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시토 1~7 세트 - 전7권 명탐정 시토 시리즈
안토니오 G. 이투르베 지음, 알렉스 오미스트 그림, 김미화 옮김 / 풀빛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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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이를 위한 탐정 만화가 나왔습니다. 이제 코난의 시대는 가고 시토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춤한 추리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명탐정 시토를 만나볼까요~

 

사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남을 능가하는 사람이 바로 명탐정이라 불리듯 시토도

뛰어난 관찰력으로 여러 단서를 조합해 사건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세계적인

명탐정입니다.

알쏭달쏭 이상하고 무척 어려운 사건만 담당하는 부서가 바로 시토가 일하는 곳입니다.

셜록홈즈에게는 왓슨이라는 조수가 있듯 시토에게도 늘 저기압인 트루에노스 서장이

소개해준 칭칭이라는 조수가 있습니다.

평균보다 작은 체구의 땅딸보 아저씨로 늘 황토색 코트와 모자를 쓰고 다니는 시토와

달리 칭칭은 말총머리를 한 꺽다리 중국인으로 늘 '용(龍 )'이라고 쓰여진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이 처음에는 안 어울릴 듯 하지만 1편부터 7편까지 두 사람은 

같이 어려운 사건들을 멋지게 해결하면서 점점 명콤비가 되어가는 모습을 유머 가득한

그림으로 그려 즐거움을 줍니다. 

 

 
 

대부분의 명탐정이 그렇듯이 시토도 자신만의 추리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특별한

방법은 바로 시토가 가지고 있는 만능 돋보기 세트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모두 10개의

돋보기가 세트구성으로 필요할때마다 적재적소에 나타나 단서를 찾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수사 도구입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돋보기는 1번 돋보기로 뭐든지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유용한 슈퍼 확대

돋보기입니다. 야간 수사를 할 때 도와주는 3번 손전등 돋보기, 볼펜이 달린 4번 돋보기,

삽이 달린 기발한 5번 돋보기, 7번 전화 돋보기도 단서를 잡는데 한 몫 합니다.

그 밖에 평상시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선풍기가 있는 10번 돋보기, 태양에너지로

튀길 수 있는 2번 프라이팬 돋보기, 진공청소기가 달려 있는 9번 돋보기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8번 돋보기는 딸기 막대 사탕 돋보기로 이 돋보기를

빨면 머릿속에 아주 기막힌 생각이 떠오르게 하는 돋보기입니다.

 

 

 

 

 

  

 

 

 

 

이 책이 더욱 매력적인 점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도 탐정의 필수자질인 관찰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입니다. 각 권의 마지막 장에서는 책 속에 숨어있는

테니스 공, 축구공, 달팽이, 종이 조각배등을 찾아보게 하는 미션을 주어 아이들도

시토같은 탐정이 되어 보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또한 각권에 한 권씩 퍼즐이 딸려 있는데 표지와 똑같기 때문에 아직 퍼즐이 서툰 아이들도

책과 같이 놓고 맞추면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퍼즐 맞추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인 경우 친구들과 누가 더 빨리 퍼즐을 완성시킬 수 있는 지 겨루어

보는 것도 재미를 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가 잘 살아있고 생동감 넘치는 유머러스한 이야기때문에 추리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쉽게 이야기에 집중해서

책 읽는 재미를 맛 볼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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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 강제윤 시인의 풍경과 마음
강제윤 지음 / 호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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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섬 풍경과 길에 얽힌 이야기, 바람이 전하는 사진이

있고 가슴 깊숙이 다가오는 시가 있어서다.

 

 

요즘의 시골은 도시의 연장이어서 아스라한 추억이 없다. 논과 밭에 우후죽순 아파트와

건물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그나마 섬만이 육지에 비해 개발의 여지가 덜해 곳곳마다

섬마다의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강제윤 시인도 그래서 섬 여행을 하나보다. 한국의 모든 섬을 걷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금까지 300여 개의 섬을 걷고 기록해 왔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섬 이름만 해도 독거도, 연도, 노회도, 지심도 등 낯선 섬 이름들이다.

 

'강제윤 시인의 풍경과 마음'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여행지의 풍경이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 품고 있던 생각과 마음들이 섬여행에 투영시켜 보여준다.

섬을 다니면서 찍은 수 만장의 사진에서 고르고 고른 것이라 그런지 그저 바라만 봐도

마음이 치유될 듯한 섬 곳곳의 아름다운 비경들이다. 하지만 단지 아름답기만 하고 감탄만

해서는 안 된다. 사진이 자꾸 말을 걸기 때문이다.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행자

자신만의 감성이 살아 있기때문에 깊이 있게 들여다 봐야한다. 잘 보인다고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은 때론 글보다 더 깊은 상상의 숲으로 이끌기 때문에 그 뒤에 구불구불하게

감춰진 은유를 찾아야 한다. 가 보지 않은 먼 그 곳의 이야기도 조금조금 들려준다.

