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멋진 형아가 될 거야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18
이미애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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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이름.

한없이 따뜻하면서도 어떨 땐 치가 떨릴 정도로 밉고 걱정스럽고,

그야말로 '미운 정 고운 정'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사이.
 

엄마, 아빠 사이에 태어나 너무나 당연스럽게 둘의 관심과 애정을 독차지하며 살았던 평생,

다른 누군가...그것도 미지의 존재가 끼어든다는 것만으로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요?

저 역시 이미 30년도 더 된 옛날에 느꼈었을 그 감정이 기억나질 않네요.

 

형제순위가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심리학자 아들러의 이론에서
 

첫째가 겪는 심리적 고통은 '폐위된 황제'라고 명명되지요.

그 오래된 강의 내용이 아직도 생생히 웃음과 함께 기억나는 걸 보면

저 역시 그 이름에 적지 않게 공감했었나 봅니다.
 

 

여기, 또 한 명의 어린 '폐위된 황제' 후보가 있습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걱정도 없고, 만사가 즐겁기만 하던 형동이예요.

형동이 9년 평생에 닥쳐온 최초이자 최고의 시련.

동생을 가지고 임신중독증에 걸려 거대 달팽이가 되어버린 엄마.

집안일도 하지 못하고 형동이가 늦잠을 자도 깨워주지도 못하고, 하물며 준비물도 챙겨주지 못하는 엄마.

지각해서 혼나고, 받아쓰기도 엉망이라 창피당하고,

집에서 못 눈 똥을 학교 화장실에서 눴다가 실컷 놀림당하고...

형동이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어요.
 

 

이 쯤 되면 '누가 동생 낳아달래? 엄마 뱃속의 동생이 사라졌으면 좋겠어.'하고 생각하게 되는 게

이해도 가지요.

하지만, 엄마의 건강과 자신의 행복을 간절히 비는 형동이 앞에 나타난 건 낯선 꼬마.

사람으로 태어나기 싫어서 미리 견학 보내졌다는 꼬마 천사는 형동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모든 것을 멋져 합니다.

형동이는 이 천사와 함께, 처음에 잘난 척하려고 멋대로 꾸며댔던 '엄친아'로 어느새 변화해 가지요..

 

꼬마 천사에게 멋져 보이고 싶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지켜주어야 한다는 마음에

스스로 진짜 '멋진 형아'가 된 형동이를 보며

가족이란, 꼭 잘나거나 무엇을 해 주지 않아도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믿고, 바라고, 아끼는 마음으로 서로를 품는 것만으로

충분히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형동이에게 안녕을 고했던 꼬마 천사가 아기 동생으로 태어난 것처럼

지금 곁에 있는 가족이 바로 나를 지켜주는 '수호천사' 아닐까요?

나를 용감하고 성실하고 자신있게 살아가도록 해 주는 기적을 매일매일 일으켜주는 천사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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