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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악에게 묻는다 - 누구나 조금씩은 비정상
김성규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2년 2월
평점 :
인간 악의 기원과 본질을 학술적으로 깊이 있게 고찰하고 연구한 책은 아니다.
인간의 악으로 지칭되거나 이해되는, 자주 사용되는 용어 & 관련 키워드를 골라
13개의 대표 주제를 선정하고, '영화와 역사 속 연관 사례,
심리학 및 정신분석학적 관점과 해석, 학자들의 연구 결과,
유명인의 명언, 교수인 저자의 경험과 통찰' 등을 섞어 솜씨 좋게 풀어냈다.
저자는 동국대 교수로서, 최우수 강의상과 최우수 연구상을 받은 분이고..
이 책만 읽어봐도 감동과 센스가 엿보이기에..왜 학생들에게 인정받았는지 알 것 같다.
책 내용도 강의 중에서 특히 반응이 좋았던 주제들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나는 좀 더 악의 실체를 깊이 조명한 무게감 있는 저서를 기대했기에,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읽으면서 더 생각하고 공감할 부분도 많은
잘 선택한 인문학 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의 정리와 결론에 늘 동의가 되었던 것은 아니다.
친구가 세월호 사건에 대해 한 마디 한 것을 듣고, 그를 사이코패스같다고 느끼고
사이코패스 파트에서 이를 연결시킨 저자의 결론이나 해석은 당황스러웠다;
남겨진 유족들이 안타깝고, 죽은 이들에 대한 애도와 슬픔으로 마음이 아픈 것은
국민 대부분이 그렇고 동의할 것이다.
저자 친구의 말은 소중한 사람을 잃었음에도 꽤 많은 보상금을 받았으니 되었다는
돈만 아는 합리성과 이기적 목적의식에 사로잡힌 사이코패스적 발언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세월호만 다른 애통하고 억울한 죽음들과 다르게 취급된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고 보인다.
친구가 했다는 말의 문구를 읽어 봐도,
단지 돈이면 되었다는 식의 의미는 아니었다고 생각되는데...
저자가 그런 의도와 배경을 분별할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아닐 텐데,
이런 적용은 아무래도 얄팍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 말 하나로 공감지능이 떨어진 사이코패스로 규정되어
인간관계에서마저 정리되어야 하고,
이렇게 책으로 이니셜 박제까지 되어야 하는지..
이런 무심하고 선동적인 판단과 결론이 나는 더 무섭고 위선적으로 느껴져서 놀랐다.
시종일관 눈을 뜨고 악에 의문을 제기하며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위력과 실체를 깨달아야 한다.
권위에 맹종해선 안된다. 무엇보다 인간에게는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
악은 단순하지 않다고...선과 악은 모호하게 엮여 있고,
바라보는 방식과 상황에 따라 판단이 엇갈리기 마련이라고~
인간의 연약함과 무능함, 어리석음 같은 불완전한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곁에 있던 친구는 술자리 말 한마디로 순식간에 사이코패스 사례가 되어 정리되는 마법...
이런 것이야말로 미처 자각치 못하는 악의 일상성과 평범성이 아닐까? 싶어 아이러니했다.
어쨌든 각 주제와 어울리는 영화와 감성적인 구성, 마무리가 흥미로웠고,
재밌게 읽었다. 문제의식을 갖게 해주는 책이라 물음표와 여운도 남긴다.
대학생들이 빠져들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은 주제와 호소력을 갖춘 메시지...
노잼 강의하시는 교수님들도 읽고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