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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2권 세트 - 전2권 ㅣ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전 세계 모든 여성들이 열광하고 있는 바로 그 책
석 달 만에 3천만 부 판매, 뉴욕 타임스 20주 연속 1위!
라는 광고 문구에 혹했었다.
그런데, 난 그 '전 세계 모든 여성들'의 범주에 속하지 않나 보다.
소설이 시작되고 불과 8페이지를 펼친 순간부터
'설마, 이런 식으로 계속 가지는 않겠지?'하는 의문을 품었고,
나의 정체성(전 세계 모든 여성 중 하나) 확인에 대한 의지 하나로 마지막까지 읽었다.
무슨 책이든,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만 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기도 했다.
별로, 할 말이 없다.
20년 전, 여고생 시절 호기심에 읽었던 할리퀸 북스의 수많은 스토리라인과 똑같다.
음, 1권 320페이지에 주인공이 엄마에게 마음 속으로 하는 말이
이 책의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설명일 것이다.
'짜증나게 돈이 많은 남자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나랑 이상한 변태 성관계를 맺고자 해요.'
몇 가지 덧붙여진 것들이 있긴 하다.
이 '그레이'라는 남자가 눈빛만 마주쳐도 온갖 여자들이 말을 잃게 할 만한 마성의 소유자라는 것,
언제 봐도 숨이 넘어갈 듯 섹시한 미소에 조각 같은 몸매의 슈퍼 울트라 매력남이라는 것,
초일류급 '남자 미실'이라 할 만한 고도의, 또 상상을 초월하는 종류의 테크닉을 구사한다는 것...
한 마디로 'SF'다.
첫번째 권은 먼 나들이길에 들고 간 책이 이것 뿐이라 읽었고,
두번째 권은 '그렇게 난리날 만한 뭔가가 마지막에라도 나오겠지.'하며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장 아래
<50가지 그림자, 심연>1권으로 이어집니다.
라는 문구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 뒤에 두 권이나 더 있다고?
변태짓 이후엔 웃통을 벗어제낀 채로 피아노로 슬픈 음악만 연주하는 이 남자의 사연을
알고 싶다면, 그것까지 읽어야 한다는 것인가?
참, 잘 팔릴 만도 하다......
나에게 이 책의 정의를 말하라면
'지면 위에 옮긴, 책 모양의 포르노'이다.
제목과 커버가 좀더 세련되었을 뿐인 '할리퀸 북스'다.
독특한 미스터리 같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란 제목에 끌려 읽은 내가 바보 같다.
제목은 그야말로 '오스카 와일드' 풍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