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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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몬교 광신도인 아버지, 아버지를 방관하는 어머니, 극단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오빠.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15년간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왔던 한 소녀가 교육을 통해 자아를 찾고 학업의 성취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에세이다. 




7남매 중 네 명은 출생증명서가 없고 가정분만으로 태어나 병원에 간 적이 없어서 의료기록이 없으며 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 학적부도 없다. 타라의 의 가족은 아이다호 벅스피크 산에서 살았고, 국가 정부는 그녀의 존재를 모른다. 
 
정부에 의존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아버지는 주님의 부르심이라는 명분으로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 엄마가 원하지 않는 산파 일을 하라고 다그친다. 과정이야 어쨌든 엄마는 산파 일을 아주 잘하게 되었고 약초로 오일을 만들어 수입이 생겼다. 엄마는 이 일을 그토록 하기 싫어했는데, 평생 주수입원이 되어 생계를 책임질 줄 이때는 아무도 몰랐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헌신을 내세우는 모르몬교 신앙 공동체에서 성장한 어머니 페이.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집착적으로 노력하는 페이는 계곡에 사는 아버지 진을 만나 해방감을 느끼고 진이 모르몬교 의무적인 2년간 선교 활동을 마친 후 두 사람은 결혼한다. 스물한 살에 결혼한 아버지는 서른 살 즈음 세 아이의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전화를 없애고 운전면허 갱신을 하지 않고 식량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현대의학(의사와 양약)을 악마라고 치부하는 아버지는 심각한 교통사고에도 병원을 찾지 않는다.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했던 엄마(한계는 있었지만), 실용적 기술만을 고집했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승리. 위의 두 오빠가 하나둘 집을 떠나고, 독학으로 학업을 이어가던 타일러가 대학을 가겠다며 집을 나갔다. 
 
61.
외할머니야말로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피해망상과 종교적 원리주의가 내 삶을 어떤 모습으로 규정해 가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내 삶에서 앗아 가고 그 자리를 학위와 자격증 등으로만 채워가도록 할지 외할머니라면 이해했을 것이다. 
 
75.
삶을 이루는 모든 결정들, 사람들이 함께 또는 홀로 내리는 결정들이 모두 합쳐져서 하나하나의 사건이 생기는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모래알들이 한데 뭉쳐 퇴적층을 만들고 바위가 되듯이. 

 
 
열다섯 살이 되어 운전면허증을 수령한 오드리 언니가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타라는 열 살에 아버지의 폐철 처리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언니와 오빠들, 일꾼들이 다쳤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주님이 보호해 줄 거라는 말만 한다. 교통사고 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후유증에 시달리던 엄마는 산파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영적 치료에 몰입한다. 이제 엄마까지 아버지 못지 않은 광신도가 되어가고 있다. 타라는 점점 배움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중에 어느날 폐철더미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모의 반응을 계기로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폐철 처리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베이비시터 자리를 구한 열한 살 타라. 그것이 계기가 되어 외부에 발을 내딪게 되고 성가대, 뮤지컬 주연까지 맡게 된다. 한편 1999년 세기말 신의 심판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며 자신 삶의 방식이 옳았음을 증명하기를 기대했던 아버지. 그러나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의 집에서 돌아오다가 또다시 일어난 교통사고. 사고 후 아버지를 돕기 위해 돌아온 숀 오빠. 타라 열다섯 살, 어느날 밤에 가해진 숀 오빠의 폭력. 돌아온 탕아, 숀 오빠는 아버지보다 한 술 더 뜬다. 
 
웜크릭에서 알게 된 찰스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이유로 숀 오빠에게 무차별하게 폭행을 당하는 타라. 그때 오래 전 집을 떠났던 타일러 오빠가 구원자처럼 나타난다. 그러나 반복되는 폭력과 강제되는 신앙으로 타라는 자신의 가치를 타인에게 부여한다. 타일러는 타라를 '진지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아이'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집을 떠나 대학에 입학하라고 말한다. 
 
196.
집 바깥의 세상은 넓어. 아버지가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는 세상을 네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을 더 이상 듣지 않기 시작하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거야.
 


타일러의 조언으로 컴퓨터 모뎀을 연결하고 수학 교재를 사고 모르는 문제는 이모 집에서 오빠를 만나 대학을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러던 중 숀 오빠가 공사현장 3~4 높이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후유증으로 폭력성은 더해진다. 아버지가 새로 들이는 기계는 점점 더 위험해지고 안전 조치도 없이 작업을 해 부상자들이 속출한다. 어느날 타라는 외할머니 집에서 집으로 오던 도중 소와 충돌해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숀 오빠를, 집으로 데려오라는 아빠의 말을 무시하고 병원으로 데려간다. 그 일로 타라는 자신이 아버지와는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섰음을 깨닫는다. 얼마 후 타라는 28점이 쓰여진 시험 결과 통보서를 받았고 그 일주일 후에 브리검 영 대학교에 지원했고, 합격했다.  
 











