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껜 아이들 푸른도서관 3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에네껜, 묵서가, 야스체......
낯선 단어들로 시작된 소설.
나는 미처 알지도 못했던 한민족의 한 줄기 역사.
피눈물로 얼룩진 슬프고 한스러운.......
신분차별과 가난이 지긋지긋해 '지상천국'이라는 묵서가로 가는 배에 몸을 실은 1033명의 조선인들.
한 달 반, 죽음의 위기까지 넘기면서도 새로운 땅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으로 부풀었던 이 사람들이 마주친 것은
돼지우리만도 못한 창고 같은 숙소에, 형편없는 음식,
상투를 억지로 잘리우고 채찍을 맞으며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뙤약볕 아래 어저귀잎을 베어내야 하는 노예생활.
그리고, 그 뒤에 웅크리고 있었던 것은
허위광고를 내어 가난한 조선인들을 유혹하고 머릿수대로 소개비를 받아 챙긴 일본인들의 계략.
전대금제도에 묶여 5년 동안 피눈물을 흘리며 빚을 갚고 배삯을 마련해 조선으로 돌아갈 희망에 부풀지만,
그 때 들려온 한일합방 소식에 모두는 망연자실하고......
그러나, 나락 같은 지옥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나래를 펴는 덕배와 덕배 아버지는
그 이국땅에 학교를 세우고 조선의 혼을 이어갈 꿈을 연다.
결국 새로운 세상을 스스로 연 것이다.

유약한 나라, 무책임하고 근시안적인 우두머리들, 희생당하는 약자들...
이런 현실은 지금도 변함없는 것 아닌가 한다.
그리고, 지금 이 땅의 어떤 외국인노동자들에게는
이 나라가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묵서가와 별 다를 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떠오르는
사진으로 보았던 지구상 많은 농장의 비참한 모습들.....
이 '에네껜 아이들'의 이야기가 역사가 아닌 현실로 느껴져 마음이 더 착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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