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예술 찾기 - 예술 도시를 말하다 Newyork
조이한 지음 / 현암사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욕하면 생각나는 영화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뮤지컬 영화 <뉴욕 뉴욕>은

나에게 처음으로 뉴욕에 대한 로망을 심어준 영화다.

그래서 뉴욕을 처음 갔을때 나도 모르게 라이자 미넬리가 부르던 노래 한 구절

 If I can make it there, I can make it anywhere. It's up to New York,.

를 흥얼거리며 게으른 산책자가 되어 뉴욕거리를 걸어다니곤 했다.

 

뉴욕에 머물면서 다양한 얼굴을 지닌 뉴욕을 샅샅이 뒤져보니 역시 뉴욕은

예술의 도시로서 매력이 가장 빛나는 곳이였다고 기억한다.

 

<뉴욕에서 예술찾기>도 나처럼 저자 조이한이 예술의 도시 뉴욕의 매력에

푹 빠진 채 살았던 6개월간 미술관 경험을 풀어놓은 책이다.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 프릭 컬렉션, 브루클린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 미술관 기행이라는 주제에 집중하면서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뉴욕, 그리고

뉴욕의 미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근데 미술사인 저자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대단히 현실적이고 비판적이고 살짝

삐딱(?)한 감이 있다.

뉴욕에 대한 로망에 가득찬 사람들에게 모르면 그리고 관심없으면 안 보이는

진짜배기 뉴욕 현대미술의 모습을, 관행적으로 행하게 되는 예술 방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움직임을  날카로운 안목으로 지적한다.

 

세계 3대 미술관이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보면서는 이 세상에는

크기,높이,빠르기,넓이처럼 숫자로 매겨지지 않는 수 많은 가치가 존재함에도

'세계 3대'어쩌구 하는 순위 꼽기가 참으로 우스운 것이라고 꼬집는다.

 

미술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재스퍼 존스의 성조기 작품이

1,700만 달러(약 180억원)에 팔리다는 현 미술시장의 현실에 대해서는

"미술시장에서 어마어마한 가격표로 거래되는 것과 미적 가치는 사실상 별개다.

그 둘이 일치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 예술품의 가치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요즘의 미술시장

가격은 이성적이지 않다"고 비판한다.

뉴욕의 현대미술이 시장과 가격,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권력과 사회적 지위의

역사라는 것이 물씬 느껴지는 부분이다.

 

뉴욕 미술관의 진주로 꼽는 프릭 컬렉션에 대해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미술관 주인인 헬리 클레이 프릭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현장을 통해 얻은 이윤

으로 개인적 부를 축적하고 노동운동을 악랄하게 탄압하고 배후 조정한 자신의

과거를 덮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할 수 있는 계기로 미술 수집가라고 하는

타이틀을 이용한 것을 지적한다. 권위적이고 도도한 프릭 컬렉션 분위기에 예술이

원래 어떤 용도였는지가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음을

토로한다. 미술작품이 프릭의 호화로운 저택에 품위를 더해주는 장식일 뿐이라는

현실에.

 

또한 뉴욕을 샅샅이 뒤지며 건져 올린 뉴욕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가장 자유로운

도시라는 이미지지만 인종과 계층에 따라 주거지가 가장 심하게 분리된 도시라는

현실을 전하며 세탁기도 없고 공동 화장실을 사용해야 함에도 살인적인 집세에

빚으로 살아가는 뉴오커 이야기며 공공화장실이 없는 야박한 뉴욕의 화장실

인심이나 구역질이 치밀 정도의 악취가 떠도는 쓰러기 더미의 맨하튼 거리를

전해준다. 실제로 나도 미국에서 살면서 느꼈던 문화적 충격이였기에 무척 공감했다.

 

특히 저자가 어느 갤러리에서 보았다는, 머리에서 가슴까지 '더 원해'가 가득차 있는

그림은 더 싸게 더 많이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고 ,쇼핑함으로

존재하는 도시,소비함으로 존재하는 도시인 뉴욕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라 

다른 어떤 그림보다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것 아닌 것도 멋지게 보이고 엣지있게 보이는 뉴욕이 부리는

마술에 저자도 빠져 서로 충돌하는 극과 극의 이미지는 모두 뉴욕이 갖는 또다른

모습이라고 감싸안는다. 지저분한 길거리는 수준 높은 연주를 하는 거리의 약사들로

대치되고 통풍도 되지 않은 작은 숙소는 고풍스럽거나 현대적인 외관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잊혀 버려 그곳을 떠나는 순간 언젠가 다시 오겠구나 싶어지는 뉴욕의

매력만 기억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그림을 감상하는 저자만의 시선도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프릭 컬렉션에서 얀

베르메르의 <여주인과 하녀>을 보았을 때 일상의 한순간을 무심한 듯 포착한 이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극적인 사건이 없는 이런 일상적인 순간을 그린것이 그리 대단한 걸까?

솔직히 그런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내게 저자는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무심코 흘려버리는 한순간이 화가의 눈에 잡히고 그 순간을 영원의

순간으로 변화시킨 그림을 보고나면 주변에 나무와 풀과 산을 새로운 눈으로 보며

길거리에, 방 안에,옷에 비치는 빛에 경이로운 눈길을 보내게 된다고. 그들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신기하거나 아름답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한순간,한 장면을. 그래서 그것이 화가의 놀라운 점이라는 것을.

 

저자의 색다른 시선의 미술 감상법은 사실 그림을 그린 화가와 소통할 수 있는

미술감상의 가장 기본적이고 1차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늘 그렇지만 미술을 감상하는 데는 한 가지 방법만이 아님을 또 한번 깨닫는다.

그녀의 시선처럼 그림을 감상하다보면 화가가 의도한 새로움을 찾기 위해 그림을

꼼꼼히 살피게 되고, 이미 익숙한 그림도 달리 보이게 될 것 같다.

 

저자가 소개하는 한 점, 한 점의 그림이 가진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뉴욕의

미술을 다 섭렵한 듯한 만족감이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조이한이라는 저자의

취향, 생각들이 그림 이야기와 어울려져 그 작품의 의미를 좀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랑 코드가 맞는 저자의 시선이 이 책이 지닌 매력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 여자집 2011-11-28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