대학에 입학한 타라. 고른 교육을 받지 못해 상식도 부족한 상황때문에 곤란하고 당황스런 처지가 되고 자신이 이방인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첫 시험에 낙제한 타라. 동기 바네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공부 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고 아버지가 세워둔 신앙의 틀 밖으로 나온다. 첫 학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타라는 다시 아버지의 폐철 처리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얼마 후 도착한 성적표. 그녀는 낙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반액 장학금까지 받을 수 있었다. 
 
261.
어릴 때 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도록 허락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
뮤지컬 공연으로 알게 된 친구 찰스와 하우스 메이트, 교수에게 도움을 청하는 타라는 자각을 통해 '관계'에 발을 내딛고 그녀의 '사회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저녁 식사에 초대한 찰스에게 숀 오빠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가정생활의 민낯을 들켜버린 타라. 찰스는 그 상황에서 타라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타라 자신 뿐이라고 조언한다. 외부자의 입장에서 자기 가족을 들여다보고, 아버지의 강제와 숀의 폭력, 찰스를 비롯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기 혐오감이 커진 타라는 가족의 잘못된 틀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용납하지도 못한다. 타라에게 미치는 숀 오빠의 강력한 영향력. 그는 타라가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짓게 만들었다. 숀은 타인에게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에 따라 존재감을 확인한다. 
 
​타라를 보다못한 하우스 메이트 로빈은 대학 내 교회의 비숍을 만나보라고 한다. 비숍에게 상담을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거절한다. 경제적 압박이 심해지면어 배움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는 사그라들고 장학금 때문에 성적 지키기에 급급한 타라. 드디어 학비 보조금을 신청한 타라는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어느날 수업시간에 조울증ㅡ우울증, 조증, 편집증, 희열, 과대망상, 피해망상ㅡ에 대한 강의를 듣고 아버지를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 타라는 <루비 릿지>사건에 대한 기사를 찾아 읽고 아버지가 착각했음을 깨닫고 아버지의 증상들을 전문가들에게 설명했다. 그들은 조현병에 가깝다고 말하고 타라는 이제 아버지를 향한 분노가 치민다. 결국 아버지와 의절 아닌 의절을 한다. 


몇 달 후 몸이 아픈 타라는 처음으로 병원을 가고 항생제 처방을 받는다. 그리그 뒤이어 들려온 아버지의 사고 소식. 폭발의 충격으로 얼굴의 절반이 뭉개지고 목 안쪽 화상으로 수분을 전혀 흡수하지 못할 지경인데도 아버지는 병원에 가기를 거부했다. 벅스피크에서 벗어났다는 생각도 잠시, 타라는 자신이 집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통감한다. 폭발 사고 6개월 후 겨우 목숨만 부지한 아버지는 그 사고가, 그리고 숀 오빠의 아내 에이미의 조산이 주님의 힘을 증언하기 위한 은총이라고 말한다. 이젠 엄마가 아버지 못지 않다.  
 
356.
벅스피크는 나를 놔주지 않았다. 내게 달라붙어 있었다. 아버지의 가슴에 나 있던 검은 분화구가 자주 칠판 위에 겹쳐 보였고, 교과서의 페이지에 아버지 입이 있던 자리에 구멍이 나타나곤 했다. 내 기억 속의 세상은 어찌된 일인지 내가 존재하는 물리적 세상보다 더 선명했고, 나는 그 둘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유대인 역사 강의를 하는 케리 교수의 조언으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된 타라. 케임브리지에서 스타인버그 교수에게 수학하면서 제출한 에세이가 극찬을 받는다. 그러나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가정 환경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타라는 칭찬과 격려가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한 타라에게 그녀가 어디있든 잠재력과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게이츠 장하금 심사 면접 2주전에 학교로 찾아온 부모님과 시간을 보낸 타라는 그들의 편집증을 이제서야 깨닫고 그동안 아무 의심도 없이 아버지가 주장했던 모든 것을 믿었다는 것에 새삼 경악한다. 브리검 영 대학교 졸업.  
 
 
타라는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에 대한 강의를 듣고, 스스로를 스스로가 다스려 주인이 된다는 것, 그리고 자기강박이라는 단어에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그 페미니즘, 젠더(성), 여성의 본질 등을 다양한 서적을 통해 접한다. 겨울이 되어 돌아온 집에는, 외부인과 결혼한 오빠들의 경계에 서있는 작은 변화와 여전한 부모님의 세계가 공존한다. 시일이 지나 타라는 이 시기 자신의 가정에 필요했던 것은 혁명이었음을 깨달았다. 
 
