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 클래식 보물창고 38
에른스트 테오도르 아마데우스 호프만 지음, 함미라 옮김 / 보물창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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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독특한 모습의, 그렇지만 하나같이 정감가고 익살맞은 느낌을 주는 호두까기 인형들이 가득한 표지가 "와!"하고 탄성을 지르게 하는 책이다.

작은 호두까기 인형에 첫눈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마리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호두까기 인형>은 나에겐 '크리스마스'의 동의어 중 하나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보던 화려한 사탕요정들의 춤, 환상의 세계로의 여행...

인형이 살아나 왕자가 되고 자신을 구해준 소녀(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에게 보답하는 이야기.


아이에게 그림책으로도 발레 음악으로도 많이 보여주고 들려주었는데,

처음부터 발레를 위해 쓰여진 작품인 줄 알았었다. 

이번에 완역본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책을 기다리다 펼치며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찾아왔다.

첫 장면, 크리스마스 이브 선물을 기다리며 작은 뒷방 구석에 앉아 있는 마리와 프리츠처럼 말이다.


더할 나위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무대가 기억에 선하지만,

호프만이 펼쳐놓는 이야기는 무대의 한계를 훨씬 넘어선다.


아름답고 다채로운 상자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며, 갈수록 놀라움이 더해만 가는 선물들이 가득한

환상의 크리스마스와 같다.

할 말을 잃은 채 두 눈만 반짝이며 멈춰 서 있다,

한참이 지난 후 겨우 깊은 숨을 내쉬며 "아, 정말 예쁘다. 아, 정말 예뻐."라고 외치는(p.13)  

아이들을 우리 안에 가져다 놓는 것이다.


못생기고 우스꽝스러운 호두까기 인형에게서 친근감과 호감을, 입술에 번진 귀여운 미소를 발견하고 

호두를 까는 동안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마리를 보며

그 착하고 상냥한 마음에 웃음이 지어진다.

한밤중, 생쥐대왕과의 전쟁과 인형 왕국으로의 여행은 공상과 거짓말로 취급받고 야단맞을 거리가 되어버리지만,

결국 그 환상은 현실이 되어 그녀를 찾아온다.


원작에서는 '단단한 호두에 대한 동화'로 드로셀마이어 가문과 호두까기 인형이 되어버린 청년의 내력이 첨가되고,

환상의 요소들은 더욱 깊은 향기로 전체를 감싸고 있다. 


물 흐르듯 졸졸졸 달콤하게 흘러가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딸랑거리며 어른어른 주위를 맴도는(p.125)

이런 아름다운 마음의 모험들이 우리를 웃음 잃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볼 수 있는 눈만 있는 눈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신비로운 것들을 볼 수 있는 그런 나라(p.128), 

그 나라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지혜일 것이다.


자유롭고 열정적인 예술가였으면서도 용기있고 정의로운 법관이었던 E.T.A.호프만의 놀라운 생애는

이 지혜에 뿌리를 두고 있었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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