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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장마르크 로셰트 지음, 조민영 옮김 / 리리 / 2022년 2월
평점 :
설국열차를 그린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여
궁금함에 보게 된 책이다.
(더불어 늑대라는 제목도 끌렸고~)
보통의 일반적인 만화책이라고 하기엔,
짧고 일상적이지만, 함축적으로 다가오는 대사와
진지하며 극사실적인 구성이 걸린다.
한마디로 웃긴 만화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수묵 풍경화 같은 느낌도 나는 멋진 그림,
실력 좋은 삽화로 잘 묘사한 한 편의 우화 같다.
동물 덕후인 나로서는 늑대 이야기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양치기인 주인공 할아버지 가스파르는
아들도 잃고, 아내도 잃고~
홀로 양치기 개인 보더콜리 막스를 의지 삼아
양 떼 300마리를 돌보고 기르는 사람이다.
어느날, 그동안 자신의 양을 많이 죽인~
용맹하고 영리한 암컷 하얀 늑대를 죽이고 만다.
그 암컷에게는 어린 새끼가 있었고..
새끼는 총에 맞아 죽은 엄마 늑대의 피를 핥으며 배고픔과 슬픔을 견딘다.
가스파르는 한 겨울을 맞아, 홀로 산에서 4개월동안
양떼를 지키며 추위와 배고픔, 외로움을 이겨내야 한다.
산양 사냥도 하고, 죽은 산양의 장기는 독수리에게 나눠주는 가스파르.
그걸 얻어 먹는 하얀 새끼 늑대~ 가스파르의 냄새를 느낀다.
사냥을 하는 흰담비와 여우도 지켜보며
배고프고 외로운 겨울 산의 시간을 보낸다.
묘하게 홀로 남겨진 하얀 늑대와 비슷한 가스파르의 삶...
그렇게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새끼 늑대의 복수가 시작된다.
그러나 정말 복수였을까?
그냥 새끼 늑대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생존 반응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가스파르는 막스와 양떼를 모두 잃어야 했다.
그리고 분노에 사로잡혀 늑대에게 일격을 가하다가
본인의 죽음을 예상하지만..
의외로 마지막 순간에 늑대는 빚을 갚는데...?!
"항상 늑대와 양치기는 어울려 살 수 없다고,
늑대냐 우리냐 둘 중 하나라"고 말하며...
늑대에게 강렬한 적대감을 갖고
늑대 죽이는 것을 정당화하던 가스파르는
극적으로 몸을 회복한 후..계절이 바뀌어~
다시 양 떼와 새로운 개도 갖게 된다.
그리고 이젠 늑대를 보면 먹이도 던져주고
공존을 위해 돌아설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
늑대가 있으면 가축이나 약한 들짐승,
혹은 사슴이나 멸종 동물의 개체수가 줄어들 수 있다며..
인위적으로 늑대를 죽이다가 오히려 자연생태계가 망가진 사례가 있다고 한다.
반면 늑대를 보호하고 늑대를 죽이지 않고 자연의 방법대로 내버려두자~
사슴의 수가 늘고 그 밖의 자연 생태계 구조 역시 더 튼튼해졌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늑대는 약한 동물의 냄새를 맡고,
아프거나 약한 놈부터 사냥감으로 삼아 먹는데..
그것이 전염병이나 유전적 질병의 전파를 막고~
동물의 튼튼한 개체수를 늘리게 만든다고 한다.
늑대의 먹이 동물들이 건강해지면서
또 다른 동식물과 생태계도 줄줄이 회복이 된다고~
그러나 그걸 모르는 인간은 늑대는 잡아먹으니 나쁜 동물,
사납고 인간에게 적대적이니, 죽여야 한다고 하고 날뛰다
오히려 질병이 퍼져 동물의 수도 줄어들고, 자연 생태계를 망치게 한 셈이다.
하얀 늑대와 양치기 가스파르의 공존을 보면서
그 기사가 절로 떠올랐다.
인간 중심의 단순하고 이기적인 사고와 관점이
(그저 돈과 이익, 편의만 쫓는~!)
얼마나 어리석고 미숙하며 파괴적인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짧은 한 편의 만화책이지만, 하얀 늑대 뿐 아니라
여기에 그려진 다른 동물들의 삶도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동물도, 가축도, 인간도 모두 짠하게 다가온다.
인간도 동물도 홀로 살 수는 없다.
때론 인간보다 더 가엾게 느껴지는 동물의 고통을 보는 것도 가슴 아프다.
뱀과 아이가,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행복하게 웃으며 공존 할 수 있다고 약속된 천국의 그날을 바라며..
이 땅에서도 그런 아름다운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