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물두꽃 애기씨 - MBC 창작동화대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40
김현화 지음 / 푸른책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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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신화, 설화와  동양 판타지의 세계관이 접목된 동화의 출간 소식에

어찌나 기대가 되었던지요?

제목도 너무나 귀여운 '구물두꽃 애기씨'입니다.

 

 

 

'구물두꽃'이 너무 궁금해서 찾아보니, 불경에 나오는 환상의 노랑 연꽃이었습니다.

'拘物頭'는 '만물을 바로잡는 시초'라고 풀이되구요.

 

눈부신 빛으로 둘러싸인 도리천궁에서 가장 어린 구물구꽃 애기씨는

발에 밟히는 흙의 보들보들함이 좋아서

그리고, 말할 수 없이 시크한 소 구우가 왠지 좋아서

황금 포도밭을 매일 찾아갑니다.

 

그러다, 어딘가에서 들리는 "분이야!"라는 음성에 이유도 알 수 없는 울음이 터집니다.

 

 

 

 

 

 

그리고, 하늘 못에서 자신을 보며 웃는 두 사람을 보고 가슴속에 그리운 마음이 복받쳐 올라

걸으면서도 울고, 자면서도 울어

눈물 때문에 몸이 무거워져서 날 수도 없어지지요.

그리고, 알게 됩니다.

자신을 부르는 두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아름답고 근심 없는 도리천궁을 떠나

여덟 개의 세상에 구물두꽃을 심어 혼탁한 세상을 구하는 무거운 임무까지 지고

인간 세상까지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지요.

 

 

그리고, 자신의 길잡이 소가 되어 달라고 구우를 사흘이나 쫓아다니지만,

구우의 매정한 거절에 상처입고, 금소와 함께 떠나게 되지요.

 

 

 

 

하지만, 구물두꽃 애기씨가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전하는 진심은 구우를 움직이고,

하늘 눈과 하늘 귀를 가진 가진 구우는 앞으로 다가올 고된 일들을 다 알면서도

애기씨를 따라 나섭니다.

 

"지금 가지 않으면 영원히 후회할 거야."

 

 

명주실을 빼앗아 인간으로 태어나려는 귀신들의 추적 속에

아기만 잡아먹는 옹기 귀신에게 붙잡히고,

동양적 반인반마(켄타우로스) 구반다에게 쫓기고,

불구덩이에 빠지는가 하면,

마니주에 대한 탐욕 때문에 똥오줌 세상을 만든 똥장군도 만나고,

사람의 기억을 빼앗아 먹고 사는 도깨비 아발마라에게 속아 기억도 잃습니다.

이 일곱 세상과 요괴들은 인간 세계의 복사판에 다름아닙니다.

악하기에 갈수록 더 불행해질 수 밖에 없는 요괴들이 득시글거립니다.

 

그 위험한 손길들에서 목숨 걸고 애기씨를 구하는 건 언제나 구우입니다.

 

 

 

 

 

기억을 빼앗기고 정신을 잃은 애기씨에게 마음을 털어놓으며 흘리는 구우의 눈물은

애기씨를 깨어나게 합니다.

그리고, 구물두꽃 애기씨는 결국 구우를 기억하지 못한 채

인간 세계로 가는 마지막 관문 '인연의 강'을 건넙니다.

 

 

명주실을 따라 인연을 찾아가는 구물두꽃 애기씨와 구우의 '연'은 그렇게 끊어지지만,

구우와 구물두꽃 애기씨가 나누었던 애정과 헌신은 아마도 영원히 이어지리란

기대감을 남기면서...

 

 

그리고, 이야기는 태어난 지 백 일만에 엄마 품에 안겨 처음 세상 구경을 나온 아기

분이에게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일곱 세상에서 만났던 인연들과 하나하나 인사합니다.

눈이 부리부리하게 참 잘생긴 사내 아기로 태어난 '구우'까지...

 

 

 

 

그리고, 구물두꽃 애기씨가 제석님에게서 받은 마지막 구물두꽃 씨앗이

세상에 떨어집니다.

바람에 날려 연못을 찾아간 까만 씨앗 하나...

곧 맑은 향기 품은 노란 연꽃이 피어나겠지요.

 

 

 

우리 모두, 세상의 모두...

이 모두는 한때 도리천궁에서 아무 불행도 고통도 모르고 살던 애기씨들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맑고 선하고 순수한.

그리고, 우리에겐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각자 인간 세상을 맑게 되돌려놓을, 고통을 위로할 의무와 힘이 있는 거구요.

 

처음부터 우리를 세상으로 부른 것은 '가슴이 미어질 정도의 사랑과 그리움'이었음을

잊지 않고 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모두의 처음이었던 '애기씨'를, 모두들 가슴에 품고 왔던 '구물두꽃 씨앗'들을 발견하기 위해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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