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슈거 ㅣ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3
로알드 달 지음, 허진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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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슈거의 놀라운 이야기]  
마흔한 살 미혼 헨리 슈거는 부자이고, 아내와 돈을 나누기 싫어 결혼도 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는 많은 돈으로 전 세계를 떠돌며 자동차와 장신구, 의복, 성형수술 등 외모를 가꾸는데 아낌없이 돈을 썼다. 헨리 슈거 유형의 부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지금보다 더 큰 부자가 되고 싶다는 크나큰 욕망이다. 많은 돈에도 불구하고 은행 잔고에 두려움을 느끼고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며 카지노에서 한탕을 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은 절대 하지 않으면서 지루함을 느낄때면 우스꽝스럽고 어이없는 게임으로 시간을 보낸다.   
 
어느날 아버지의 서재에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어슬렁거리던 헨리는 얇은 연습장 한 권을 발견한다. 연습장에는 눈을 가리고 볼 수 있는 남자, 이므라트 칸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연습장에 기록되어 있는 이므라트 칸에 대한 내용을 읽은 헨리는 수련을 통해 카드 뒷면을 읽어낸다면 도박판에서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할 수 있을지 떠올린다. 헨리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해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하고 곧바로 수련에 집중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위해 그동안 해왔던 도박을 비롯해 각종 유흥을 그만 두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헨리는 드디어 카드를 뒤집어 놓은 채 앞면을 읽을 수 있게 된다. 헨리는 도박장에서 정확히 3천 파운드를 땄다. 그런데 이상하다. 헨리는 하나도 기쁘지가 않았다. 오히려 우울했고, 심지어 다음날 아침에 그 돈 뭉치를 보자 격렬한 혐오감이 치솟았다.   
 
헨리는 자신의 능력을 유용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주 유용하게, 그리고 놀라운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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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선 세 번째 책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했던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에 담아냈다. <로제트 부인>에서는 전쟁 중에 착취당하는 여성들을, <탄생과 재앙>에서는 생명의 탄생은 축복받아 마땅한 일이고 아기의 건강은 어머니에게 있어 간절한 소망이지만, 태어난 아이가 희대의 전쟁 살인마가 된다면 축복이 재앙으로 변질되는 모순 등 전쟁의 우울함을 무겁지 않게 짚어낸다. 
 
그리고 <하숙집 주인>을 통한 박제된 인간성과 <동물과 대화하는 소년> <돼지>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지난친 육식과 동물 학대에 일침을 가하면서 생태계 공존을 이야기 한다. 또한 <책장수> <헨리 슈거의 놀라운 이야기>에서는 타락하고 부패한 성직자와 귀족 등 기득권층의 탐욕과 허세를 조롱한다.  
 
앞서 읽었던 두 권을 포함해 작가의 기상천외한 반전 결말과 촌철살인의 문장, 유쾌하면서도 거침없는 날센 비유로 독자는 시원한 통쾌함을 느낀다. 소외계층인 약자에게는 따뜻한 연민의 시선을, 착취와 허세를 일삼는 자들에게는 날카로운 비판을 선사하는 로알드 달의 작품들. 그 어떤 잠언서에도 뒤지지 않는 깊은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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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용도 ㅣ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 지음 / 1984Books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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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사진을 찍어 글을 쓰는 취미가 있었더랬다. 거창하게 글을 썼다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으로 일기나 사진을 찍으면서 떠올랐던 단상들 혹은 요즘 표현대로 어느 순간을 스샷하는 의미였던 것 같다. 지금도 창고 어느 구석에 박혀있는 공책에 붙어있는 즉석 사진은 색이 바래 알아보기 힘들고 썼던 문장들도 그 나이가 아니면 쓰지 못했을, 미화된 철부지의 허영투성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공책을 꺼내놓으니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  


