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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동안 제목은 눈앞에서 아련거렸던 책인데..
드디어 읽어보았다.
환타지와 뜨겁고 차가운 추리의 세상 속에서 잠깐 벗어나
내 마음에 조금의 온기를 주고 싶었기에..
80분 동안만 지속되는 기억력으로
80분마다 다시 시작되는 삶을 사는 천재 노수학자의 이야기.
평범한 사람이라면 동감할 '치 떨리는' 숫자들에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남자.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신발 사이즈를, 생일을, 전화번호를 물어보며
그 안에서 숫자들의 우주와 인연을 발견하는 사람.
그런 그에게 동화되어가는 화자 파출부는
어린 시절에 남자에게 버림받고 미혼모가 되어
악착같이 살아왔던 삶의 상처를
이 가엾은 수학자를 통해 치유받는다.
어린 시절부터 일하는 홀어머니의 아들로 혼자의 저녁시간에 익숙해진
아들까지...
아무리 숫자에 치를 떠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순수한 '수'에 대한 열정에 동화될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아울러, 인간 이전에 존재한 수의 세계 앞에 너무나 작은 인간을 자처하는
그에게서
인간이 '우주'에 대해 가져야 할 겸허함을 깨닫게 된다.
기대했던 만큼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나오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우주의 새로운 아름다움과 서로 다른 세대의 세 사람이 느끼는 애정 속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자꾸자꾸 실화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소설인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 박사가 실제의 인물이길 바라는 내 마음의 강한 소망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