어떤 사진은 삶이 주는 고단함이 보이고

어떤 사진은 아련한 그림움이 보이고

어떤 사진은 오래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도 그렇다. 문장을 읽을 때마다 긴호흡이 필요하다. 문장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힘든 시기에 사는 우리들이 개발로 인해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무언지 그 소중함과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라고 묵직한 질문을 해댄다.

그래서 그 많은 시 중에서 '길의 참 뜻'이라는 시가 인상적이다.

 

자신과 소통하고 자연과 소통하고 세계와 소통해야 하는 사유의 길이

도시의 길들은 자동차와 온갖 장애물들의 위협으로 더 이상 생각에 몰두해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라 오로지 통로로서의 기능만 할뿐이라는 안타까움, 많은 길들이

사유의 확장 기능을 되찾을 때 이 소란하고 얕은 세상에서 우리의 삶이 더 깊고

고요해질 거라는 믿는 시인의 마음이 절절히 다가온다.

 

'두려움'이란 시을 읽으며 진정한 나눔에 대한 생각에 한참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나누지 못하는 것의 근원은 소유욕이 아니다.

불안이다.

모자랄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래서 다 쓰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나누지 않고 자꾸 쌓아주려 한다.

나 또한 그러하다.

배낭 하나 메고 떠도는 삶이지만 나날이 배낭은 무거워진다.

 

나에게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소중한 것들을 아낌없이 나누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리라.

 

삶에 대한 생각, 늙음에 대한 생각, 욕심에 대한 생각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자꾸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보다보니 문득 섬에 가고 싶다. 섬은 걷기에 좋은 곳이다. 저자처럼 아름다운

섬들을 쉬엄쉬엄 걸으며 사유하고 길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나뿐만이

아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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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스케치 노트 스케치 노트
아가트 아베르만스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트북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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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미술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였다. 그림을 못 그려서 창피했기 때문에 늘

주눅이 들어있었다. 12년의 미술교육시간은 그림을 잘 그리게도 하지 못했고

즐기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그림을 즐기게 된 것은 성인이 되서였다. 내 그림을 평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그림을 잘 그려보고 싶다는 소망이 숨쉬고 있는지 스케치

잘 하는 법이나 그림 잘 그리는 요령 같은 책들이 새로 나오면 늘 서점에서 뒤적거리게

된다.

 

<자연 스케치 노트>는 자연에서 만나는 동물과 식물, 곤충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다. 생물에게서 찾을 수 있는 형태와 볼륨 같은 기초부터 피부와

털 같은 섬세한 묘사를 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저자만의 그리기 노하우를 잘 기록하고

있다.

 

책 표지부터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그려진 딱따구리나

연필로 그려진 포근한 느낌의 토끼 스케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 흔히 동물의 머리부터 그린다거나 식물의 줄기부터 그린다거나

무작정 보이는대로 그려나가다 보면 전체적인 비율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형태를

파악하지 않고 그리기 때문에 나오는 실수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서는 처음에

형태와 볼륨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공, 원통, 원뿔 등 세 가지 기본 형태는 거의 모든

생물에게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형태를 파악하면 훨씭 쉽게 볼륨을 마음속에 그려

볼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공은 머리와 새의 몸통, 일부 꽃봉오리를 그릴 때 쓰이고 원뿔은 꽃이나 새의 부리를

그릴 경우 기본이 될때가 많다.

그러니 이런 원, 원통, 원뿔들의 형태를 연결하여 동물이나 식물 모양을 구성하여 그리면

비율에 어긋나지 않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새 그림도 무턱대로 그리지 많고 달걀 형태의 원 두 개로 이루워져 있다는 걸 기억하면

자연스럽고 멋진 새 스케치를 그릴수 있는 것이다.

 

 

 

연필로 그림자를 넣는 방법이나 여러 자연물들의 질감을 표현하는 방법 등 유용한 팁이

많아서 초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보색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느낌의 그림자를 그리는

방법이였다. 그림을 그릴때 스케치는 그럭저럭 하다가도 색칠을 하다보면 내가 의도한것과는

다른 완성된 그림을 보고 좌절할 때가 많았다.

