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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 ㅣ 민음의 시 243
허형만 지음 / 민음사 / 2018년 1월
평점 :
시에 이리 묘미가 많은 지 몰랐다. 단어 곳곳에 묘한 음색과 뉘앙스가 있다는 걸 서울에서 태어난 토박이가 40년이 되가도록 몰랐다.
다른 나라의 말들처럼 시끄럽고 요란하지 않은 한 단어의 몇개의 음절속에 단아한 뚯이 있다.
우리가 쓰는 언어에는 한국인 특유의 수수함과 단단함이 배여있다.
우리나라 말의 백미는 음운에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서양의 문학과 비교하자면 상징주의처럼 요란하지않고 오히려 자연주의에 가깝다. 정갈하고 소란스럽지않고 ..그냥 숲 한가운데 들어온 것같은 느낌의 글들이랄까..
모국어라 그런가 ..그의 편안함은 휘황한 영어나 한문처럼 지나치게 짜임새있는 글들이 만들어내는 운치와는 다르다.국어가 별 도움이 안된다는이유로 의도적으로 국어시간을 폄하가고 무시하는 건 우리한국인의 정신을 훼손하는 어리석은 일이다.영미권에서도 영어를 국어로 소중히 대하고 일본만해도 자신들의 와카나 고전을 얼마나 자긍심갖고 가르치는데 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의 문장들이 서늘한 샘의 물줄기같이 와 닿은다. 서정적이고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복잡한 도시생활에서 평온한 들판으로 데려간 느낌이랄까?
삶을 대하는 시선이 시에는 삶이 주는 기쁨뿐만 아니라 때로는 고독과 비애가 부처님앞에서도 나타난다. 역시 삶이란 건 기쁠 수만도 행복할 수 만도 없나보다.
돌아오는 설연휴에 요란하게 해외로 멀리 떠나지말고 조용히 텅빈 집에서 시한권을 끼고 고즈넉하게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자연인이라면 가슴이 시원해지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