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지하철을 타다 탐 철학 소설 1
김종옥.전호근 지음 / 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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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철학을 쉽게 풀어쓰고 설명하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철학은 기본적으로

깊이있는 성찰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성인에게도 만만하지 않은 철학이라 청소년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까닭에 어렵기만 한 공자님말씀을 청소년 입맛에 맞고 이해하기 쉽도록 재미있게

풀어낸 철학소설 <공자, 지하철을 타다> 가 반갑다.

제목뿐만 아니라 공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표지그림은 충분히 이목을 끌만하다.

2500년전 박제화된 공자를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공자로 끄집어내 현실감있게 다시 살려내서

청소년과 만나게 했다.  공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니 설정자체가 참신하지 않는가!! 

 

공자하면 공자왈 맹자왈이 생각나면서 삶과 상관없는 공허한 사상을 주장한 거라

생각되지만 구체적으로 지금 우리가 당면한 현실문제, 이를테면 영어공영화 문제, 장애인문제,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을 잘 버무려 공자 사상을 녹여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다.

영어공영화문제에 대해서 살펴보면

'글자가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조롭게 쓰이지 못한다. 말이 순조롭게 쓰이지 못하면 사람들은

아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인용하면서 모름지기 한자도 영어도 다 도구일 뿐이지 주인

노릇을 하게 하면 안 된다며 따끔한 쓴소리를 던지는 식이다.

자연스럽고 쉬운 문체라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 넘어간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공자의 모습을 봤듯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공자,맹자, 장자는 파격적인

변신을 한다.

그동안 공자를 관습적으로 생각해 온 꼬장꼬장한 고지식한 인물이 아니라 고전속에서 뛰쳐나온

공자는 음악을 좋아하는 발명가로 탈바꿈했다. 또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직접 세상을

고치기 위해 직접 몸으로 부딪쳐 가면서 개선을 외치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 인간적인 매력도 지녔다.

맹자는 놀랍게도 여자다. 두부 막걸이집을 운영하며 딸을 혼자서 키우는 맹자는 걸쭉한

입담까지 자랑한다. 공자와는 오랜 친구로 그의 주점은 정치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장자는 만성변비로 고생하고 농담을 일삼고 술을 좋아하는 백수다.

이런 공자가 장자, 맹자 등과 어울리면서 사회의 여러 측면에 대해 생각을 풀어 놓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다. 사실 위대한 사상가인 공자,맹자,장자 세 분은 같은 시대 사람들이 아님에도

이 소설에선 우리 시대로 모두 모셔서 지혜로운 말씀을 듣는 호강을 누리게 한다. 

 

 이미 2500년전 논어에 세상을 보는 , 상황에 맞는 말씀이 빠짐없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동안 케케묵은 과거의 설교훈화라 생각해온 논어가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녹아 있어

공자 사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원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챕터가 끝날때마다

원문풀이가 되어 있어 비교하기에도 좋다.

 

다른 무엇보다도 기억나는 공자님말씀은

"자식은 태어난 지 삼 년이 지난 뒤에 부모의 품에서 벗어난다."

(子三年不爲禮 禮必壞 三年不爲樂 樂必崩) 다.

 

"왜 옛날부터 부모상을 삼년상으로 하는지 아냐?" 라고 공자는 장자에게 질문한다.

 

"그건 아이가 제 부모 밑에서 삼 년 동안 매달려 있기 때문이야. 아이는 삼년 동안은 제

힘으로 살 수가 없지. 아이가 부모 품 안에서 사는 게 삼년이라서, 부모 돌아간 후에는

그걸 갚는 거야."

 

사실 그동안 조선시대 역사를 배울때 삼년상에 대해 너무 길고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깊은 뜻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물론 요즘은 현실적인 문제로

삼일로 끝내지만 공자가 말한 효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논어가 따분하다고 생각해왔던 청소년들에게 일단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공자 라는

글자만 보고서 공자왈 맹자왈 식의 도덕 교과서 같은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겉만 봐서는 모른다. 관심을 갖고 깊이 들여다봐야 감춰진 매력이 보인다.

이 책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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