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나잇 아이패드 그림책 보물창고 56
안 드로이드 지음, 신형건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읽었던 신문 기사가 생각난다.

아이패드로 한글도 익히고 척척 다루어 'IT 신동'인 줄 알았던 세 살 짜리 아이에게

그림책을 처음으로 주었더니

아이패드처럼 드래그해도 화면 전환 같은 반응이 없자, 집어던지고 울고불며 난리가 났다는...

 

'굿나잇 아이패드'의 제목 아래 말풍선 안에 쓰여진 '그림책의 전원을 켜 주세요!'에

웃었다가 살짝 씁쓸해지는 것은

이 글을 읽고 진짜 전원 장치를 찾거나

이 말풍선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볼 아이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여튼, 난 내가 아는 방식대로 그림책의 전원을 켰다.

책들의 전원이란 사람의 체온......

그냥 손가락 한 두 개를 대어 책장을 넘기기만 하면 된다.

책장 속엔 정신없는 세상이 펼쳐져 있다.

엄마, 아빠부터 돌쟁이 아기까지 다들 킬킬거리고 신나 있지만, 모두가 따로따로......

이건 칸막이 쳐진 PC방을 그대로 집으로 옮겨놓은 것과 다름없다.

높은 칸막이 없이도, 화면 속에 갇힌 가족들은 서로에게 철저한 타인이 된다.

요즘은 친구들끼리, 연인들끼리 만나도

대화도 없이 각자 자기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다 헤어진다는데......

바로 가까이 있는 소중한 사람도 귀찮게 만드는 것, 내 몸이 원하는 휴식도 아까워지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지구를 뒤덮은 가장 무서운 질병 아닐까 한다.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 모든 것들에 신물이 난 할머니.

'도대체 잠을 잘 수가 있어야 말이죠.'라는 할머니의 한숨은 사실,

할머니 본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 방 안의 모든 가족들이 사실 '잠을 잘 수가 없으니까.'

거대하고 무서운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손을 멈추지 못할 뿐.

할머니가 생각해낸 특단의 조치는 바로 이거다.

모든 전자기기들을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것.

쓰레기가 되어버린 '친구'들을 내려다보며 '아까워' '우린 어쩌라고?'를 연발하는 가족들.

드디어, 이 가정은 불면의 저주에서 벗어난다.

모두들 곤히 잠든 가족들......

그리고, 에필로그 컷...

캄캄한 이부자리에서 전등불에 기대어 오래된 명작 '잘 자요, 달님'을 읽는 아이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단순한 내용의 그림책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책이다.

말을 배우고, 또래와의 공동생활을 배워야 할 유아들이

'요람'에서부터 게임 중독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현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 불법 미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우수한 영상매체인 비디오를 바르게 선택 활용하여 맑고 고운 심성을 가꾸도록

우리 모두가 바른 길잡이가 되어야겠습니다.'

추억 속에 남은 비디오 테이프의 경고 영상을 다시 떠올리며,

우리가 너무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야말로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혼자 놀기의 저주'에 말이다.

 

이제, 필요하지 않은 순간에는 스스로 '굿나잇!'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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