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의 시대 - 강준만이 전하는 대한민국 멘토들의 이야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야흐로 책 제목대로 멘토의 시대다. 텔레비전을 켜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으례

멘토가 나오고, 신문을 보면 대학생 멘토가 전해주는 공부의 비법같은 노하우가 즐비하다.

인터뷰 기사를 보면 당연한 듯이 당신의 멘토는 누구냐 라는 질문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책 제목도 멘토가 들어가는 책들이 넘실거린다. 

기원전 그리스 사람인 멘토르에서 따온 멘토라는 이름은 '스승'이라는 말대신 더 많이

쓰이게 되고 왠지 더 있어 보인다.

 

사실 멘토들이 하는 말은 위로나 공감, 원론적인 수준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정도임에도

그것에 위안받고 상처가 아무는 것을 보면 멘토링이 거창한 개혁같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작년에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을때 '아니 이 정도의 위로와 말에 청춘들이 감사하고 눈물을 흘리나'라고 청춘의

나약함에 대해 삐딱한 시선으로 봤는데 그야말로 "그까짓 위로로 무엇이 달라지느냐'라고

폄하할 문제가 아니었다.

 

강준만 교수도 그 점에 주목했다. 고민과 좌절과 상처로 마음의 출발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 위로는 그 어떤 사회과학적 메시지보다 더 값진 것일 수 있음은

간파하였다.

그래서 희망이 위로가 되고 위로가 희망이 되는 시대에 대표적인 멘토 12명을 꼽아 그들이

던지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살펴보고 왜 이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멘토가 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탐색했다.

 

또한 멘토에 대한 유형 분류를 시도하였는데, 이를테면 안철수는 선망형 멘토로,인격,

품위형 멘토로는 문재인을, 순교자형 멘토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김어준은 교주형 멘토로

분류하였다.

 

모든 분들이 나름대로 내 관심을 끌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찾아서 읽어본

멘토는 박원순 시장님 부분이었다.

텔레비전을 틀면 나오는 부정부패와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 치솟은 물가 등 짜증나는

기사들이 넘치는 요즘에 유일하게 살맛나는 이야기를 던져주는 분이기 때문이다.

 

선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불도우저처럼 강력하게 밀어부쳐서 해 나가는 서울시정

활동은 사회정의에 갈증을 느껴온 나에게 벅찬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온라인으로 시장취임식을 하는 신선한 충격을 주며 시작한 시장직의 면면를 보면 말만

앞세우고 이미지 관리에만 주력한 전직 시장들과는 질적으로 다름이 느껴지며 철저하게

실천을 앞세우는 모습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분이다.

강준만 교수도 역할 모델이 예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을 희생하며

강한 신념과 열정으로 시민운동가의 길을 간 삶의 모습때문에 순교자형 멘토로

규정하였다.

 

12명의 멘토들에게 각각의 일정분량을 할애했지만 저자의 의도를 보면 아무래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호감을 느낄 수 있다. 12명 중에서 1번으로 꼽은

것도 그렇고 분량도 꽤 많다. 12명 모두에게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저자가 서문에

밝힌바대로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분위기이지만 안 원장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나 또한 안 원장에 대한 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오죽하면 아들의 선생님으로 안 원장이

나오는 꿈까지 꾸었겠는가^^)저자의 시각에 공감하였다.

지긋지긋한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안 원장이 "제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면서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라고 말했을때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특정 이념이나

노선을 지지하면 모든 문제를 일관된 성향을 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관습에 한방을

먹인 것이다. 강준만도 안철수를 두고 좌우니 진보-보수니 하고 따지는 건 무의미하고

그런 구분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거라 못 박는다.

 

그가 꼽은 안철수의 매력으로 <무릎팍 도사>와 청춘 콘서트 등 엔터테인먼트 코드를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신세대라는 점이였는데 이런 재미를 주는 멘토링서비스를

정당에도 적용하자는 흥미로운 제안을 마지막으로 던진다.

10대들이 교회를 재미있으니까 간 것 처럼 정당도 재미를 주는 각종 멘토링 서비스를

통해 대중을 유인하면 정치가 혐오와 저주의 대상에서 민생의 한복판에 들어서게 하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 근거로 이 책에서 다룬 멘토들이

멘티들에게 재미를 주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든다.

정치를 살리지 않으면 모든 멘토링은 위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말에 공감하기

때문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제안이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방법인 듯 하다.

나꼼수가 정치의 대중화를 이룩한 것도 결국 정치에 재미를 추구한 것이니 말이다.

 

나꼼수에 대한 호불호가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김어준을 판단하기 이전에 그는 인생

상담을 해온 진짜 전문 멘토임을 사람들이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가 쓴

<건투를 빈다>나 라디오 방송 <색다른 상담소>같은 것은 인생상담이 주제고 탁월한

멘토링으로 매우 알찬 내용을 보여주었다. 나도 먼저 자신에 대한 공부부터 해야하며

자신을 객관화하라는 말에 많은 도움을 얻기도 했다. 저자도 김어준에 대해 편견없이

바라보는 것같아 왠지 기분이 좋다. 다른 멘토들의 말도 새겨들어야 할 말들뿐이지만

김어준편은 꼭 읽어 보았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김어준이 주장하는 명랑사회 구현은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명랑

사회란 모든 국민들이 즐겁게 웃으며 명랑하게 생활할 수 있는 멋진 사회다.

나는 우리나라가 넙대대한 포용력의 나라였으면 정말 좋겠다는 그의 말이 좋다. 내가

동조하지 않는 것도 그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

나도 그처럼 명랑사회인 그런 대한민국을 꿈꾸고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 여자집 2012-06-11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