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장식미술 기행
최지혜 지음 / 호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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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버킷리스트중에 하나가 앤틱가구로 꾸민 집을 갖는 거다.

빅토리아 시대의 분위기있고 고급스러운 소파나 식탁과 우아하고 여성스런 로코코

양식의 벽장식을 하고 금채 장식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이는 프랑스 세브르자기로

포인트를 준 벽난로... 앤틱은 볼수록 빠져드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앤틱가구가 워낙 고가이다보니 자그마한 은스푼이나 시계, 액자같은

고풍스러운 소품이나  영국제품을 모방해서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생산된 리프로덕션

제품을 갖는걸로 타협하고 있다.  

 

이런 취향때문에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이미 나를 흥분시키는 책이였다.

런던 시내와 교외에 있는 옛 저택, 박물관 열 네곳을 선정해 16세기에서 19세기에 걸친

영국 장식미술품을 감상하며 여행하는 책이라니 저자가 무척 부러웠다. 언제가는

나도 이런 테마로 여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영국여행을 했었지만 누구나 다

가는 유명관광지만 찍고 온 여행이라 늘 아쉬움이 남았었다.

 

첫 시작은 1600년 무렵부터 현대까지의 런던 중산층 가정의 전형적인 거실을 보여주는

제프리 박물관이다. 건물의 긴 형태를 따라 시대별로 거실이 간결하게 꾸며져 있어서

4백년 장식미술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생활양식의 변천사를 공부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박물관의 현관문이다. 커다란 열쇠구멍 문양의 현관문은 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리를 과거로 이끌어사백 년 동안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통로라는 

의미를 준다.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로고 하나에도 메세지를 전해주는 듯해 마음에

들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관문이라는 의미에서 첫 시작을 이 곳으로 정한 저자의

탁월한 선택이 돋보였다.

 

두번째 방문지인 월리스 컬렉션은 나중에 꼭 가봐야겠다고 점찍어 놓았다.

마치 프랑스로 순간 이동한 듯한 느낌일 정도로 루이 14,15,16세때 프랑스 장식미술품으로

컬렉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통 새빨간 빛깔의 천을 두근 벽에 금색 찬란한 장식품들과 어우러져 있는 이 방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월리스 컬렉션만 더불어 클레이든 하우스도 점찍어 놓은 장소이다.  

워낙 앤틱스타일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지라 영화를 볼때도 항상 인테리어를 유심히 보는데

그 중에서도 영화 <마리 앙뚜와네트>는 18세기 프랑스의 우아하고 여성스런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로코코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볼수 있어 눈이 호강하는 영화였다.

화려하고 섬세한 반면 조악하거나 사치스러운 양식이라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지만

딱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기 때문이다.

클레이든 하우스가 바로 그런 로코로 스타일로 꾸민 영국 최고의 로코로 장식으로 인정받는

곳이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유려한 곡선과 복잡한 문양이 어우러져 있는 조각무늬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구불구불 우아한 곡선을 이루는 철제난간의 아름다움이란...게다가 이 계단은 철제들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단을 오르면 서로 부딪치면서 솨르르 촤르르 소리가 나도록 고안

되었다고 하니 어찌나 낭만적인지....물론 이제는 보수공사를 하는 바람에 그 우아한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하니 안따까울 뿐이다.

 

저자를 따라 영국 이곳저곳을 여행하다보니 영국은 옛 사람들이 남긴 많은 것을 소중하게

지키고 보존하며 때론 문화예술을 복원하기 위해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척 부럽게 느껴졌다.  서울시청을 새로 짓는다고 그 역사적 기록이 담긴 건물을 복원하지

않고 그냥 폭파하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본 기억이 있는지라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나보다.

그래도 요즘은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라 위안이 된다.

 

유럽 최고의 예술가들과 장인이 만든 예술품들을 보는 즐거움을 주는 이 책으로 인해

읽는 내내 행복했다.  인테리어에 관심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남들과 똑같은 동선으로

떠나는 여행에 식상한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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