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올 에이지 클래식
안네 프랑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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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일기장에 이름을 붙이던 시기가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였던가...

처음 '안네의 일기'를 읽고 안네를 따라 그랬던 기억이 난다.

다만 내 일기장의 이름은 몇 번 바뀌었었다.

처음엔 '키티'처럼 마음 속의 친구로 시작되었지만,

정말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상대의 이름을 지닌 때도 있었다.

그 어떤 때이든 일기장은 나를 담아주었다.

그 때...

세상은 너무나 불합리하고, 어른들은 모두 비겁하고 이해가 가지 않았으며,

막 품기 시작한 꿈은 너무나 멀고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았던 그 때......

내가 말하고 내가 듣던  밤들 속에

일기는 '나' 자신이면서 '나' 이상의 존재였다.

그리고, 유일하게 '한번 내뱉은 말도 주워담을 수 있는 곳'이었다.

여기 안네처럼, 나도 여러번 '내가 전에 왜 그랬었지? 어떻게 됐었나 봐. 잊어줘.'하고 말했고

그러면, 그 전의 어린 나는 용서되었고 이해되어졌다.
 

 

내가 안네와 비슷한 나이였을 때 읽었던 '안네의 일기'를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읽으며

가끔은 웃고 가끔은 설레면서도, 계속 슬펐다.

말할 수 없이......

이 총명하고 용기있는 소녀가 어떻게 세상을 떠나게 되는지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모든 반짝임이 아팠다.
 

특히, 안네의 일기에서 그 시절의 내가 보일 때...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않고 이해할 수도 없음에서 오는 고독감,

엄마에게 사랑을 느낄 수 없다는 이유로 비교적 딱딱하다고 느껴지는 호칭인 '어머니'를 사용하는, 그 시기 특유의 단호하면서도 유치함,

세상에서 잊히고 마는 인생을 살지 않겠다는 결의와 확신,

어른들의 어리석음과 무분별함에 대한 분노에 불타올라, 그냥 읽어도 빛의 속도로 휘갈겨 써 내려갔음이 분명한 페이지들......

나와 비슷한 시간들을 지냈던 이 생기넘치는 소녀가

여전히 또 영원히 '소녀'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겨졌음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녀가 안타까워질수록, 사랑스러워질수록

이 잔혹한 세계가, 전쟁이, 인간이 증오스러워진다.

어떤 정의인가?

어떤 명분인가?

이 소녀의 자유와 숨결을 빼앗을 만한 것은?  
 

 

2년이라는 시간을 하늘 한번 마음껏 바라보지 못했던,

그저 자전거를 타고 춤을 추고 휘파람을 불고 세상을 바라보고 젊음을 만끽하고 내가 자유로운 사실을 깨닫고 싶었던,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간절했던 안네...

 

그러나, 그 아이의 저녁기도는 이러했다.

"선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세상에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
 

 

지금도 이 세계 곳곳에선 어른들의 탐욕 탓에 아무 죄도 없는 아이들이 굶주리고 아프고 죽어간다.

또다른 안네들...

수만의 안네들...

그리고 지금도, 그 아이들의 눈망울은 반짝인다.

작은 손길 하나에, 목마름을 축여주는 물 한 모금에 기뻐한다.

아이들은 이 처참한 순간에도 "선하고 소중하고 아름다움"을 본다. 믿는다.

왜냐하면...

그들 자체가 선하고 소중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일기 속 안네는 우리에게 흑백의 '영원한 소녀'로 남았지만,

또다른 안네들은 자라서 어른이 된 모습들을 보고 싶다.

그렇게....

안네의 그 믿음을 우리 모두가 가지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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