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먹는 남자 올 에이지 클래식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온몸이 흉터와 멍, 빛바랜 문신들로 뒤덮힌 남자 맥널티. 
무거운 수레바퀴를 들어올리고, 은 꼬챙이를 얼굴에 통과시키고, 불을 삼켰다가 내뿜는 것까지
돈만 내면 어떤 것이라도 보여주겠다는 그의 영혼은 전쟁의 상처로 망가져 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기라도 하는 듯 극한의 고통을 스스로 창조하고 감당하는 그는
혼란스런 기억과 자존감 속에 미쳐 있는 불쌍한 남자다.
평화롭고 행복한 소년 보비와 그의 가족들의 일상을 좀먹어가는 보이지 않는 전쟁의 공포는 그러기에 더 사실적이다.
간결하고 단순명료한 문체로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을 눈앞에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잔혹한 역사의 희생물인 맥널티는
진정, 우리 중 누구라도 그 같은 상황을 겪으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아픈 동시에 두렵고 외면하고 싶은 대상이 된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게 하는 중독성은
전쟁의 잔혹함과 대비되는 소설 속 평범한 인물들의 소박한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전쟁 이후 누구와도 삶을 나눌 수 없었던 외롭고 슬픈 맥널티가 보비 가족의 애정을 느끼며 
아무도 돈을 지불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불 묘기를 펼치는 장면은 정말 가슴이 찡하다.
보비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대신해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신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 또한 참 감동적이다.
소유와 지배에 대한 인간의 악한 욕망이 이런 아름다운 인성을 파괴하는 날이 다시는 오지 않기를......
기도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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