그런 좌절감을 조금은 완화시킬 수 있는 팁이 바로 보색을 이용한 그림자 그리기다. 노란색의

반대색은 보라색인데, 많은 양의 노란색에 보라색을 아주 조금 섞고 물을 아주 많이 섞으면

같은 색조의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그런 방법으로 파란색일 때에는 아주 약간의 주황색을,

빨간색일 때에는 아주 약간의 녹색을 섞어서 그림자를 넣어 주면 자연스러운 그림자가

그려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미리 알았더라면 학창시절의 미술시간이 좀 더 신났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의 친절함은 스케치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을 색칠하며

완성해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번호를 하나하나 매겨주어서 그 순서대로 해나가면 어렵지 않게

색칠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저자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한 작품마다 채색에 필요한 색들을 색 팔레트로 나열하였는데, 이것을 통해 색깔의

차이점과 느낌을 익힐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색깔이름이 무척 생소해서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초록개구리 한마리 그리는 데 초록 색깔이 몇가지가 들어가는지 그러

연두, 초록 , 청록색 정도만 알고 있는 나에겐 외계어같았다.

샙그린, 크롬 그린 옥사이드, 페릴렌 그린, 코발트 그린 등 뭔 그린색깔이 이리도

많은지 색 팔레트를 보고 대충 파악은 했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 색깔을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좀 난감했다.

 

 

이처럼 쉽지 않은 내용도 있지만 그래도 스케치의 기초나 색칠의 기본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으니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자기 수준에 맞는 것부터 시작하면 무척 유용할

이야기가 보물처럼 많다.

 

이 책을 읽다보니 꾸준히 조금씩 따라하다보면 나도 멋진 개구리 한마리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생생한 스케치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멈춰서서 찬찬히 바라보고 자연을 존중해야 함이 우선이라는 저자의 말을 잊지 말고

새겨야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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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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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더위가 찾아왔다. 더위를 식히는데는 머리를 차갑게 식어버리게 하는

서늘한 미스터리 소설이 최고다. 그것도 '제노사이드'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야마다 후타로상을 받은 다카노 가즈아키 작품이라면 금상첨화다.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책 한 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슈헤이'는 고급맨션을

사고 사랑하는 아내 '가나미'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나간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아내의 임신소식에 자신들의 경제 상태를 저울질해보던 슈헤이는 아내에게 중절 수술을

제안한다. 수입이 불안정한데다 새 집을 사는 데 돈을 쏟아부어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에게는 아빠가 되는 것보다 자신의 힘으로 쌓아 올린 맨숀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미루자는 남편의 말에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채 가나미는 중절 수술을 받기로 약속한다.

 

그 후부터 부부에게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남편은 모습도 없이 누군지 모르는

여자가 초인종을 누르며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목소리를 듣게 되고 아내는 본 적 있는

임신부가 계속 자기 뒤를 쫒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수술을 받는 날 가나미는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며 기절하는 바람에 수술은 다음으로

미뤄지고 다른 여성이 몸에 들어와 있는 빙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정신과 의사인 이소가이는 가나미가 해리성 빙의 장애라 여기고 치료를 시작하지만

가나미 빙의 증세는 날로 심해지기만 한다.

왜 가나미가 빙의 증세를 보이는지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은 녹록하지 않다. 

인물들의 속내가 마치 양파 껍질처럼 하나씩 드러나면서 점점 이야기는 복잡하게

꼬여가고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이번 작품에서 다카노 가즈아키는 쉽게 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잘못 접근하면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중절 수술을 과감히 작품의 소재로 선택했다.

그동안도 <13계단>에선 사형제도의 모순과 <제노사이드>에선 대량학살이라는

사회적인 정면으로 다룬만큼 세상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야 했던 태아들의 문제를

빙의 라는 미스터리 이야기로 긴장감 가득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이 책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1년에 150만 명의 여성이 임신을 하고 그중 34만명이

중절 수술을 받는 다고 한다. 임신부 네다섯 명 중에 한 명 꼴로 중절수술을 선택한

다는 거다. 배 속의 아기를 인간으로 인정한다면 일본이들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

아니라 인공 임신 중절이 되는 셈이다.

더구나 주인이 내버려 안락사를 당하는 개와 고양이 수가 약 30만 마리였는데

처분되는 개나 고양이보다 중절당하는 태아수가 더 많은 것이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신작으로 나왔지만 이미 2003년에 일본에서 출간한

책이므로 10년 전 통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충격적이다.

 

가나마의 상태가 단순히 정신질환인지 사령에 의한 빙의인지는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과학기술로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비과학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초자연적 현상사이의 오랜 진실게임이에 대한 해답이 없는 것처럼.

