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지하철을 타다 탐 철학 소설 1
김종옥.전호근 지음 / 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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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철학을 쉽게 풀어쓰고 설명하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철학은 기본적으로

깊이있는 성찰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성인에게도 만만하지 않은 철학이라 청소년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까닭에 어렵기만 한 공자님말씀을 청소년 입맛에 맞고 이해하기 쉽도록 재미있게

풀어낸 철학소설 <공자, 지하철을 타다> 가 반갑다.

제목뿐만 아니라 공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표지그림은 충분히 이목을 끌만하다.

2500년전 박제화된 공자를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공자로 끄집어내 현실감있게 다시 살려내서

청소년과 만나게 했다.  공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니 설정자체가 참신하지 않는가!! 

 

공자하면 공자왈 맹자왈이 생각나면서 삶과 상관없는 공허한 사상을 주장한 거라

생각되지만 구체적으로 지금 우리가 당면한 현실문제, 이를테면 영어공영화 문제, 장애인문제,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을 잘 버무려 공자 사상을 녹여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다.

영어공영화문제에 대해서 살펴보면

'글자가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조롭게 쓰이지 못한다. 말이 순조롭게 쓰이지 못하면 사람들은

아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인용하면서 모름지기 한자도 영어도 다 도구일 뿐이지 주인

노릇을 하게 하면 안 된다며 따끔한 쓴소리를 던지는 식이다.

자연스럽고 쉬운 문체라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 넘어간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공자의 모습을 봤듯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공자,맹자, 장자는 파격적인

변신을 한다.

그동안 공자를 관습적으로 생각해 온 꼬장꼬장한 고지식한 인물이 아니라 고전속에서 뛰쳐나온

공자는 음악을 좋아하는 발명가로 탈바꿈했다. 또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직접 세상을

고치기 위해 직접 몸으로 부딪쳐 가면서 개선을 외치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 인간적인 매력도 지녔다.

맹자는 놀랍게도 여자다. 두부 막걸이집을 운영하며 딸을 혼자서 키우는 맹자는 걸쭉한

입담까지 자랑한다. 공자와는 오랜 친구로 그의 주점은 정치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장자는 만성변비로 고생하고 농담을 일삼고 술을 좋아하는 백수다.

이런 공자가 장자, 맹자 등과 어울리면서 사회의 여러 측면에 대해 생각을 풀어 놓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다. 사실 위대한 사상가인 공자,맹자,장자 세 분은 같은 시대 사람들이 아님에도

이 소설에선 우리 시대로 모두 모셔서 지혜로운 말씀을 듣는 호강을 누리게 한다. 

 

 이미 2500년전 논어에 세상을 보는 , 상황에 맞는 말씀이 빠짐없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동안 케케묵은 과거의 설교훈화라 생각해온 논어가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녹아 있어

공자 사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원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챕터가 끝날때마다

원문풀이가 되어 있어 비교하기에도 좋다.

 

다른 무엇보다도 기억나는 공자님말씀은

"자식은 태어난 지 삼 년이 지난 뒤에 부모의 품에서 벗어난다."

(子三年不爲禮 禮必壞 三年不爲樂 樂必崩) 다.

 

"왜 옛날부터 부모상을 삼년상으로 하는지 아냐?" 라고 공자는 장자에게 질문한다.

 

"그건 아이가 제 부모 밑에서 삼 년 동안 매달려 있기 때문이야. 아이는 삼년 동안은 제

힘으로 살 수가 없지. 아이가 부모 품 안에서 사는 게 삼년이라서, 부모 돌아간 후에는

그걸 갚는 거야."

 

사실 그동안 조선시대 역사를 배울때 삼년상에 대해 너무 길고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깊은 뜻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물론 요즘은 현실적인 문제로

삼일로 끝내지만 공자가 말한 효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논어가 따분하다고 생각해왔던 청소년들에게 일단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공자 라는

글자만 보고서 공자왈 맹자왈 식의 도덕 교과서 같은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겉만 봐서는 모른다. 관심을 갖고 깊이 들여다봐야 감춰진 매력이 보인다.