413.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부모으로부터 이 아이가 받을 수 있는 교육은 과연 어떤 것일까. 

 
 


타라는 대학에서 날개를 달듯 학업의 성취를 이루고 학생들과의 교류로 시야를 넓혀간다. 어느날 오드리 언니가 이메일을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비로소 엄마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게 된 타라. 사실 아버지보다 더 강인하고 진취적인 엄마는 이제야 아버지의 강제에서 벗어나 가정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아버지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숀 오빠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기로 한다. 타라는 이 일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느꼈던 수치심의 근원이 부모님이 올바른 역할을 하지 않는 데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418.
바로 내 엄마가 나를 믿지 못하겠다고 한 순간, 나도 나 자신을 믿지 않게 됐어. (오드리) 
 
425.
과거는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대단치 않은 유령에 불과했다. 무게를 지닌 것은 미래뿐이었다
.
​ 
 
 


케임브리지에 돌아온 타라가 박사 학위를 위해 선택한 프로젝트는 '모르몬교에 대한 고찰'이다. 모르몬교를 종교적 측면 뿐만 아니라 지적, 사회적 시각에서 검토하는 것이다. 타라는 아버지보다 선생님을, 오빠보다 함께 수학하는 동료들을 더 사랑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다. 크리스마스에 벅스피크로 돌아온 타라는 이전에 아버지가 오드리와 자신을 돕겠다고 했다는 엄마 말이 거짓임을 깨닫고, 숀의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정신질환은 극에 달하고 있음에도 부모님들은 말 뿐이라며 개의치 않고 심지어 협박과 비난을 일삼는 숀을 감싼다. 그리고 여름, 오드리 언니에게서 이메일이 온다. 마침내 타라는 가족으로부터 경계 대상이 되었고, 버림 받았다. 때마침 하버드 방문 연구원으로 갈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건만 타라가 교육을 받기 위해 치르는 대가가 너무 컸다. 
 
9월 어느날, 부모님이 하버드까지 찾아온다. 타라를 구원하기 위해서. 아버지가 타라에게 사제 축복을 주겠다고 하고 그녀는 거절한다. 타라는 아버지에게 굴복한다는 것은 정신의 소유권을 잃는다는 의미라는 것을 안다. 아버지는 타라를 악마 취급을 하며 한밤중에 나가버리고 엄마도 아버지를 쫓아 나간다. 이 일로 타라는 신경쇠약 증세를 보인다. 가족을 찾고 싶었던 타라. 그러나 가족은 변화된 타라의 존재를 부정했다. 가족 중 아무도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녀는 무너졌다. 
 
​오드리 언니가 자신을 버리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듯이 타일러 오빠도 그럴 것이라는 타라의 예상과는 달리 타일러 오빠는 동생의 손을 놓지 않았고, 그녀는 대학 상담 서비스를 신청한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학업으로 돌아온 타라는 박사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모르몬교도들의 역사를 통해 자신과 가족에 대해 한 걸음 물러나 들여다보고 되짚는다. 브리검 영 대학교에 발을 내딛고 10년 후 스물일곱 살, 그녀는 웨스트오버 박사가 됐다. 





■  ■  ■  ■
 



이 책의 마지막까지도 타라는 부모님과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평화롭다고 말한다. 기나긴 혼란과 방황에서 평화롭게 되기까지 그녀가 선택한 것은 그녀 '자신'이었고 '누구'의 잘못 때문이 아닌 스스로의 결정이고, 그 결정을 받아들여야한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다. 이 과정에서 찾은 자아는 바로 '교육'에서 비롯한다. 
 
공교육과 의료 지원을 거부하고 여성을 억압하며 모든 사건.사고를 신의 뜻이라고만 주장한다. 정부의 공교육이 아이들을 세뇌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는 일정 부분 납득이 가지만 그 기반을 오로지 신앙에만 두고, 아들이 심각한 화상과 추락 사고를 당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으며, 안전벨트를 모두 떼어내고 생명을 위협하는 두 차례의 교통 사고에도 신의 가호 타령만 하며 에너지 치료를 받게 한다. 또한 자식들이 차례대로 3~4미터 높이에서 추락하고 살점이 뜯기고 기계에 신체가 떨어져 나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더위에서 여성의 정숙함을 들어 육체 노동을 하는 딸이 소매도 걷지 못하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부를, 특히 아버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했고, 나중에 아버지가 심각한 조울증 환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어머니를 더 납득할 수 없었다. 
 
 
타라의 가족은 서로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 사랑의 방식이 문제였다. 
물론 광신적인 신앙이 문제였다는 한 마디면 끝나겠지만, 일곱 명의 인생이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떤 신이 여성을 학대하라고, 교육을 거부하라고, 동생을 폭력으로 다루고 살해 협박을 하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딸의 손을 거부하라고, 잘못된 길을 가는 남편에게 무조건 적으로 순종하라고 한단 말인가! 
 
