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상상놀이터 2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 보물창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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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들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영화들을 피하게 되었다.

너무 현실적인...무서운 영화.


그런데, 이건 처음이다.

너무 현실적이라서 무서운 이야기.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없는, '미래'


상상은 해 보았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비참한 모습들에 경악했었다.

핵실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러다가 어쩌려고 그러나?'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그 의미에 대해서는 피하며 살아왔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모두가 그러고 있다.



아빠는 항상 "도대체 우리가 그 문제를 두고 뭘 할 수 있겠니?"하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었다.

또 핵무기에 대한 두려움이 평화를 보장해 줬다는 사실을 지치지 않고 이야기했다.

아빠는 대부분의 다른 어른들처럼 편리함과 안락함이 가장 중요했고,

아빠와 그들 모두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을 보았으면서도 그것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p.215)




양쪽 다리를 모두 잃고 유모차에 실려 다니는 안드레아스는 "천벌 받을 부모들!"이라고 벽에다 쓴다.

보살펴 주던 아이들이 맞아 죽고, 얼어 죽고, 굶어 죽어 혼자가 되자, 아이는 마지막 힘을 내어 목숨을 끊으려 한다.


"너, 내가 이런 비참한 꼴로 계속 살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하니? 이건 더 이상 삶이 아니야. 제발!"     (p.151)


열 세 살의 롤란트는 그 아이의 죽음을 돕는다.

그것 밖에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


'차라리 죽어버렸었다면.'

모든 이들이 그렇게 되뇌일 것이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모두 가 버렸다면 차라리 행복했으리라.


살아남은 이들은 모두 갈증과 출혈에 시달리고, 물도 땅도 오염되어 마실 것도 먹을 것도 없어 굶어 죽고,

사람들은 살아남고자 서로의 것을 훔치고 빼앗고, 살겠다는 이유로 때리고 죽이기까지 한다.

온몸이 상처투성이거나 목발을 짚고 다니고, 눈이 멀었거나, 말을 못 하는 아이들은 밤마다 나쁜 꿈에 시달린다.

새로 태어난 아기들은 기형아 아니면 장님, 농아 아니면 저능아......희망이 없다.


엄마도, 누나도, 동생도, 새로 내어난 아기도 모두 죽고 아이들을 모아 수업을 시작한 롤란트의 아빠 얼굴에

한 남자아이가 분필을 던지며 "당신은 살인자야!"하고 소리를 지른다.


"살인자!"

이 이름은 지금 우리 모두의 이름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까.

핵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눈 감고 나의 세대는 안전하게 지나갈 거라 믿고 싶어 하니까.


이 책이 처음 쓰인 1983년으로부터 30년도 더 흘렀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노력했고 결실을 보았는가?


나는 이 책이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다.

극사실적으로, 피폭당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 우리 아이들이 어떤 미래를 맞게 될지... 냉정하게 보여 주었으면 한다.

핵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핵을 이용해 권력을 쥐고 흔드는 국가 지도자들이

자기 자식이 피폭당하는 모습을 악몽으로 꾸길 바란다.

너무 끔찍해서 난 끝까지 볼 수 없을 테지만, 우리 모두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짓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아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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