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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 빈처 ㅣ 올 에이지 클래식
현진건 지음 / 보물창고 / 2012년 4월
평점 :
'아름답다'의 어원은 '앓음+답다'라고 한다.
앓음 - 곧, 고통과 시련을 겪은 후 얻게 되는 것이란 뜻이다.
현진건의 열 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이 작고도 묵직한 책을 덮으며 무심결에 떠오른 단어가
이것이다.
'아름답다. 참으로 아름답다.'
소설 속 인물들의 처연함은 여전하다.
그러나, 어렸을 땐 답답하고 한심스럽기만 했던 그네들이 이젠 그저
나 같다.
우리 같다.
'웃기보다 찡그리기에 가장 적당한 얼굴('고향')'을 지닌 정 많고 한 많은 사람들,
"나의 소용은 술 뿐이오.('술 권하는 사회')"라 괴로워하는 지식인들도,
야속한 이를 탓하지도 못하고 '그 사회란 독한('술 권하는 사회')' 것만을 사무치게 원망하는
마음 약하고 미련퉁이 같은 이들의 눈물도,
청춘의 찬란한 사랑과 꿈 또한, 묵고 썩은 관습이 숨을 끊어놓는 것까지('희생화')
세상은 변한 게 없다.
현대의 화려함 속에서 오히려 더 깊고 절망적인 나락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을......
그러나,
일제 강점기라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삶의 모든 고통을 피할 요량도 없이 그저 온몸으로 짊어지며 처절하게 살았던 그들은
그럼에도 자신보다 다른 이의 아픔을 더 안쓰러워 하며, 함께 한다.
하루하루 아슬아슬한 생활 속에서 약한 진상을 드러내고 상대를 원망하다가도
결국은 서로 눈물을 닦아주며 용서를 구하는('빈처') 내 곁의 이가
곧 '나에게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는 천사'임을 발견하는 눈을 지녔던 것이다.
그늘 속에 앉아 말없이 나를 지키고 있는 '빈처'처럼
어둡고 탐욕스런 세상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사람들을 남겨준
이야기들에 감사한다.
이렇게도 약하고 순박한 이들이 전하는 힘과 온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