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ㅣ 이야기 보물창고 17
이금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삼요병'이라는 못된 전염병.
엄마 아빠가 무슨 말을 해도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하고 입을 다물어버리는 아이들.
의사선생님이 내린 '매'라는 처방 때문에 아기코끼리 밤부는 그 말을 참고, 참고, 또 참아 보지만,
결국은 치료되지 못합니다.
아이들의 꼭꼭 닫힌 방문처럼 꼭꼭 닫힌 마음.
그 문에 걸린 경고 문구 - '들어오지 마시오'
아이들은 왜 이런 병에 걸린 걸까요?
엄마는 '옳은 것'을 보고, 가르치려 하죠.
하지만, 아이는 그저 '좋아하는 것'만 알죠.
어떻게 보듬어야 할까요?
사실, 아이들의 이 말들은
"내가 꼭 말해야 알아요? 엄만 다 알잖아요. "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걸 거예요.
우리가 세상 누구에게 또 이렇게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릴 수 있을까요?
그냥 아무 말도 안해도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엄마니까, 이런 말도 하게 되는 거겠죠.
아이들과의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 아마 시간만이, 사랑만이 이 불치병의 해독제일 거예요.
어른이 된 우린 감히 할 수 없는,
하지만 지금도 적잖이 외치고 싶은..그러면 가슴이 후련해질 것 같은 세 단어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가 이 책의 제목입니다.
같은 제목의 이야기를 포함해 네 개의 짦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죠.
첫번째 이야기 <기절하는 양>은 잔소리 안 듣고 야단 안 맞고 벌 안 서고 싶은 마음에
충격을 받으면 기절하는 양이 되고 싶다고 간절히 소망하는 승현이의 이야기입니다.
그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가면서 웃음이 납니다.
신나는 일만 하고 싶고, 싫은 일은 피해가고 싶은 마음은 아이들만의 것은 아니죠.
두번째 이야기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뒤엔 <열려라, 맘대로 층!>이 이어집니다.
집안 사정 때문에 학원을 다니지 못해 함께 놀 친구가 없다 보니, 엘리베이터를 친구삼게 된 하늘이.
경비 아저씨에게나 자장면 아저씨에게나 골칫거리인 아이지만,
저희 아파트에 있다면 저 또한 따끔히 야단쳤을 아이지만, 그 사정은 참 가슴 아픕니다.
마법처럼 맘대로 즐기고 맘대로 가질 수 있는 '맘대로 층'의 문이 열리지만.....
상상치도 못했던 난관에 부딪히죠.
아마, 하늘인 다시는 엘리베이터 장난을 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네번째 <누리는 꾸꾸 엄마>에는 드디어 완전히 사랑스러운 아이 누리가 등장하죠.
엄마의 생일 선물을 사겠다고 빨간색 돼지 저금통에 열심히 저금을 하며
'꾸꾸'라고 이름 붙여 안고 자고, 안고 다니지요.
너무너무 열심히 저금한 거라 엄마가 원하는 건 뭐든 다 사 줄 수 있다는 누리의 말에는
왠지 가슴이 찡해 와요.
어떤 동화 속 아름다운 공주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에 꼭 안아주고 싶어집니다.
이야기 속 아이들은
바로 제 아이 같기도 하고, 어린 시절 제 모습 같기도 합니다.
밉상이고 답답하지만, 그러면서도 껴안아주고 토닥거려주고 싶은 아이들...
그 마음에 귀를 기울여 잘 듣고 대답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