숀을 제외한 루크와 오드리 가족이 부모에게 순종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과연 종교때문이기만 일까? 자식이 부모에게 경제력을 의존하는 이상 영원히 종속될 수 밖에 없다. 아버지는 '국가'와 '사회'라는 시스템을 거부하면서도 자신이 가장 악랄한 방식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4,5학년 학력 수준으로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공교육을 거부한 이상 아이들의 성장에 맞게 홈스쿨링을 했어야 함에도 오로지 실용적인 기계를 다루는 기술과 약초 조제법, 성경 이외에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다. 그들이 돌아올 곳은 오로지 아버지 품 뿐이다. 숀 처럼. 아버지는 이렇듯 경제권으로 자식들을 옭아맬 수 있었다. 스스로 배움을 찾아 나선 형제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형제들은 아버지의 강압을 신앙으로 미화했다.


읽는 내내 교육을 통해 자아를 발견한 타라에 대한 감동보다는 아버지와 그 가족들에 대한 불편함이 더 컸다. 책을 덮은 현재 내 뇌리에 남아있는 것은 아직도 홈스쿨링을 하고 있을 타라의 조카들이다. 타라가 우려했던 것처럼 초등과정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부모가 교육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할까? 이토록 배우고 싶은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한두가지 편향된 교육만 받는 아이들의 미래는 곧 숀이고, 오드리이고, 루크일터다. 타라의 아버지는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 비록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그의 모습에서 세상 부모들의 단면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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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살인마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0
최제훈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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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우린 선택을 한 거예요. 평생을 괴로움 속에서 사느니 목숨 걸고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기로. 그렇죠? 
 

 
보스를 배신한 폭력 조직의 말단 조직원인 거구의 20대 남성, 아이돌 그룹의 사생팬인 여고생, 명동 일대를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며 돌아다니는 노파,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박봉으로 고용해 주말도 없이 일을 시킨 50대 승강기 부품 공장 사장. 이들은 모두 살해 피해자이며 새끼 손가락 한 개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손가락 한 개씩 더해져 공장 사장은 손가락 네 개가 잘린 채 발견됐다. 연쇄 살인범은 일명 '단지 살인마'로 불린다. 
 
전업 투자자 영민은 가벼운 호기심으로 '단지 살인마'의 범죄를 추리하기 시작한다. 며칠 밤잠을 설쳐가며 분석했지만 패턴이나 공통점은 찾지 못하다가 카톨릭 7대 죄악을 모티브로 한 영화 <세븐>을 보다가 불현듯 단어 하나가 머리를 스친다. 
 
'십계명' 
 
피해자와 십계명을 하나하나 대조해 보는데......  이럴수가! 살인자의 패턴인가, 확대해석인가. 그리고 얼마 후 다섯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평생 가난한 아버지의 등골을 빼먹은 30대 남성 영어학원 강사다. 부모를 공경하라, 다섯 번째 계명이다. 
 
 
고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고, 그 영향으로 부모님은 사고로 돌아가셨으며, 현재까지 약을 복용해야 일상생활이 가능한 영민은 '단지 살인마'의 모방 범죄를 통해 스스로 여섯 번째 범죄를 완성한다. 그리고 영민이 살인을 저지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희생자가 나왔다. 인슐린 과다 투여로 인한 저혈당 쇼크로, 27주차 임산부였으며 오른손 손가락 전부와 왼손 새끼와 약지, 일곱 손가락이 절단된 상태였다. 일곱 번째 계명은 '간음하지 말라'. 이 범행은 연쇄 살인마의 소행일까, 아니면 또다른 모방 범죄일까? 
 
 
버킷리스트를 적은 노란 포스트잇이 냉장고 문에 붙어 나비 떼처럼 팔랑거리는, 그렇고 그런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날, 우편함에 하얀 편지 봉투가 꽂혀 있었다. 
 
'단지 살인마, 전화 요망. 010 - XXXX - XXXX' 
 
단지 살인마가 영민에게 연락을 하라는 것인지, 영민을 단지 살인마라고 여겨 연락을 바라는 것인지 애매하지만 확실한 건 영민이 완전 범죄라고 여겼던 범행을 누군가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밀봉되어 있던 봉투에 적혀 있는 번호로 연락하자 영민이 범죄를 저지른 당시의 영상을 보내며 돈을 요구한다. 그의 요구대로 돈을 보낼 것인가, 해외로 도망칠 것인가, 무시할 것인가, 아니면 대적할 것인가! 그런데, 이상하다. 협박범이 사용한 전화의 번호가 일곱 번째 희생자의 전화번호다. 
 