이 책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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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장식미술 기행
최지혜 지음 / 호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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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버킷리스트중에 하나가 앤틱가구로 꾸민 집을 갖는 거다.

빅토리아 시대의 분위기있고 고급스러운 소파나 식탁과 우아하고 여성스런 로코코

양식의 벽장식을 하고 금채 장식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이는 프랑스 세브르자기로

포인트를 준 벽난로... 앤틱은 볼수록 빠져드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앤틱가구가 워낙 고가이다보니 자그마한 은스푼이나 시계, 액자같은

고풍스러운 소품이나  영국제품을 모방해서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생산된 리프로덕션

제품을 갖는걸로 타협하고 있다.  

 

이런 취향때문에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이미 나를 흥분시키는 책이였다.

런던 시내와 교외에 있는 옛 저택, 박물관 열 네곳을 선정해 16세기에서 19세기에 걸친

영국 장식미술품을 감상하며 여행하는 책이라니 저자가 무척 부러웠다. 언제가는

나도 이런 테마로 여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영국여행을 했었지만 누구나 다

가는 유명관광지만 찍고 온 여행이라 늘 아쉬움이 남았었다.

 

첫 시작은 1600년 무렵부터 현대까지의 런던 중산층 가정의 전형적인 거실을 보여주는

제프리 박물관이다. 건물의 긴 형태를 따라 시대별로 거실이 간결하게 꾸며져 있어서

4백년 장식미술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생활양식의 변천사를 공부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박물관의 현관문이다. 커다란 열쇠구멍 문양의 현관문은 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리를 과거로 이끌어사백 년 동안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통로라는 

의미를 준다.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로고 하나에도 메세지를 전해주는 듯해 마음에

들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관문이라는 의미에서 첫 시작을 이 곳으로 정한 저자의

탁월한 선택이 돋보였다.

 

두번째 방문지인 월리스 컬렉션은 나중에 꼭 가봐야겠다고 점찍어 놓았다.

마치 프랑스로 순간 이동한 듯한 느낌일 정도로 루이 14,15,16세때 프랑스 장식미술품으로

컬렉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통 새빨간 빛깔의 천을 두근 벽에 금색 찬란한 장식품들과 어우러져 있는 이 방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월리스 컬렉션만 더불어 클레이든 하우스도 점찍어 놓은 장소이다.  

워낙 앤틱스타일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지라 영화를 볼때도 항상 인테리어를 유심히 보는데

그 중에서도 영화 <마리 앙뚜와네트>는 18세기 프랑스의 우아하고 여성스런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로코코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볼수 있어 눈이 호강하는 영화였다.

화려하고 섬세한 반면 조악하거나 사치스러운 양식이라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지만

딱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기 때문이다.

클레이든 하우스가 바로 그런 로코로 스타일로 꾸민 영국 최고의 로코로 장식으로 인정받는

곳이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유려한 곡선과 복잡한 문양이 어우러져 있는 조각무늬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구불구불 우아한 곡선을 이루는 철제난간의 아름다움이란...게다가 이 계단은 철제들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단을 오르면 서로 부딪치면서 솨르르 촤르르 소리가 나도록 고안

되었다고 하니 어찌나 낭만적인지....물론 이제는 보수공사를 하는 바람에 그 우아한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하니 안따까울 뿐이다.

 

저자를 따라 영국 이곳저곳을 여행하다보니 영국은 옛 사람들이 남긴 많은 것을 소중하게

지키고 보존하며 때론 문화예술을 복원하기 위해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척 부럽게 느껴졌다.  서울시청을 새로 짓는다고 그 역사적 기록이 담긴 건물을 복원하지

않고 그냥 폭파하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본 기억이 있는지라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나보다.

그래도 요즘은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라 위안이 된다.