 

하지만 작가는 가나미의 상태가 빙의인지 아닌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묻는 것은 의미가

없고 결국, 중요한 것은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명치 끝이 뜨거워지는 느낌에 먹먹해졌다. 중절수술에 대한

생각과 아기을 지키기 위한 모성의 위대함 등등이 얽히면서 지금껏 가졌던  내 생각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세상 빛을 보지 못한 태아와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태어난 아기 중 어떤 것이 더 불행한 것인지에 대한 복잡다단한 생각의

단편들이 뇌리를 계속 스쳤기 때문이다.

 

인공 중절 수술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는간에 경박한 가벼움이

얼마나 많은 불행을 안겨줄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꺼리를 마련해 준다는

의미만으로도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어봐햐 할 정도의 재미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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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 언어의 소금, 《사기》 속에서 길어 올린 천금 같은 삶의 지혜
김영수 지음 / 생각연구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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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역사학의 고전이자 권력과 이데올로기 등 격동의 중국 역사를 가로지르며 난세를

헤쳐나간 수 많은 인간 군상을 생생하게 담아 '인간학'의 교과서로도 일컬어지는 사기는

그래서 20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여전히 우리 삶에 유효하다.  

매년 추천하는 책에 빠지지 않는 걸 보더라고 사기에서 삶의 길과 지혜를 발견한 사람이

많은 까닭일 것이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과거에 천착하거나 일상적인 삶을 교정하는 데

역사만큼 도움이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기는 워낙 방대하여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도 있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깔려있어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나만 해도 몇번의 시도끝에

작년에서야 겨우 사기를 제대로 읽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 고상성어와 명구를 인용해 사기를 깊고 정확하게 읽도록

도와주는 안내서다. 저자인 김영수는 25년간 100차례 넘게 중국을 드나들며 오로지

사마천과 사기 연구을 한 사기 전문가이다. 공부하며 틈틈이 메모해둔 사기 속 1200개

고사성어중 오늘을 사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명문 300개를 추려낸 이 책을 펴냈다.

 

고사성어과 명구를 키워드로 생사, 관조, 활용, 언어, 사로, 유인, 승부 등 총 7장의

구성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자성어와 배경인 된 흥미로운 이야기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함축적이고 압축적인 언어을 풀어서 해석을 덧붙였다. 그의 해석이  세상

이치과 지혜를 얻게 해주니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책 분량이 만만치 않은 터라 (544쪽) 순서에 관계없이 마음에 드는 장을 골라서 읽다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고사성어가 있었다. 사로 장에 있던 '불비불명(不飛不鳴)'이다.

 

말 그대로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이 고사성어는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이 왕이

된 후 무려 3년동안 정사를 돌보지 않고 향락만 일삼자, 신하 오거가 ''3년을 날지도

울지도 않는 새가 있다면 대체 그 새는 어떤 새입니까?'라자 장왕은 ''3년을 날지 않았다면

장차 날았다 하면 하늘을 찌를 듯이 날것이고, 3년을 울지 않았다면 장차 울었다 하면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다." 라는 말로 필요하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물론 그 후 장왕은 초나라 국력을 하루가 다르게 강하게 하고 단숨에 정나라를

정벌해 천하의 패자가 되었다. 

 

작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대통령 출마선언문과 후보수락

연설에 ‘불비불명’ 고사성어를 언급했었다. 남쪽 언덕 나뭇가지에 앉아,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는 새. 그러나 그 새는 한번 날면 하늘 끝까지 날고, 한번 울면 천지를 뒤흔든다며

 "더이상 남쪽 가지에 머무를 수 없었다"면서 "이제 국민과 함께 날고 크게 울겠다"고

말했던 연설문이 생각났다. 

사실 불비불명이라는 고사성어를 처음 들었기 때문에 열심히 찾아보았다. 큰일을 하기

위해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뿐만 아니라 문재인후보를 권력의지가 모자란다,

뒤늦게 정치에 입문했다는 등의 지적이 많았는데 이 고사성어로 멋지게 화답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였다.

저자인 김영수는 불비불명의 고사를 때를 기다린 장왕뿐만 아니라 그의 가능성을 믿는

신하의 기다림을 눈여겨봐야 하다고 의미를 확대한다. 그 기다림이 없었다면 장왕의

'삼년불언', '일비충천'은 모두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렸을 터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고 말하는 그의 해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처럼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를 중심으로 중국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눈을

키워주며 ,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대목이 곳곳에 있다.
사기에 쓴 단어 하나 행간 한줄에 담긴 사마천의 고뇌와 깊이를 저자는 세상을

통찰하는 안목을 덧붙여서 더욱 빛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지침서로 책상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음미하며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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