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코 로드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0
멜리나 마체타, 황윤영 / 보물창고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여기 이야기 한 편이 있다.

자신이 본 가장 아름다운 길 위에서, 낙원으로 향하는 터널 같은 그 길에서
132분 동안 죽어가는 아버지를 지켜보고,
엄마의 참혹한 죽음을 오빠가 볼까봐 1센티미터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던 소녀,
나니의 이야기.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가...
어떤 설명도 없이 그 이야기에 섞여 든다.
테일러 마컴의 이야기이다.

무뚝뚝하고 좀처럼 마음을 열어보이지 않으며 잔뜩 웅크린, 자신의 가장 큰 상처는 스스로 닫아 잊어버린 소녀.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 유일한 소속감을 주는 것은 꿈속의 소년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시작된 그 날,
소년은 속삭인다.
"이제 때가 됐어!"하고.
나니의 아버지가 마지막 여정에 오르며 딸에게 했던 말을 그렇게 그대로.
그리고, 그 밤 테일러는 젤리코 기숙학교의 지휘관이 되어 사관 생도들과 시내 아이들과의 영토전쟁을 주도하게 되고
며칠 후, 유일한 보호자인 해너 아줌마가 아무 언질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이제 우리는 알게 된다.
처음 우리를 맞았던 눈물 섞인 그 이야기는 해너 아줌마가 남긴 원고 속 이야기라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일러는 '기도의 나무'에 새겨진 원고 속 이름들을 찾는다.
나니, 주드, 피츠, 웹, 테이트.
그리고, 그 이야기가 해너 아줌마의 이야기 그 이상임을 느끼고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간다.

가장 찬란한 삶의 시간에 너무도 큰 고통을 겪는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그렇기에 더 빛나는 그들만의 순수하고 강한 우정은 읽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적으로 만났지만
용기와 애정으로 함께 다섯 아이들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시내 아이들의 대표 샌탠젤로와 사관 생도 지휘관인 조나 그릭스.
엉뚱하고 둔하며 충동적이지만 신실하고 의리있는 벤, 감상적이고 충동적이지만 따스하고 세심한 라파엘라 역시
날카롭고 외롭고 차가운 테일러를 감싸안으며, 그녀의 빛과 온기가 된다.

그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과거와 엄마를, 행복한 기억을 찾은 테일러.

늘 아빠의 꿈을 꾸던 테일러가
아빠가 꾸었던 자신의 꿈, 그 땐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이의 꿈에 대해 듣는다.

한숨섞인 안도와 안타까운 슬픔 속에 책을 덮으니,
내 눈 속에
나란히 꽃씨를 심는 아름다운 다섯 아이들이 젤리코 로드에 서 있다.
그들은 알았을까?
여행과 여정의 차이를...

여행은 시작과 끝이 있지만,
여정엔 시작은 있을지언정 끝은 없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은
'그리고 삶은 계속되었다. '로 시작되고,
이 문장은 네 번 반복된다.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 문장이 나에겐 답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 문장은 이렇게도 들렸다.

'그리고 사랑은 계속되었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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