아니 에르노는 책에 실린 사진을 찍을 당시 유방암 투병 중이었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온몸으로 겪고 있었다. 살기를 선택한 몸은 치료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온갖 폭력적 행위를 감수해야 했다. 한쪽 가슴은 종양으로 부풀어 오르고, 항암제 치료는 머리털을 한 움쿰씩 빠지게 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육체적 고통을 안긴다. 작가는 사진을 찍어 자신과 연인의 몸, 그리고 그 프레임 안의 순간을 미화도 과장도 없이 있는 그대로 글로 옮긴다. 사물만 존재하는 사진 속에서 우리는 그 사물의 주인을 짐작한다. 그들의 신발, 속옷, 침대, 이불, 그리고 방의 환경. 그것이 인물의 표정보다 더 사실적이고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녀의 고통을 지켜보는 연인의 시선. 그녀가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에서 그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어떤 미래를 약속하지 않은 채 '지금'을 붙잡을 뿐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떻게 자신을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 두렵지 않을까? 그녀도 가끔은 두렵다고 고백한다. 심지어 글로써 자신의 공간을 내놓는 일은 폭력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작가의 글들은 모두 자신을 향해 있을까? 그녀의 모든 글을 삶으로부터 왔다. 작가의 작품에 스포일러가 있다면 그것은 그녀의 삶일 것이다. 


사진, 박제된 시간이라고 해야 하나. 프레임 안에 갇힌 시간에게 감정은 없다.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고통도 느낄 수 없는 사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사진은 기억에서 사라진 과거의 실재를 확인시켜준다. 그리고 사진에 글을 부여하면 감정의 실체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작가가 시간에 매료되었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어느 때부터인지 내가 프레임 안에서 우선해지는 것은 공간이 아닌 시간이다. 그것과 그들이 존재했던, 한때의 삶을 확인시켜주는 시간의 존재, 그래서 이제, 피사체는 더 이상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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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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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우리 손끝에 달린 온갖 유혹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 읽기를 익힌 고집스럽고 내구력 있는 소수가 오랫동안 그러했듯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으리라 믿는다. 종이든 화면이든,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것이다. 그리그 책을 읽는 사람들은 대개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하기에, 그리고 아무리 막연하다 해도 그 공유가 중요하다고 느끼기에, 어떻게 해서든 책이 다음 세대에도 존재하도록 만들고야 말 것이다. 

 
 
작년(2020년), 코로나19라는 역병으로 모든 일상이 중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나는 각각 문학, 사회과학, 철학 세 개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독서모임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면 내가 읽은 책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타인의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1년이 지난 현재에는 ZOOM 활용을 하는 모임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눈짓, 몸짓, 표정, 억양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책에 대한 사색을 나눌 수 없는 아쉬움을 그나마 달랠 수 있는 책이 서평집이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는 판타지 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의 산문집이다. 강연과 수상 소감, 1994년에 쓴 일주일간의 산문 일기, 다른 작가의 작품 서문, 그리고 절반 이상의 분량을 차지하는 서평 등이 실려 있다.  
 
강연 모음에서는 인간 공동체를 통한 연대와 교육, 문학이 메뉴얼로서 삶에 미치는 영향, 간접 경험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수단이 되는 소설, 글의 진실성이 주는 아름다움, 교육과 삶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하지만 현재에 와서 점점 뒤쳐져가는 문해력, 상업주의로 인해 쇠퇴하는 문학 출판 시장, 여성주의와 페미니즘,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작가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있어 지극히 사적인 독서로 인도한다. 작가의 필립 K. 딕과의 인연, 주제 사라마구에 대한 찬사 등은 어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보다 깊이 이입하게 되는데, 이것은 독자 개인의 경험과 연계한다. 노년의 대가가 쓴 서평은 작품 뿐만 아니라 작가의 삶과 시대를 통찰한다. 그가 읽은 작품을 나도 읽었지만 지식이 아닌 혜안으로서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짚어내고, 때로는 어린 아이처럼 '나는 그런데, 너는 아니라면 어쩔 수 없고' 라든가, 혹은 '나는 느끼지 못했지만 당신은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여유로움은 마치 나의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갖게 한다.  
 
실린 서평의 작품들 중 꽤 많은 책들이 우리나라 번역본이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남는다. 기분 좋아지는 햇살 아래에서 따뜻한 차 한 잔 놓고 여유롭게 읽거나, 사위가 가라앉은 듯 캄캄한 밤에, 아니면 고즈넉한 산장에서 읽으면 더할나위 없겠다.  
 
이렇게 다정하고 친근한 글을 더 이상 새로이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애석하지만, 그의 작품들이 절판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노 작가와의 만남을 잠시 접어둔다. 아마도 그가 소개했던 책을 읽게 되면 다시 펼치게 될테지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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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 세트 (전3권) (반양장) - 전체주의의 기원 + 인간의 조건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 지음, 이진우.박미애.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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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가이자 평론가이자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를 오랜만에 다시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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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충동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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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하는 작품마다 독자를 딜레마와 부조리에 빠뜨리는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고찰하는 바는 무엇일지 사뭇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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