사건은 영민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영민은 열일곱 살에 심각한 학교 폭력을 당했다. 그로인해 대인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군대에서 발작을 일으켜 그 소식을 들은 부모님이 군대로 오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조차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연쇄 살인 행각 뒤에 숨어 학교 폭력 가해자였던 양승범을 살해한 후 손가락 여섯 개를 절단하면서 모방 범죄를 벌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단지 살인마'의 다음 희생자는 손가락 일곱 개가 잘린 채 발견된다. 이쯤에서 독자는 주인공 영민이 가진 의혹을 넘어 앞서 일어난 '단지 살인'이 연쇄 살인범에 의한 범죄냐 아니냐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연쇄 살인 희생자는 십계명에서 금하는 죄를 저지른 자들이다. 다른 신을 섬기면 안되고, 우상을 만들면 안되고, 신의 이름을 남용해서는 안되고, 안식일을 지켜야 하며, 부모를 공경하고, 살인을 저지르면 안되고, 간음.도둑질 하지 말고, 거짓 증언을 하지말며 남의 것을 탐내면 안된다. 그런데 이 열 가지 계명에 한 가지도 해당이 안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많은 사람들은 편법적으로 타인의 재산을 탐하고 자기 혹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아무렇게 않게 거짓말을 하고, 고용인은 노동자의 일자리와 생계를 보장하지 않으며, 일부 종교인들은 신의 이름을 남용해 사회에 혼란을 야기한다. 부모 공경은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말이 됐으며 강력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단지 살인마'의 희생자는 특별한 사연이나 잘못이 있는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지나가는 누구를 가리켜도 범인의 표적이 되는 것이 이상할게 없는 불특정 다수라는 말이 된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도, 용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일테다.  
 
우리는 종종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폭력은 정당한가?'라는 실험에 든다. 물론 영민의 복수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그러나 영민의 현재의 삶을 보면 학폭 가해자를 용서하기 어려운 점은 분명 존재한다. 심지어 양승범은 반성과 사과조차 없다.  
 
그렇다면 소설 초반 영화 <세븐>을 통해 던져진 질문을 다시 해 보자.  
 
27.
내가 느끼는 살의는 놈의 살의보다 윤리적으로 우월한가.

 
살의에 '윤리'를 적용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살의가 실행에 옮겨지기 전까지는 관대하다. 그러나 범행이 살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윤리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 자신의 내부에 있는 살의를 정당화시킬 명분을 준비하고 있다. 영민은 꼼꼼하게 계획 범죄를 저지르면서 한편으로는 세계 곳곳에 기부와 후원을 한다. 선행을 통해 살의에 대한 윤리적 죄책감을 대체시킬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영민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탐정놀이가 살인으로 이어져 두번 째 살인까지 계획하게 되고 두번 째 범행이 실패하면서 그뒤를 잇는 새로운 연쇄 살인범이 탄생한다. 안심하지 마시라. 누구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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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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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회부조리를 담은 한 편의 누아르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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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 1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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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돌아가시고 사업상의 문제로 캘리포니아 집에서 병에 걸린 어머니 릴리와 도망치듯 떠나 뉴햄프셔 알함브라 호텔에서 머물고 있는 열두 살 소년 잭 소여. 언제부턴가 꿈을 꾸는 것처럼 엄마가 괴한으로부터 납치되는 장면이 백일몽처럼 시야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데, 잭은 그냥 환시 혹은 착각이라고 여긴다. 학교도 가지 못한 채 우연히 개장하지 않은 놀이공원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흑인 노인 스피디 파커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잭을 '방랑자 잭'이라고 부르며, 잭과 구면일 뿐만 아니라 잭에게는 운명적인 특별한 임무가 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잭은 스피디로부터 건네받은 녹색병 물약을 통해 '테러토리'를 경험하고, 아버지와 아버지의 동업자이자 경쟁자인 모건도 테러토리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두 세계에는 서로의 트위너가 존재한다는 것, 그러나 잭은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에 트위너가 없다고 말해준다. 또한 엄마를 살리려면 엄마의 트위너인 테러토리의 여왕 로라를 구해야만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저쪽' 세계의 알함브라 호텔에서 '부적'을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 부적을 찾아오는 것이 잭의 임무다. 망설이던 잭은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떠날 결심을 하고 약물을 들이킨다. 
 
