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싶지 않아! 그림책 보물창고 47
지니 프란츠 랜섬 글, 캐서린 쿤츠 피니 그림,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읽은 제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이런 책이 나와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말하고 싶지 않아!"는 곧, 이런 제 마음이기도 하고
결혼생활에 불안을 느끼는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기도 하겠지요.

인간의 평균수명이 80년을 넘어가는 이 시대에
인간 수명이 30세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과거에 필요한 제도였던 결혼은
그 자체로 불합리한 과거의 유물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로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충실하겠다'는 영원의 약속은
이제 예전만큼의 무게를 지니지 못합니다.
그만큼 시대는 변하였고 우리는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죠.
아이들의 상처 말입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이혼은 최후의 선택이 됩니다.

책 속 아이의 부모님도 그러셨을 거예요.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아이의 방으로 들어오셨을까요?
아이만큼, 어쩌면 더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고민하셨을까요?

아이는 이 순간이 꿈이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귀를 틀어막고 소리를 질러서 이 순간을 끝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알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죠.
엄마, 아빠는 여전히 '엄마, 아빠'라는 것을요.
여전히 사랑받는 아이라는 것을요.

'이혼한 부모를 위한 지침'이 책의 말미에 빼곡히 세 페이지를 채우고 있어 제 마음을 더 무겁게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이 슬프지만, 그렇다고 외면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아이의 마음으로 가슴 두근거림을 억누르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가장 위로가 된 말은
"우리는 서로 다른 집에서 살게 되지만, 더 행복한 집이 될 거야."라는 아빠의 말입니다.
둘이 함께 있는 것보다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도 좋다는 판단이 선다면,
또 그것을 아이가 이해한다면
아이는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정말 더 사랑해 주어야겠죠.

두 개의 집을 갖게 된 아이들,
그 아이들이 정말 두 배의 사랑과 행복을 느끼게 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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