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밖으로 달리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6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팔 수 있는 세상.

여기, 자신이 살아온 삶 자체가 '상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소녀가 있다.

'클리프턴'이라는, 작고도 평화로운 정든 자신의 마을 이름이 바로 그 상표, 소유주의 이름이라니.....

1840년의 세상을 살던 제시는 동네 아이들이 디프테리아로 하나 둘 쓰러져가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엄마를 통해 이 곳의 모든 것이 1800년대처럼 꾸며놓은 것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조성된 지 12년이 흐른 지금, 마일즈 클리프턴이 약속했던 의료 혜택이나 식량 원조를 끊고, 거주자들을 감시하고 폭력을 동원한 규제까지 가해왔다는 사실도...

엄마는 마을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제시를 바깥 세상으로 내보내 도움을 요청하도록 한다.

오랫동안 숨겨두었던 청바지와 티셔츠를 제시에게 입히는 엄마,

한번도 입어본 적 없었던 바지가 어색하기만 한 제시...

과연, 제시는 상상해 본 적도 없었던 200년 후...아니, 사실은 '진짜 현재'의 세계에서 무사할 수 있을까?

 

엄마와 헤어져 램프도 없이 어둠 속에 남은 제시에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결코 좋은 곳이라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아프다.

200년 동안, 세상은 좋아진 것도 많지만... 그건 물질일 뿐, 사람은 더 폭력적이고 이기적이고 무서워졌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기에.

아마, 아무것도 모르는 제시가 느끼는 두려움보다 제시를 지켜보는 우리의 걱정이 더 크지 않을까..

 

제시에게 현재는 놀라움의 세계다.

어떤 대장장이가 만들었는지 흠 하나 없이 매끈한 손잡이, 불꽃 없는 빛, 물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변기, 물이 나오는 금속 구멍......

제시가 자신의 언어로 묘사하는 현대의 산물들에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웃음이 난다.

한편으로, 이런 '풍요와 기적의 시대'를 사는 우리 마음은 얼마나 각박한지 씁쓸해진다.

 

어마어마한 담장과 감시 카메라, 경비원들을 피해 탈출에 성공해 도움을 약속했던 닐리씨를 만나지만,

안도의 한숨을 쉴 순간 찾아온 더한 위기......

 

나라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상황에서, 제시는 용기와 침착함, 판단력과 행동력으로...

또, 그보다 더 강한 가족과 친구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멈추지 않고 달린다.

다치고 부딪히면서도......

 

한시도 긴장감을 놓칠 새 없이 풀려나가는 이 소설의 마지막엔 또 하나의 추악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

 

가족과 마을을 구하고 궁금했던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얻고 난 다음에도

혼란스러움을 떨쳐버릴 수 없던 제시......

그녀가 계속 혼란스러울지라도 차라리 모르기를 바란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어떤 것으로도 구원되지 않는 인간의 탐욕과 오만을......

그리고, 언젠간 인간이 진정 인간답게 되는 그 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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