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클래식 보물창고 31
에밀리 브론테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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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처음 받아들고 놀랐다.

한참 꿈 많던 소녀시절에 읽었던 '폭풍의 언덕'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시작된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이야기...


황량하고 따스함이라곤 한 줌도 찾아보기 힘든 '워더링 하이츠'에서

싹튼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사랑은

너무나 깊고 강력하게 서로를 옭아매고 있어 '사랑'이라고만 부르기엔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 부모가 누구인지, 나이가 몇인지도 알지 못하는 히스클리프와

철부지 아가씨인 캐서린의 연은 그들에겐 버거운 것이 되어간다.

비뚤어진 성정에, 냉혹하고 자존심 강한 히스클리프나 

아름답지만 거만하고 제멋대로인 캐서린은 어른의 나이가 되어서도 속은 어린애에 불과하다.


부유하고 교양 있는 에드거 린턴의 청혼을 받아들인 날 밤,

캐서린은 어려서부터 같이 자라온 하녀 넬리에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그 사랑을 책임질 용기가 없었던 그녀의 선택은 린턴이다.

그리고, 상처 입은 히스클리프는 뛰쳐나가 사라져버린다.



3년이 지난 후, 이제 린턴 부인이 된 캐서린 앞에 나타난 히스클리프는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는다.

괴로움에 지친 캐서린은 죽음의 목전에서 히스클리프에게 용서를 청하지만,

그는 그녀를 잃은 후 더 잔혹한 복수를 계획한다.



그는 캐서린을 앗아간 두 집안에 복수하기 위해 

철저한 냉혹함으로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지만,

사실 캐서린을 죽인 살인자는 다름 아닌 자신임을 알았던 것일까?

모두의 몰락이 확실시된 시점에서 스스로 자멸한다.



'캐서린이라는 세상'에 살아야 했던 히스클리프에게는

어떤 증오도, 복수심도, 성취감도 미치지 않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녀를 잃었다는 것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들이부었던 마취제였을 뿐.


캐서린이 죽은 후 악마가 되어가는 듯한 히스클리프를 보며

생명과 기쁨을 빼앗긴 린턴과 캐시, 헤어턴을 보며 

침울해져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결국, 유일한 끝은 히스클리프의 죽음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매일 밤 캐서린의 유령을 기다리느라, 찾아 헤매느라 두 눈도 감을 수 없었던 그의 시신을

고요한 땅에 묻으며, 이제서야 겨우 그가 평화를 찾았구나 하고 안도할 수 있었다.




서로에게 서로인,

서로에게 온 세상인

두 사람의 사랑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쉬이 오지 않는 그런 축복을 지키려면 그 축복을 살아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사랑을 살아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두 사람의 영혼이, 서로를 끝없이 위하는 그 순수함이

서로를 무참히 불태워 버리는 지옥이 되고 만 이 결말이 가슴 아프다.


어쩌면, 에밀리 브론테는 우리에게

'과연 당신은 완전한 사랑을 살아낼 만한 용기가, 힘이 있는가?'라고 묻는 건지도 모르겠다.


차고 황량하고 미친 듯한 폭풍우가 몰아치는 이 거대한 '워더링 하이츠'라는 세상 속에서

나는 과연 내게 주어진 사랑을, 작은 세상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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