눈을 뜨자 테러토리에 와 있는 잭. 펀월드 놀이공원은 마을 축제의 장이 되어있었고, 짐마차를 따라 여름 궁전에 들어가기 위한 출입증이 없는 잭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스피디가 언급했던 캡핀 파렌을 만나서 표식인 금줄 무늬가 새겨져 있는 커다란 이빨로 변한 기타 피크를 보여주고 그의 도움으로 여름 궁전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죽어가는 엄마의 트위너, 로라 여왕을 본다. 그녀의 아들은 생후 6주만에 죽었는데, 잭도 6주만에 요람에서 죽을 뻔 했고, 그 현장에는 모건 슬로프가 있었다. 테러토리를 장악한 모건의 트위너. 파빌리온에서 빠져나오기 직전 캡틴과 잭은 모건의 부하 오스먼드와 마주치지만 다행히 위기를 모면한다. 그런데 오스먼드는 5년 전 잭을 유괴하려던 사람이었다. 캡틴 파렌이 준 동전을 받아들고 본격적으로 길을 떠나는 잭은 모건이 탄 마차와 스치듯 지나치고 그의 마차를 피하다가 길 밖으로 벗어나 위기에 처하자 물약을 마시고 간신히 이쪽 세계로 돌아온다.  
 
이제 철저히 혼자가 된 잭. 이쪽 세계의 길로 걸어서 가야한다는 스피디의 충고로 힘겨운 여정을 시작한 열두 살 소년은 스스로 방법을 찾고 아르바이트로 숙식을 해결하며 고통을 참으면서 주어진 일을 완수해 간다. 중간 목적지 오를리에 도착한 잭은 폐허가 된 마을의 업다이크 오를리 주점에서 일자리를 구하는데 악질적인 주점의 주인 스모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주점에 걸려온 의문의 전화 몇 통. 어느날 잭이 전화를 받자 그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며칠 후 잭이 주점을 탈출하려는 순간 저쪽 세계의 트위너, 엘로이 괴물이 공격해 온다. 잭은 다시 녹색병을 손에 쥔다.
 
다시 테러토리의 서부도로에 선 잭은 서쪽으로 발길을 향한다. 그런데 테러토리에서 시간 단축을 목적으로 공간이동을 하기 위해 마신 물약이 애꿎게도 잭을 다시 현실세계로 돌려보낸다. 엄마가 걱정되어 알함브라 호텔에 전화를 건 잭은 엄마가 모건에게 붙잡혀 있음을 알게 되고, 그는 잭에게 돌아오라고 경고한다. 잭은 걷는 동안 어린시절의 기억과 사건들을 떠올리며 두 세계를 순간 이동할 때마다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나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로인해 죽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귓가를 맴도는 집으로 돌아오라는 목소리, 그리고 더이상 순간이동에 의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며 잭은 집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고속도로 위를 걷는다. 도로의 지저분한 휴게소와 욕설을 내뱉는 거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잭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테러토리를 그리워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모건으로 보이는 남자를 발견한 잭은 두려움에 물약을 마시고 테러토리에서 새로운 친구, 늑대인간 울프와 만난다.   
 
울프는 잭의 아빠인 필립을 알고 있었고 심지어 잭의 냄새로 필립이 죽었다는 사실까지 알라낸다. 잭은 타인의 감정을 냄새로 알아내는 울프와의 대화를 통해 모건이 테러토리를 자신의 세계로 만들려고 한 데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음을 새삼 확인한다. 울프의 초원까지 쫓아온 모건의 모습은 흡사 늑대인간 같았다. 사업가 모건 슬로프가 테러토리의 왕위를 노리는 오리스의 모건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모건의 공격으로 죽음이 코앞에 닥치자 잭은 쓰러져 있는 울프를 끌어안고 마지막 한 모금 남은 물약을 마신다.  
 
잭은 당황하고 냄새때문에 힘들어 하는 울프를 데리고 다시 현실세계의 길을 걷고 인디대나주에 진입했다. 물약이 떨어져 공간이동은 불가능하고, 울프 때문에 히치하이킹이 어려워 더욱 고단한 길. 더구나 자동차 냄새를 참지 못하는 울프로 인해 농가로 접어든 두 사람은 울프가 늑대로 변신하는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다시 위기에 봉착한다.늑대로 변신하면 닥치는대로 고기를 잡아먹는 울프의 조언대로 잭은 스스로를 헛간에 가두고 두 사람은 사흘을 무사히 넘긴다. 
 
ㅡ 2권으로. 








아빠가 돌아가시고 사업문제로 빚쟁이가 되어 병자인 엄마와 함께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열두 살 소년 잭의 모험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그 인연이 아빠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아빠의 친구이자 사업 동반자의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개연성으로 소설의 스토리는 탄탄하고 흥미롭다. 비록 1권만 읽은 상황에서도 기계화된 문명 세계와 심각환 환경 오염 등 헌대 사회에서 고민하고 우려하는 사회적 문제와 한 소년의 성장기가 판타지를 만나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2권에는 더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2권으로 향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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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도둑
해나 틴티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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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예요. 얘가 틀림없습니다."

