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와 나 예술가와 나
밀라 보탕 글.그림, 이상미 옮김 / 한림출판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내 기억에 처음 명화를 접한 것은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이었지 싶다.

여섯살때부터 피아노학원에 다녔는데 피아노위에 그 그림이 걸려있었다. 물론 그때는

어떤 그림인지 몰랐지만 어린 눈에도 긴 금발과 예쁜 옷을 입고 있는 언니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것 같다.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

 

그 때의 기억때문인지 지금도 르누와르 그림을 보면 피아노앞에 앉아서 열심히

피아노를 치던 행복했던 기억이 아스라히 떠오른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어떠한

목적없이 순순하게 다가설때 더 의미가 잘 읽힌다. 그래서 늘 르누와르 그림은

나에게 행복한 느낌을 준다. 지금도 그림을 감상하고 미술관에 가는 것을 즐겨하는

것도 그런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아이들이 처음으로 감상하게 되는 그림이 중요하다. 아이의

마음속에 그림에 대한 씨앗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 씨앗이 자라서 예쁜 꽃을

피우기도 하고 튼튼한 나무가 되어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해 줄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미로운 색과 부드러운 선이 돋보이는 르누와르 그림은 아이들과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림이란 즐겁고 유쾌하며 예쁜 것이어야 한다. 세상에는 이미 불유쾌한 것이

너무 많은데 또 다른 불유쾌한 것을 만들어낼 필요가 어디 있는가.” 라고 '행복을

그린 화가'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는 르느와르가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그린 그림은 자신의 눈길이 머물렀던 기쁨, 가령 가족이나 풍경같은

아름다움과 행복의 세계를 자주 그렸다.

 

이 책은 프랑스 인상파로 유명한 르누아르의 다양한 그림을 소개하며 아이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다양한 질문을 하며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치 그림을 보는 것이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그 한 예로 이 책에 실린 그림에는 따로 그림제목이 없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이 그림에는 어떤 제목을 붙이면 좋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무척 재미있는

제목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책 마지막에 <책에 나온 작품>을 소개하며

그림제목과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 이름이 적혀 있으니 원제목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르느와르는 자신의 아이들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기 좋아했는데 이 그림은

'코코' 라는 애칭으로 불린 르느아르의 아들 클로드이다. 남자아이임에도

여자아이의 원피스를 입고 있는데 그 당시 남자아이들이 그랬다는 짧막한

설명만 적혀있다. 아이들과 왜 그렇게 했는지 그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상상해

보게하면서 그 당시 문화와 역사등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어른들의 눈에는 르누아르 화풍이 어떤 것인지 몇 작품을 보고나면 알 수 있겠지만

아이들은 쉽게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르누아르 그

림이 다른 화가가 그린 그림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비교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무척 효과적인것 같다. 

남녀가 같이 춤을 추고 있는 그림을 보여주는데 왼쪽의 무겁고 어두운 표정을 한 피카소의

그림과 사랑으로 가득찬 오른쪽 르누아르 그림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화가마다 표현법이

다르다는 것을 아이들이 직접 보고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봄이다. 생명력이 움트고 화사한 봄엔 왠지 작품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있는 색채의

마술사인 르느와르가 더 잘 어울린다.

모든 예술품을 감상하는 일이 그렇듯, 책을 통해 그림을 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실물을 자주 접해주는 것이 그림감상의 안목을 기르는 방법일 것이다.

비록 르느와르 진품을 보기 어렵지만 가까운 미술관에라도 아이와 함께 봄나들이 삼아

방문해서 그림감상해 보는 것은 어떻까 싶다.

물론 이 책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무척 즐겁다는 것을 경험하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