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커다란 알 아기그림책 보물창고 7
몰리 칵스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엔 암탉이 난감한 표정으로 그냥 들고 있기에도 힘이 부칠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자기 몸통 만한 알을 들고 서 있어요,

'이걸 어쩌지? 꼬꼬댁!'하는 머릿속 독백이 들려오는 듯 하죠.

 

흐뭇하고 편안한 얼굴로 알들을 품고 있는 암탉...

하지만, 암탉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암탉에 가려져 안 보이던 곳에

어마어마하게 큰 알이 하나 자리잡고 있네요.

색깔도 달라요~

다른 달걀들은 노르스름한데, 이 알은 새하얀 것이.. 분명 종류가 달라 보여요.

암탉도 이야기하죠.

"이건 내 알이 아니야!"

 

유모차에 알들을 태우고 나간 암탉은 만나는 동물마다 "네 알이니?"하고 물어보아요.

동물들은 하나 같이 자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중이예요.

새침한 표정으로 꼬리를 흔들며 사뿐사뿐 걷는 고양이 뒤에는

엄마를 똑같이 흉내내며 걷고 있는 아기고양이 세 마리가 따라오고 있어요.

개도 여섯 마리 호기심 많고 활달한 강아지들과 장난을 치고 있죠.

돼지는 진흙탕에서 아기돼지들과 함께 뒹굴며 미끄럼틀이 되어주고 있고,

얼룩소도 아기소랑 함께 나무 아래 앉아 똑같이 꼬리를 흔들며 파리를 쫓아요.

산 위에까지 올라 아기염소들에게 뿔로 싸우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듯한 염소까지 만난 암탉은

완전히 지친 표정이예요.

그리고, 숲에서 만난 여우는 자기 알이라고 대답하더니 냉큼 유모차를 끌고 자기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 아기여우와 엄마여우가 포크와 나이프를 손에 쥐고 군침을 흘리고 있는 동안

작은 알들에 금이 가더니 병아리들이 나와요.

큰 알에 금이 갈 때엔 도대체 뭐가 나올까 궁금해지죠.

"꿱!"하고 우는 엄청나게 큰 병아리...

여우들은 기절초풍하고, 그 사이 암탉은 병아리들을 구출합니다.

 

커다랗고, 분명히 자기 아이는 아닌 이 조류(?)를 다정하게 품안에 안고 재워주는 엄마닭...

"암탉은 병아리들을 모두 사랑해요."라는 마지막 문장에 오면

분명히 밝혀지리라 생각했던 이 알의 정체가 드러나죠.

뭐나구요?

이 알이 얼만큼 컸든, 얼마나 다르게 생겼든 상관없이

이 알 속에서 나온 건 분명 엄마닭의 아기-'병아리'였던 거예요.

 

가끔 제가 말썽을 피우고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 짓을 할 때 엄마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넌 도대체 어디서 왔니?"

분명, 엄마 뱃속에서 나온 자식인데도요...

어쩌면 우린 모두 우리 엄마들에게 한 때 '아주 커다란 알'이었을 거예요.

'내 아인 이럴 거야.'라고 당연히 생각했던 그 틀에서 한참 벗어난, 힘에 부치는 존재.

 

하지만, 엄마는 결국 어떤 아이든 품고 안아줍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순간에, 엄마는 커지고 강해집니다.

암탉이 그 커다란 새를 '내 병아리'라고 부르며 품지요.

아주 커다란 병아리를 위한 '아주아주 커다란 사랑'으로...

 

그것이 부모의 사랑일 거예요.

아이에게 주어야 하기에, 주고 싶기에 나 자신이 더 커지는...

엄마가 되기 전엔 절대 알 수 없는 '엄마의 사랑'이죠.

 

그림책을 덮으며 암탉과 병아리들이 느끼는 '사랑에서 오는 행복'에 함께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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