 

유럽 최고의 예술가들과 장인이 만든 예술품들을 보는 즐거움을 주는 이 책으로 인해

읽는 내내 행복했다.  인테리어에 관심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남들과 똑같은 동선으로

떠나는 여행에 식상한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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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검색 도감 자연 검색 도감
한영식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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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한창 곤충에 대한 사랑에 빠졌을 무렵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키운 적이

있었다. 처음엔  아무런 관심이 없었지만 곤충들이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다. 수시로 아이방에 있는 곤충 집 앞에 앉아서 먹이를 주기도

하고 깨끗한 톱밥으로 바꾸어 주기도 하면서  곤충의 습성을 알기 위해 곤충도감을

찾아보며 새로운 곤충의 세계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밤마다 딱딱딱 거리며 참나무를 갉아먹는 소리에 귀기울리기도 하고 젤리통에

머리를 완전히 박고 젤리를 정신없이 빨아먹는 모습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알을 낳고

참나무 위에서 노는 모습을 보니 키우는 재미 말고도 생명의 신비함과 소중함 등

배우는게 많았다.

 

사실 우리가 돌아보면 곤충은 우리가 사는 집과 주변에, 산과 들 모든 곳에서

그렇게 우리 곁에 항상 머물러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자연에서 만나는 곤충들에게

제대로된 이름을 불어준 기억은 많지 않다. 흔하고 많아 잘 구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저 벌레이겠거니 하며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아이가 곤충에 관심이 없었다면 곤충도감을 뒤적거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곤충검색 도감>은 나처럼 곤충에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이 곤충과 친구가 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자연에서 발견한 곤충의 이름과 꼭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는 곤충을 서식지별, 분류군별로 총 18목

212과 1004종의 곤충을 일목요언하게 소개하고 있다. 곤충의 서식지를 땅, 잎, 꽃,

나무, 물, 밤을 기준으로 6개 장에 나누어 실었기 때문에 발견된 장소를 토대로

곤충모습을 비교하면 쉽고 빠르게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포켓북으로 제작되어 있어 손쉽게 휴대할 수 있어 산이나 들판에서

곤충을 직접 관찰하고 체험하는데 도움이 된다. 크기가 작다고 내용이 빈약한 것은 아니다.

생태 사진과 크기, 출현 시기, 먹이, 형태 및 생태적 특징을 다룬 다양한 정보를

실었기 때문에 호기심을 만족시키기에도 충분하다.

 

이 책이 다른 곤충도감과 차별된 점은 곤충의 크기를 직접 측정할 수있는 '자'가 있어서

바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곤충의 종류에 따라 개체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크기를 알면 어떤 곤충인지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름을 모르는 곤충을 발견한다면,

비닐백에 넣어서 곤충 위치를 '자'의 영점에 맞추고 크기를 재서 측정한 곤충의 크기를

곤충검색 도감을 펼쳐서 확인하면 쉽게 곤충 이름을 알아낼 수 있어 무척 유용할 것 같다.

 

 

 

 

나름대로 곤충에 대한 책들을 보았는데도 대부분 처음 듣는 곤충들 이름이다. 

예전에 살던 집에 정원이 있어서 노린재를 많이 봐서 노린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노린재라는 곤충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내가 그동안 본 노린재는

갈색이거나 검정색등 단색인 것들만 봤는데 이 책을 보니 화려한 무늬를 띤 노린재들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았다.  

 

 

 

 

그 밖에 자벌레의 위장술을 소개하거나 매미가 우화하고 남은 탈피 껍질만 보고도 어떤

매미의 것인지 알수 있는 방법, 갑각류의 종류와 생활,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바뀌면서

나타난 귀화곤충에 대한 이야기 등 곤충 전반에 관한 지식을 '곤충 상식'으로 꾸민 코너도

눈길을 끈다. 뒷면에 곤충 이름 순으로 적은 ‘찾아보기’ 코너도 알차다.

 

 

 

책이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데 이 책은 가볍게 들고 나가서

곤충이 있는 자연 속으로 떠나기에 딱 적합하다.

