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커빌 가의 개 클래식 보물창고 3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한지윤 옮김 / 보물창고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홈즈.
세상에서 가장 많은 팬을 가진 남자.
무섭도록 정 없고,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듯한 이 남자의 시간을 초월한 인기는
그가 숨겨지고 왜곡된 진실을 토대로 구축한 논리를 완성하는 순간에 
이 혼탁한 세상이 조금은 맑아지는 듯한 쾌감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세상에서 가장 전류가 빨리 흐를 것 같은 이 남자의 컴퓨터 두뇌는 웬만한 사건엔 콧방귀를 뀐다.
그의 눈이 반짝이고, 두뇌가 부팅되는 순간은 그야말로 갈피도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초고난이도의 문제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그 앞에 버티고 섰을 때다.


여기, 또 하나의 괴상망측한 문제가 그를 찾아온다.

가문을 둘러싼 저주, 그리고 그 저주를 증명하듯 벌어진 의문사, 전설 속 존재가 남긴 흔적.

이 쯤 되면 '서프라이즈'에나 나올 듯한 사연이다

저주의 다음번 표적이 될 상속인 젊은 헨리 경과 함.

께 왓슨을 보내는 홈즈.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부서진 바위들과 길고 낮게 굴곡진 우울한 황야였다.

탈옥해 이 지역을 떠도는 살인자, 한 번만 발을 헛디디면 죽음에 이르고 마는 끔찍한 늪, 밤이면 무시무시하게 울부짖는 정체불명의 존재......

바스커빌가를 둘러싼 안개 같은 어둠은 점저 더 짙어만 간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반 이상이 홈즈에게 보내는 왓슨의 기록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뜻밖의 순간에 뜻밖의 모습으로 홈즈가 등장한다.

내가 왓슨이었다면, 꽤나 약올랐을 것이다. 홈즈였다면, 내내 신났을 테지만.


그리고, 퍼즐의 모든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모두가 근거 있는 전설로, 어쩔 수 없는 저주로 여겼던 이야기가 그 위장을 벗는다.


하지만, 지옥의 괴물-거대한 바스커빌가의 개는 존재한다.

탐욕에 눈이 먼, 그야말로 인간이길 스스로 포기한 사납고 무정한 인간.

그 자야말로 지옥의 산물, 악마이다.


어둠 속에서 선한 이의 목숨을 노리다가, 결국 길을 잃고 늪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인간.

참으로 걸맞는 죽음이다.

뭐, 그가 성공했다 할지라도 이미 진창에 빠진 인생이지만 말이다.


분명히 십 수 년 전에 읽었고,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소설인데도 너무 새롭다.

읽으며 어렴풋이 조금씩 떠오르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흥미진진하다.

나도 홈즈의 팬클럽에 들어볼까 한 번 더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막강한 이성'으로 중무장한 불세출의 슈퍼히어로, 홈즈!

이미 오랫동안, 참 많이도 만났지만, 다시 만날 날은 여전히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