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 강제윤 시인의 풍경과 마음
강제윤 지음 / 호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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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섬 풍경과 길에 얽힌 이야기, 바람이 전하는 사진이

있고 가슴 깊숙이 다가오는 시가 있어서다.

 

 

요즘의 시골은 도시의 연장이어서 아스라한 추억이 없다. 논과 밭에 우후죽순 아파트와

건물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그나마 섬만이 육지에 비해 개발의 여지가 덜해 곳곳마다

섬마다의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강제윤 시인도 그래서 섬 여행을 하나보다. 한국의 모든 섬을 걷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금까지 300여 개의 섬을 걷고 기록해 왔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섬 이름만 해도 독거도, 연도, 노회도, 지심도 등 낯선 섬 이름들이다.

 

'강제윤 시인의 풍경과 마음'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여행지의 풍경이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 품고 있던 생각과 마음들이 섬여행에 투영시켜 보여준다.

섬을 다니면서 찍은 수 만장의 사진에서 고르고 고른 것이라 그런지 그저 바라만 봐도

마음이 치유될 듯한 섬 곳곳의 아름다운 비경들이다. 하지만 단지 아름답기만 하고 감탄만

해서는 안 된다. 사진이 자꾸 말을 걸기 때문이다.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행자

자신만의 감성이 살아 있기때문에 깊이 있게 들여다 봐야한다. 잘 보인다고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은 때론 글보다 더 깊은 상상의 숲으로 이끌기 때문에 그 뒤에 구불구불하게

감춰진 은유를 찾아야 한다. 가 보지 않은 먼 그 곳의 이야기도 조금조금 들려준다.

어떤 사진은 삶이 주는 고단함이 보이고

어떤 사진은 아련한 그림움이 보이고

어떤 사진은 오래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도 그렇다. 문장을 읽을 때마다 긴호흡이 필요하다. 문장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힘든 시기에 사는 우리들이 개발로 인해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무언지 그 소중함과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라고 묵직한 질문을 해댄다.

그래서 그 많은 시 중에서 '길의 참 뜻'이라는 시가 인상적이다.

 

자신과 소통하고 자연과 소통하고 세계와 소통해야 하는 사유의 길이

도시의 길들은 자동차와 온갖 장애물들의 위협으로 더 이상 생각에 몰두해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라 오로지 통로로서의 기능만 할뿐이라는 안타까움, 많은 길들이

사유의 확장 기능을 되찾을 때 이 소란하고 얕은 세상에서 우리의 삶이 더 깊고

고요해질 거라는 믿는 시인의 마음이 절절히 다가온다.

 

'두려움'이란 시을 읽으며 진정한 나눔에 대한 생각에 한참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나누지 못하는 것의 근원은 소유욕이 아니다.

불안이다.

모자랄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래서 다 쓰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나누지 않고 자꾸 쌓아주려 한다.

나 또한 그러하다.

배낭 하나 메고 떠도는 삶이지만 나날이 배낭은 무거워진다.

 

나에게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소중한 것들을 아낌없이 나누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리라.

 

삶에 대한 생각, 늙음에 대한 생각, 욕심에 대한 생각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자꾸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보다보니 문득 섬에 가고 싶다. 섬은 걷기에 좋은 곳이다. 저자처럼 아름다운

섬들을 쉬엄쉬엄 걸으며 사유하고 길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나뿐만이

아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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