 

미처 살펴보지 못했고 자연속에 숨어사는 생명들을 느끼기 좋은 봄날이다.

나들이 가기 좋은 요즘 도감을 들고 줄납작밑빠진먼지벌레, 홍다리주둥이노린재,

살짝수염홍반디 같은 재미있는 이름들을 가진 곤충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곤충의 이름을 물어보는 아이에게 곤충의 이름을 술술 알려줄 수 있는 멋진 모습도

보여줄 수 있고,  작고 보잘것 없는 것들에 대한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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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명로진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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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은 <칼의 노래>에서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땅에 꽃이 핀 것을 보고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라고 쓸 것인지 '꽃은 피었다'라고 할지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꽃이 피었다'는 꽃이 핀 사실을 객관적으로 쓴 말이고 '꽃은 피었다'는 꽃이

피었다는 객관적인 사실에 그것을 보는 사람의 주관적인 정서를 섞어 넣은 것이라

고민끝에 선택한 첫 문장이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였다.

 

조사 하나만 고쳤을 뿐인데도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긴 문장이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다 떠나 페허가 된 섬을 절묘하게 표현한

것이다. 슬픔을 강조하는 온갖 부사와 형용사를 현란하게 쓴것보다 단순한 문장이 

더 깊은 슬픔을 전해준다.

 

군더더기 없는 문체나 명료한 문장을 쓰는게 이렇듯 어렵다. 글쓰기의 달인인 김훈도

글쓰기의 고충을 토로하는데 나같은 일반인이라 말해 무엇하랴. 쓸 말이 머릿속에는

잔뜩 있어도 막상 글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단어 하나, 조사 하나를 고심해

몇 번이나 고쳐도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책>은 글쓰기에 자신이 없고, 지금보다 글을 좀 더 잘

쓰고 싶고,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만든 책이다. 저자인

명로진씨가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수강생들이 쓴 글을 보며 아쉬웠던 부분들을

정리해서 만든 책이라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준다.

 

행갈이와 들여쓰기같은 초보적인 글쓰기요령부터 시작해서 베껴쓰기로 연습하기,

불필요한 접속부사 빼기, 줄 바꾸기, 조사 활용법, 멋부리지 않는 글쓰기, 고치고 다듬는

법에 이르기까지 간단하고 적용하기 쉬운 글쓰기 방법을 30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챕터가 끝날때마다 심산, 도종환, 장영희, 박범신, 신영복 등 유명작가의 작품 한 소절씩

베껴쓰기 교본으로 실어 놓았는데 하루에 한 캡터씩 쓰면 부담도 없을 것 같아 한장씩

실천해 보고 있다.

 

그저 눈으로 읽기만 했을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노트에 베껴쓰기하면서 작가의

언어를 한 문장  한 문장 입안으로도 따라해보니 느낌이 달랐다. 작가가  이 글을 쓰면서

느꼈던 감정의 요동들이 소용돌이치며 다가오면서 마법처럼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문이

열려는듯했다.

안도현씨 말대로 "시집이라는 알 속에 갇혀 있던 시가 날개를 달고 내 가슴 한쪽으로

날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베껴쓰기 외에도 '쉽게 쓰라'는 챕터도 무척 유용하고 재미있었다. 글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읽기에 쉬운 글을 쓰는 것이 생각외로 정말 어렵다. 저자가 어려운

문장을 어떻게 쉬운 문장으로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문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호구지책을 강구하기가 힘들었다 -> 먹고살기 힘들었다.

타자적 욕망의 내면화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자 -> 남을 위해 살지 말자.

 

타자적 욕망의 내면화라는 말을 몇 차례 접할때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어렵게 쓰는 거지

하며 생각해 왔는데 한마디로 일갈하는 저자의 재치에 맞장구치며 읽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미덕은 이해하기 쉽다는 거다. 게다가 문장을 길게 쓰지 말고 잘라

써라 라는 저자의 글쓰기 방법으로 말하면, 상투적이지만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거다.

