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스케치 노트 스케치 노트
아가트 아베르만스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트북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에 미술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였다. 그림을 못 그려서 창피했기 때문에 늘

주눅이 들어있었다. 12년의 미술교육시간은 그림을 잘 그리게도 하지 못했고

즐기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그림을 즐기게 된 것은 성인이 되서였다. 내 그림을 평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그림을 잘 그려보고 싶다는 소망이 숨쉬고 있는지 스케치

잘 하는 법이나 그림 잘 그리는 요령 같은 책들이 새로 나오면 늘 서점에서 뒤적거리게

된다.

 

<자연 스케치 노트>는 자연에서 만나는 동물과 식물, 곤충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다. 생물에게서 찾을 수 있는 형태와 볼륨 같은 기초부터 피부와

털 같은 섬세한 묘사를 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저자만의 그리기 노하우를 잘 기록하고

있다.

 

책 표지부터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그려진 딱따구리나

연필로 그려진 포근한 느낌의 토끼 스케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 흔히 동물의 머리부터 그린다거나 식물의 줄기부터 그린다거나

무작정 보이는대로 그려나가다 보면 전체적인 비율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형태를

파악하지 않고 그리기 때문에 나오는 실수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서는 처음에

형태와 볼륨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공, 원통, 원뿔 등 세 가지 기본 형태는 거의 모든

생물에게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형태를 파악하면 훨씭 쉽게 볼륨을 마음속에 그려

볼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공은 머리와 새의 몸통, 일부 꽃봉오리를 그릴 때 쓰이고 원뿔은 꽃이나 새의 부리를

그릴 경우 기본이 될때가 많다.

그러니 이런 원, 원통, 원뿔들의 형태를 연결하여 동물이나 식물 모양을 구성하여 그리면

비율에 어긋나지 않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새 그림도 무턱대로 그리지 많고 달걀 형태의 원 두 개로 이루워져 있다는 걸 기억하면

자연스럽고 멋진 새 스케치를 그릴수 있는 것이다.

 

 

 

연필로 그림자를 넣는 방법이나 여러 자연물들의 질감을 표현하는 방법 등 유용한 팁이

많아서 초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보색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느낌의 그림자를 그리는

방법이였다. 그림을 그릴때 스케치는 그럭저럭 하다가도 색칠을 하다보면 내가 의도한것과는

다른 완성된 그림을 보고 좌절할 때가 많았다.

그런 좌절감을 조금은 완화시킬 수 있는 팁이 바로 보색을 이용한 그림자 그리기다. 노란색의

반대색은 보라색인데, 많은 양의 노란색에 보라색을 아주 조금 섞고 물을 아주 많이 섞으면

같은 색조의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그런 방법으로 파란색일 때에는 아주 약간의 주황색을,

빨간색일 때에는 아주 약간의 녹색을 섞어서 그림자를 넣어 주면 자연스러운 그림자가

그려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미리 알았더라면 학창시절의 미술시간이 좀 더 신났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의 친절함은 스케치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을 색칠하며

완성해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번호를 하나하나 매겨주어서 그 순서대로 해나가면 어렵지 않게

색칠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저자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한 작품마다 채색에 필요한 색들을 색 팔레트로 나열하였는데, 이것을 통해 색깔의

차이점과 느낌을 익힐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색깔이름이 무척 생소해서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초록개구리 한마리 그리는 데 초록 색깔이 몇가지가 들어가는지 그러

연두, 초록 , 청록색 정도만 알고 있는 나에겐 외계어같았다.

샙그린, 크롬 그린 옥사이드, 페릴렌 그린, 코발트 그린 등 뭔 그린색깔이 이리도

많은지 색 팔레트를 보고 대충 파악은 했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 색깔을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좀 난감했다.

 

 

이처럼 쉽지 않은 내용도 있지만 그래도 스케치의 기초나 색칠의 기본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으니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자기 수준에 맞는 것부터 시작하면 무척 유용할

이야기가 보물처럼 많다.

 

이 책을 읽다보니 꾸준히 조금씩 따라하다보면 나도 멋진 개구리 한마리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생생한 스케치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멈춰서서 찬찬히 바라보고 자연을 존중해야 함이 우선이라는 저자의 말을 잊지 말고

새겨야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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