 
부모도 형제도 모르고 어릴 때 기억이 아예 없는 렌은 성 안토니오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이다. 렌은 보육원에 맡겨질 때부터 왼손이 없이 손목은 봉합된 상태였고, 그의 이름은 맡겨질 당시 잠옷 목깃에 짙푸른색 실로 수놓여 있었던 R. E. N 세글자에서 비롯됐다. 소년이 자라고 잠옷이 해어지자 수놓인 목깃 부분만 따로 챙겨 고이 간직했다. 
 
포도를 수확해 와인을 공정해서 판매하는 보육원에서 아이들은 고된 노동을 하고 여러 이유로 등받이 없는 체벌 의자에 서서 채찍을 맞는다. 해마다 겨울이면 새로운 신발과 이불이 지급된다고 하지만 한 번도 구경조자 못했다. 성장한 아이들이 일정 나이가 될 때까지 입양에 성공하지 못하면 군대에 보내지고, 존 신부가 그 대가를 받고 아이들 소유권을 넘겨준다는 모종의 계약서를 쓴다는 말이 돌았다.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은 불안했고, 렌은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왼쪽 손목의 흉터가 점점 더 근질거렸으며 때때로 물건을 훔쳤다. 보육원 아이들은 너나없이 돌멩이를 수집한다. 외로움과 두려움을 채우려는 듯. 
 
어느날 동생을 찾으러 왔다는 벤저민 냅이라는 젊은 남자는 렌을 덥석 안으며 틀림없는 동생이라고 말한다. 짐을 싸라고 말하는 존 수사. 렌이 짐을 챙기는 동안 곁에 있던 조지프 수사는 렌이 훔친 책 <성자들의 삶>을 발견한다. 
 
"왜 이 책을 훔쳤니?"
"기적을 갖고 싶었어요." 

 
형을 따라 보육원을 나온 렌. 그러나 형이라는 남자는 렌을 데리고 보육원을 나오는 순간부터 거짓말과 도둑질로 일관한다. 하룻밤 재워준 집에서 말과 마차를 훔친 벤저민은 렌의 예상대로 그의 형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바라는 게 무어냐고 묻는 벤저민에게 '가족'이라고 답하는 렌. 오후 늦게 조그만 항구 마을 그랜스턴에 도착한 두 사람. 그곳에서 렌은 벤저민과 한패인 톰을 만나고, 벤저민은 렌을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도굴꾼이자 사기꾼이었다.
 
어둑해질 무렵 노스엄브리지에 도착한 렌 일행은 샌즈 부인이 운영하는 여관에 숙박한다. 그곳은 근처 쥐덫공장에서 일하는 여자애들이 식사를 해결하는 곳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에 가담하게 된 렌은 닥터 밀턴에게 의뢰받은대로 밴저민, 톰과 시체를 훔치던 중 의도치 않게 무덤에서 산 채로 묻힌 청부살인마 돌리를 꺼내게 되고, 그는 일당에 합류한다. 벤저민은 쥐덫공장의 사장 맥긴티가 밀수 시장을 운영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큰 돈을 벌 기회를 노린다.
 
어느날 아파서 쓰러진 샌즈 부인을 닥터 밀턴 병원에 입원시킨 후 밤마다 굴뚝으로 찾아오는 의문의 난쟁이를 부인 대신 챙기기 위해 부엌에서 기다리는 렌. 드디어 그를 만나 샌즈 부인의 상황을 알리고 두 사람이 남매라는 것과 그가 외부의 어떤 접촉도 없이 외롭게 지붕에서 혼자 지내왔음을 알게 된다. 
 
한편 사라졌던 톰이 보육원 쌍둥이 브롬과 이키를 데려왔다. 렌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오는 내내 협박에 시달린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렌은 샌즈 부인이 자신에게 했던대로 쌍둥이들이 씻을 수 있게 해주고 잠옷과 이불을 가져다 주었고, 밤이 되자 다시 '낚시'를 나간 일행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모자단과 맞닦뜨리고 황급히 도주하지만 결국 잡혀 노스엄브리지로 끌려온다. 
 
모자단은 지명수배자를 잡아 돈을 버는 인간 사냥꾼 집단이다. 모자단 우두머리 파일럿은 만신창이가 된 벤저민 일행을 쥐덫공장의 사장 맥긴티에게 끌고 갔다. 맥긴티는 렌이 성 안토니오 보육원 출신이며 왼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소년만 남겨두고 벤저민 일행을 쫓아낸다. 
 
그리고 마주한 진실. 
 






