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백, 수천, 아니 수만 번 무심히도 지나쳐 온 은행나무들에게서 수백, 수천 아니 수만 개의 작고 앙증맞은 손을 보는 눈... 그 손들을 하나씩 하나씩 다 잡아 보고 싶은 마음... 이 눈과 마음은 어디에서 온 걸까? 그 눈과 마음을 나도 훔쳐 올 수 없을까? 시 하나가 끝날 때마다 웃음 짓다가 한숨도 지었다가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같은 세상에서 이렇게 하나하나 소중하게 느끼고 그 하나하나를 이렇게 투명하고 선한 언어로 들려 주는 시인을. 도토리를 줍는 데 정신이 팔려 듬직한 어깨를 가진 떡갈나무를 보려고 잠시 고개를 들 새도 없는 사람들 중 하나로 나도 살아왔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진다. 고개를 낮추고, 귀를 기울여 시인의 눈과 마음에 전염되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