한 만큼 사랑받지 못했던 상처는 우리가 자라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빨리 자라

우리 마음 저 깊이, 이젠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는 아이로 남는다.

그리고...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그리고 지금 상처를 주는 그 사람 또한

나와 똑같이 상처입은...가엾은 한 아이인 것이다.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얇고 가벼운 이 동화책을 덮으며

내가 지나온 오래 전 그 교실들의 모두가 참 그리워진다.

미워했던 애들, 선생님들에게...이렇게 다 늦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이 이야기를 통해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마음을 아이들도 느꼈으면....

그래서, 더 따스이 마음을 나누고, 함께 성장해야 할 아까운 시간들을 소중히 썼으면 좋겠다.

 

'나를 찾는 특공대'는 결코 나 혼자 할 수 없기에...

서로 나누는 따스한 애정과 소망만이 '나'를 '나'로 살게 해 주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톨이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푸른도서관 39
김인해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세 작가의 각각 개성 있고 판이한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을 만난다.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을 무섭다 말하지만, 
사실 아이들은 여전히 '아이'들일 뿐이다.
여리고,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의 '약한' 존재들...
거친 말투와 딱딱한 껍질로 자신을 숨기는 것,
절대 얕보이지 않는 것만이 생존하는 법이라는 걸 가르친 건
우리 어른들이다.

세 편의 이야기 속에 담긴 아이들의 그늘과 또, 그 안 깊은 온기를 되새기며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보게 해 주고 싶다는 소망을,
그 좋은 세상을 담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외톨이>
참 무서우면서도 슬픈, 섬뜩한 이야기이다.
둘도 없이 소중한 친구였던 두 사람이 참으로 아무것도 아닌 듯한 자그만 틈으로 인해
순식간에 적이 되고...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강자와 약자의 관계가 되어버린다.

'너는 몰랐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존재로 여길까 봐 내가 조바심 낸다는 것을. (본문 p.17)'

당당하고 멋진 친구인 '너'는 어쩌면 질투와 동경이 실체일 아이들의 악의의 사냥감이 된다.
그리고, 사냥도구는 바로 주인공 '나'의 주먹.

'단지 외톨이만 아니면 되었다. (본문 p.21)'

그 두려움이 주인공을 지배한다.
더이상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도, 행할 수도 없게...
그 두려움으로 진짜 외톨이가 된 주인공의 이야기는
이 사회 대다수 구성원들의 자화상 같다.
혼자가 되어 내몰릴까 하는 두려움에 
'진실'이 아닌 '다수'의 뒤에 숨는 외톨이들.



<캐모마일 차 마실래?>
귀에 익은 허브티의 이름에
어느새, 그 향이 어떤 것이었더라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본다.
어떻게 생긴 꽃인지는 몰랐다.
흰 꽃잎에 노란 꽃술이 올라온 그 모양을  상상해 본다.
'굴하지 않는 강인함, 고난 속의 작은 희망'이라는 꽃말을 알고 나니,
분명히 아주 작고 여린 꽃일 것 같다.

학교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요양원에 온 주인공의 모습에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봉사'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게도
점수를 대가로 받기 위한 봉사활동 시간을 꾸역꾸역 채우는 아이들.

고집세고 예민한 왕재수와 어느새
머뭇머뭇거리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우정을 나누게 되는 그 과정 속에서
그저 평범한 - 약간은 이기적이고 소극적인 석이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봉사'를
아니, '사랑'을 배워간다.
그리고 그 사랑은 세상을 채우는 향기가 되어 석이를 따뜻하게 한다.

이야기가 시작될 때 상상되는 석이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리고 이야기가 끝났을 때 상상되는 석이가 달라져가는 것이 재미있다.
입을 삐쭉거리며 눈치만 보는, 그다지 정이 가지 않던 석이가 마지막엔
처음 마시는 캐모마일 차의 맛에 조금 긴장했다가 풀어져 헤 웃는 귀여운 아이로 그려진다.
옆에 있으면 "대견한 녀석!"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

짧지만 공감이 가는 성장소설이다.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파주의보>는 현실감이 느껴지는 배경과 이야기 속에 은근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흔한 이야기가 된 '가족의 재구성' 속에서
평범하지만 예민한 열여섯 소년이 느끼는 심리가 사실적으로 잘 그려져 있다.
늘 내가 앉던 자리를 차지한 새엄마 구봉미 여사에 대한 불편함,
보기 좋긴 하지만 한편으론 섭섭한 아버지에 대한 마음,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취향도 너무 다른 사람이 '엄마'가 된 막막함.
아빠의 재혼 2주일 후, 새엄마와 두 사람만 있게 된 새해 첫날...
수도가 얼어 물은 나오지 않고, 
변기 물은 내려가지 않고,
거기다 배탈은 나고......
집에서 일을 볼 수 없어 몰래 나와 편의점으로 뛰는 진오,
볼일을 보고 나선 순식간에 여유로와진 진오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그리고, 무서운 형들에게 잡힌 위기의 순간에 난데없이 '슈퍼우먼'처럼 나타난 아줌마.

춥고, 아프고, 무섭고, 난감하고, 파란만장했던 그 하룻밤을 겪으며 진오와 아줌마는 친해진다.
마스크 팩 두 개를 챙겨 둘이 함께 찜질방을 향해 집을 나서는 순간, 정말 마음이 훈훈해진다.
며칠 지나지 않아 진오가 정말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생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사바나 미래의 고전 8
명창순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쓴 동화라서일까......
정말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환타지도 스펙타클도 없지만, 진실성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흡인력을 품는다.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쯤이면 코끝이 시큰해지는 감동을 남기는 동화이다.

'소나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소남우.
어릴 때 떠난 엄마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고, 아빠와 신나게 놀았던 기억도 없이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외로운 소년.
'생각하는 소나무'라는 별명에 걸맞게 일상생활에서 말 대신 읊조리는 듯한 생각들이
놀랄 만큼 성숙하기에 더 안쓰럽다.
자연스럽게 나의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을 떠올려보게 된다.
'나도 이 때, 이런 생각들과 이런 마음들을 가졌던가?'하고......
다른 친구들은 당연히 받는 사랑 없이 살아온 시간으로 단단해지고 깊어진 남우는
동물원의 사바나 원숭이의 눈 속에서 그 마음을 본다.
그리운 것들과 억지로 떨어져 낯선 곳으로 홀로 끌려온 슬픔을......
그렇게 남우는 스스로 자신의 거울 같은 아기 원숭이의 친구가 된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아픔들을 털어놓고 나누며.

남우는 엄마를 다시 만나지만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되고
원숭이는 21일간 도망다니지만 결국 잡혀 다시 갇히지만
철창을 사이에 두고 둘은 말없이 꿈을 나눈다.

'이젠 괜찮아, 울지 말자 소나무'라고 되뇌이며 원숭이를 뒤로 하고 동물원을 내려가는 남우는
희망의 힘을 마음 속에 심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