 
근친강간을 하는 아버지를 죽인 남매. 강간과 살인의 충격으로  실성하다시피한 누이는 어느날 아이를 낳았다. 오빠는 누이를 임신시킨 누군지 모를 남자를 향해 복수를 다짐했고, 누이는 아이가 손을 잃은 후 죽었다고 거짓말한 후 보육원 앞에 놓아두고 열병으로 죽었다. 렌이 알게 된 사실은 엄마는 죽었고 외삼촌은 조카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제니의 도움으로 탈출한 렌이 찾아간 곳은 샌즈 부인이 입원해 있는 병원. 그런데 톰과 쌍둥이가 있었고 벤저민은 어디 있는지 오리무중이다. 닥터 밀턴은 렌에게 톰의 다리 골절 수술비와 샌즈 부인의 입원비 대신 렌의 사후 신체 기증서에 서명하라며 서류를 내민다. 렌은 닥터 밀턴이 내민 서류에 서명을 하고 샌즈 부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여관으로 향하고 얼마 후 톰과 쌍둥이, 돌리가 돌아온다. 그러나 다시 쫓아온 모자단에 의해 쥐덫공장으로 잡혀온 렌. 이제 렌은 자신의 손목을 잘라낸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 아버지가 누구냐고 집요하게 다그치는 맥긴티. 
 
렌의 아버지는 누구일까?
벤저민의 사기가 빛을 발하는 마지막 반전! 그리고 두번 째 진실.
마침내 렌의 소원이 이루어진다. 
 
 
467.
그렇지. 이제야 우리는 서로를 찾은 거야. 안 그러냐? 오랜 시간을 헤매다 이제야 서로를 찾은 거야. 

 
 
■ ■ ■ ■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라고는 잠옷 목깃에 새겨진 이니셜과 잘린 손목이 전부인 고아 소년 렌. 소년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가족이 생기는 기적이다. 소년의 바람과는 다르게 형이라고 나타난 젊은 남자는 그를 사기에 이용할 뿐이다.  
 
보육원 침대 맡에서 늘 상상해 왔던 가족은 고사하고 렌의 앞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유별나기 짝이 없다. 학교 교사를 하다가 사기꾼이 된 톰,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는 벤저민, 우악스럽고 거친 샌즈 부인, 지저분하고 걸신들린 듯 먹을 것만 찾는 쥐덫공장 소녀들, 산 채로 매장 되었던 청부살인업자 돌리까지. 그러나 숨겨져 있던 아픈 사연을 공유하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벤저민은 십대 중반에 그의 삼촌이 도박 빚을 갚으려고 군대에 팔아 넘겼다. 끔찍한 전쟁터를 견디지 못해 탈영했고 사기꾼이 되었다. 그래서 벤저민은 곧 군대에 보내질 렌을 선택했다. 비록 거칠지만 샌즈 부인으로부터 목욕을 시키고 몸에 맞도록 옷을 수선해 주고 끼니를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를 처음 경험하는 렌은 그녀가 병원에 입원하자 일당의 돈을 털어 병원비를 내주고 그녀 대신 그녀의 난쟁이 동생의 끼니를 챙기며대화를 나눈다. 친구는 중요하다며 렌에게 친구를 찾아주기 위해 보육원에서 쌍둥이 형제를 데려온 톰, 자신을 무덤에서 꺼내주고 수발을 들어준 렌을 목숨을 걸고 지키며 친구라고 말하는 돌리, 돌리가 살인마라는 말에 자신의 이형연구를 위해 그의 신체에 관심을 보이는 닥터 밀턴에게 돌리는 친구라고 말하는 렌, 쥐덫공장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렌의 탈출을 도왔던 제니 등 그들은 서로의 결핍을 연민하며 연대한다.  
 
소설에는 편견과 선입견에 쌓인 사회적 약자들이 등장한다.
기억할 수 없는 시절부터 왼손이 없었던 소년, 쌍둥이는 불행을 몰고온다는 인습에 입양이 안되는 쌍둥이 형제, 물건처럼 팔리는 고아들, 열악한 환경에서 악랄하게 노등을 착취 당하는 소녀들, 세상 사람과 단절하며 살 수 밖에 없는 난쟁이, 먹고 살기 위해 사기와 도둑질로 연명하는 하층민들. 사회적 약자들은 현대 사회에도 존재하고 여전히 차별과 싸우고 있다. 
 
또한 혈연중심 가족의 틀을 벗어난 연대중심의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준다. 서로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봐주고 공감을 한다면 가족이 되지 못할 까닭이 무엇일까? 돈 때문에 가족끼리 소송을 하고 절연을 하는 세상에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모험 성장소설이다. 찰스 디킨스의 빅토리아 시대의 음습한 분위기보다는 좀더 명암이 밝다. 소설은 내내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오락가락 하며 팽팽하게 진행하고, 특히 진실을 찾아가는 후반부의 긴장감은 소설의 맛을 배가시켜 주며 결말의 통쾌함은 짜릿하다. 또한 매력 넘치는 벤저민과 사랑스러운 렌의 조합은 덤이라고 할 수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따뜻한 소설 한 편을 권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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