유머가 있고 정보를 주고 반전이 있으며 감동을 주는, 좋은 글의 조건에 다 부합하는

책이다.

한 장 한 장 읽는데 다 이해가 가고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라  ‘글’이란

걸 쓰려는 분이라면 한번 쯤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읽다보면 왠지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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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와 나 예술가와 나
밀라 보탕 글.그림, 이상미 옮김 / 한림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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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처음 명화를 접한 것은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이었지 싶다.

여섯살때부터 피아노학원에 다녔는데 피아노위에 그 그림이 걸려있었다. 물론 그때는

어떤 그림인지 몰랐지만 어린 눈에도 긴 금발과 예쁜 옷을 입고 있는 언니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것 같다.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

 

그 때의 기억때문인지 지금도 르누와르 그림을 보면 피아노앞에 앉아서 열심히

피아노를 치던 행복했던 기억이 아스라히 떠오른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어떠한

목적없이 순순하게 다가설때 더 의미가 잘 읽힌다. 그래서 늘 르누와르 그림은

나에게 행복한 느낌을 준다. 지금도 그림을 감상하고 미술관에 가는 것을 즐겨하는

것도 그런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아이들이 처음으로 감상하게 되는 그림이 중요하다. 아이의

마음속에 그림에 대한 씨앗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 씨앗이 자라서 예쁜 꽃을

피우기도 하고 튼튼한 나무가 되어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해 줄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미로운 색과 부드러운 선이 돋보이는 르누와르 그림은 아이들과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림이란 즐겁고 유쾌하며 예쁜 것이어야 한다. 세상에는 이미 불유쾌한 것이

너무 많은데 또 다른 불유쾌한 것을 만들어낼 필요가 어디 있는가.” 라고 '행복을

그린 화가'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는 르느와르가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그린 그림은 자신의 눈길이 머물렀던 기쁨, 가령 가족이나 풍경같은

아름다움과 행복의 세계를 자주 그렸다.

 

이 책은 프랑스 인상파로 유명한 르누아르의 다양한 그림을 소개하며 아이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다양한 질문을 하며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치 그림을 보는 것이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그 한 예로 이 책에 실린 그림에는 따로 그림제목이 없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이 그림에는 어떤 제목을 붙이면 좋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무척 재미있는

제목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책 마지막에 <책에 나온 작품>을 소개하며

그림제목과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 이름이 적혀 있으니 원제목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르느와르는 자신의 아이들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기 좋아했는데 이 그림은

'코코' 라는 애칭으로 불린 르느아르의 아들 클로드이다. 남자아이임에도

여자아이의 원피스를 입고 있는데 그 당시 남자아이들이 그랬다는 짧막한

설명만 적혀있다. 아이들과 왜 그렇게 했는지 그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상상해

보게하면서 그 당시 문화와 역사등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어른들의 눈에는 르누아르 화풍이 어떤 것인지 몇 작품을 보고나면 알 수 있겠지만

아이들은 쉽게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르누아르 그

림이 다른 화가가 그린 그림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비교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무척 효과적인것 같다. 

남녀가 같이 춤을 추고 있는 그림을 보여주는데 왼쪽의 무겁고 어두운 표정을 한 피카소의

그림과 사랑으로 가득찬 오른쪽 르누아르 그림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화가마다 표현법이

다르다는 것을 아이들이 직접 보고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봄이다. 생명력이 움트고 화사한 봄엔 왠지 작품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있는 색채의

마술사인 르느와르가 더 잘 어울린다.

모든 예술품을 감상하는 일이 그렇듯, 책을 통해 그림을 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실물을 자주 접해주는 것이 그림감상의 안목을 기르는 방법일 것이다.

비록 르느와르 진품을 보기 어렵지만 가까운 미술관에라도 아이와 함께 봄나들이 삼아

방문해서 그림감상해 보는 것은 어떻까 싶다.

물론 이 책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무척 즐겁다는 것을 경험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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