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티드 맨 - 문신을 새긴 사나이와 열여덟 편의 이야기 환상문학전집 3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시골 길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사나이.

온몸에 새겨진 이 남자의 문신은

'하나하나의 그림은 창문이고 그 너머에 움직이는 현실이 있는 듯'하다.

미래를 예언한다는 기괴하고도 매혹적인 이 열여덟 개의 문신들은

사나이가 잠든 동안 꿈틀거리며 살아나

열여덟 개의 이야기를 '나'에게 보여 준다.

 

하나하나,

전혀 다른 배경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이 펼쳐내는 열 여덟 편의 단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만한 느낌은 없다.

'인간'이라는 주제가 그것들을 묶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의 이야기들이지만...그 안의 '인간'은 다를 바가 없다.

과학이 주는 힘은 인간을 더 외롭고 잔인하게 만든다.

여기선 '과학'과 '문명'이지만.......

모든 힘은 가진 자에게 독이 되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이지만 욕망은 서로 부딪히며

광활한 우주 안에 자유로운 인간은 자신의 존재 또한 믿지 못하게 되고

평화로 포장된 세상은 거짓과 돈의 질서로 움직인다.

진실하고 따스한 이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인간이 달에 발을 딛기 20년 전인 1951년에 쓴 글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이 소설은

어떤 미래도, 인간이 추구하는 어떤 '발전'도

인간이 바뀌지 않는 한 똑같을 뿐이라는 사실을 제시한다.

그런 면에서  SF는 최고의 '극사실주의'를 내포한다 할 것이다.

 

사나이의 오른쪽 어깻죽지 비어 있는 자리는

곁에 머문 사람의 여생과 죽음을 보여 준다고 했다.

열 여덟 편의 이야기가 끝나면,

이 자리에 '나'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치기 시작한다.

 

그 예고된 미래는 많은 사람들과 같이,'나'마저 도망치게 한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 참혹한 미래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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