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농장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9
조지 오웰 지음, 황병훈 옮김, 이선주 그림 / 보물창고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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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옛날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 한번도 읽지 못한 책들이 여러 권 있는데

그 중 한권이 이 '동물농장'이었다.
조지 오웰의 다른 책들은 사후 출판된 작품까지 읽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마, 대강 내용은 들어 알았고, '고전'은 뻔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 조지 오웰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책들을 읽으며 이 책에 대한 뒤늦은 기대감이 생겼다.


어느 휴일 오전...

침대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장을 펼치자마자 메이너 농장에서 가장 존경받는 어른인 늙은 수퇘지 메이저 영감의 호출을 받고

온갖 동물들이 총집합한 큰 헛간으로 불려갔다.

그는 악한 인간에 맞서 싸워, 동물들이 살기 좋은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 때부터 나의 마음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메이저 영감이 말하는 '동물의 삶'과 우리 평범한 인간의 삶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 작았다.

아마 내가 거기 있었다면,

"야, 착각하지 마! 너희나 우리나 별로 차이도 없어!

 오히려 우리는 같은 인간에게 당한다는 것에 더 큰 괴로움과 모멸감을 느낀다고!" 

하고 외쳤을지도 모르겠다.

 

이 역사적인 사흘 뒤, 메이저 영감은 죽고, 가장 지혜로운 동물로 인정받고 있었던 돼지들은

영감이 남긴 가르침을 완벽한 짜임새를 갖춘 사상으로 가다듬어 '동물주의'를 정립시키고

교육과 토론을 통해

동물들을 규합한 뒤, 뜻하지 않던 계기에 반란을 일으켜 주인인 존스 씨 부부와 일꾼들을 쫓아낸다.

 

혁명의 중심에 섰던 젊은 수퇘지인 나폴레옹과 스노우볼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를 비롯한 일곱 가지 계명을 만들어 농장을 운영하지만, 점차 스스로를 특권계층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존스가 돌아오게 됩니다!"라는 말로 모든 동물들의 입을 맞는 이 비열한 작전은 매번 자신들의 권력이 위협받을 때마다 쓰이고, 그 때마다 효과를 발휘한다.

 이 부분은, 특히 대한민국의 우리에게 참으로 낯익다 하겠다.

 참...... 이렇게 오랫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통하기에 지속되고 있는 협박성 멘트다.

 

 그리고, 이것은 작은 시작이었을 뿐이다.

 나폴레옹은 경쟁자였던 스노우볼을 무력을 이용해 내쫓고, 그를 불순분자로 만들기 위해 동물들의 기억을 조작하고 위협한다.  

 스스로 지도자가 된 나폴레옹은 자기의 추종자인 돼지들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동물들을 착취하고 속이며,

 일곱 계명조차 하나씩 파기해 자신들을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한다.

 

 비열하고 치밀하게 권력을 만끽하는 돼지들은 급기야 옷을 입고 침대에서 자고 두 다리로 걷고 술을 마시며,

 급기야는 인간인지 돼지인지 모를 정도로 얼굴이 변한다.

 

 '인면수심'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이 사자성어가 뒤집힘을 실감한.

 읽는 내내 국회방송을 연달아 보는 듯한 착잡함과 분개를 느껴야 했다.

 

 한편으로, '권력'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돼지도 인간으로 바꿀 수 있는 마력이니 말이다.

 바로 내 손에 절대권력이라는 것이 주어졌을 때, 과연 얼마나 공정할 수 있을까?

 '힘' 앞에서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인간'이 되기를 포기한다.

 그래서, '법'이라는 것, 그리고 어떤 때이든 그것을 가동시킬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마, 조지 오웰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인간아, 인간아, 얼마나 선하고 똑똑하다고 잘난 척 하느냐? 너 혼자선 짐승만도 못하다."

 

 이 땅의 권력자들이 읽고,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춰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직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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