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9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며 마음 속으로 계속 되뇌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이 책이 SF였으면 좋겠다.
상상한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독일 작가 귄터 아이히의 <꿈>에 나오는, 식용으로 자기 아이들을 파는 부부 이야기처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끔찍한 일들이 이 땅 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눈 감고 귀 막아버리고 싶다.

가난은 지옥이 아니다.
인간이 지옥일 뿐.

라크슈미가 죽음보다 못한 삶에, 그 절망의 구렁텅이에 밀어넣어진 것은
가난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욕망 밖에 모르는 계부,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지 팔아치우는 자들,
돈으로 뭐든 살 수 있다고, 그것이 정당하다고 자신을 속이는 자들.
그들은 '어른'이라는 이름의 악마다.

팔려가면서도 엄마에게 줄 코카콜라 한 병에 행복했던 라크슈미는
코카콜라 한 병 값에 매일 밤 팔릴 운명을 알지 못한다.
이어지는 흥정 속에 값은 높아져가고, 그녀를 멀리멀리 끌고 가는 이모와 삼촌들은 돈을 벌지만,
그녀에겐 갚아도 갚아도 쌓여만 가는 빚만 남는다.
상상할 수도 없이 끔찍한 '행복의 집'에서
그 많은, 더러운 어른들은 그녀를 '그것'으로 취급했지만,
그녀에겐 자신의 이름을 말할 수 있게 해 준 다른 이들이 있었다.
글을 가르쳐 주고 연필을 선물한 하리슈,
얻어맞을 줄 알면서도 차 한 잔으로, 코카콜라 한 병으로 라크슈미를 위로했던 차 파는 소년,
같은 운명을 겪으면서 상처투성이의 서로를 끌어안고 죽지 말라고 울어주던 소녀들...
그 지옥 속에서도 그들은 그녀에게 '천국'이 되었고 
'라크슈미'라는 이름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세상의 수많은 '라크슈미'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사죄할 수 있을까?
탐욕을 '행복'이라 부르는 세상...
이 거대한 '행복의 집'에서 어떻게 이 아이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기나 할까?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그 말만으론 아무것도 아니다.
세상을 이렇게 만든 건 '그들', 그 먼 네팔의 인도의 '나쁜 놈들'이 아니다.
내가 숨쉬고 웃고 있는 곳도 세상인 이상, 여기엔 나의 책임도 있다.


악몽들로 세상을 축약한 귄터 아이히의 <꿈> 속에 나오는 시로 그 답을 더듬어가려 한다.
이렇게 '천국으로 가는 길'이 찾아지기를 소망하면서....

                  생각하라, 모든 끔찍한 일에 당신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비록 그것이 당신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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