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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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니클 아카데미의 비밀 묘지에서 불에 탄 유해들이 발견되었다. 금이 가거나 구멍이 뚫린 두개골, 대형 산탄이 잔뜩 박힌 갈비뼈 등 묘지 부트 힐에서 발견된 유해들은 의심스럽고 수상쩍은 기운을 내뿜었다. 죽어서야 세상에 목소리를 낸 그들이 이야기가 드러난다.






호텔 주방에서 일하는 할머니 해리엇의 손에서 성장한 엘우드는 어린시절 인종분리 정책의 현장 한가운데에 있었다. 인종분리를 중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백인이 다니는 학교에 다닐 수 없었으며 호텔에서 허드렛 일을 하는 사람들은 흑인일 뿐만 아니라 흑인이 손님으로 오는 일은 더욱이 없었다. 마틴 루서 킹의 연설 음반을 수없이 들으며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던 엘우드는 열네 살이 되자 방과 후에 이탈리아인 마르코니 씨의 담배 가게에서 일하면서 <라이프> 잡지를 통해 흑인인권 운동 시위를 벌이는 사진을 보고 흥분하고 때마침 진학한 링컨고등학교에서 흑인인권운동에 적극적인 힐 선생님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힐 선생님의 주선으로 맬빈 그리그스 기술대학에서 가을 학기동안 강의를 무료를 들을 수 있게 된 엘우드는 대학으로 향하던 중 도난차량을 얻어 타고, 경찰에 붙잡혀 공범으로 몰려 감화원 니클에 보내진다.


니클 안에서도 인종분리는 여전했다. 백인 소년들은 언덕 아래에, 흑인 소년들은 언덕 위에 각각 분리되어 있었다. 처음 입교생은 유충으로 행실에 따라 네 단계로 나뉘어진다. 유충부터 시작해서 탐험가, 개척자를 거쳐 최고 단계 에이스에 이르면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단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올바른' 행동으로 점수를 얻으면 된다. 여기서 올바른 행동이란 선생의 말을 잘 듣고, 게으름을 피우거나 꾀병을 부지지 않고 맡은 일을 해내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니클에서 받을 수 있는 점수는 그저 노동, 품행, 고분고분한 태도에 달려있을 뿐이었고, 또한 '공부'의 수준도 단순 연산을 배우는 정도였다. 사실 니클에 붙잡혀 온 아이 중 제대로 초등교육을 받은 아이조차 거의 없었으니 놀라울 일도 아니었고, 대학 강의를 청강하기 위해 달리던 길 위에서 붙잡혀 오고, 창고에서 버려진 고전문학을 읽는 엘우드가 더 예외적인 경우였다.


자기만 잘 하면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엘우드는 상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하급생 소년 코리를 발견하고 말리기 위해 끼어들었다가 얻어맞는다. 그런데 하필 백인 관리인이 현장을 목격하고 엘우드는 화이트하우스라는 곳으로 끌려가 죽기 직전까지 매질을 당한다. 백인 관리인에게 있어 이 사건에 대한 내막은 중요하지 않았다. 감히 소란을 피운 흑인 소년을 얌전하게 만드는 것 뿐. 엘우드는 니클에 붙잡혀 오기 전 늘 들었던 마틴 루터 킹의 연설과 힐 선생님의 말을 잊지 않았다. 문제를 발견했을 때 회피하지 말고 앞으로 나서는 것. 그러나 엘우드가 신뢰했던 정의는 니클에서의 정의와 달랐다.


어느날 가깝게 지내는 터너의 소개로 엘우드는 비교적 편안한 보직인 지역봉사로 자리를 옮길 수 있게 된다. 덕분에 엘우드는 백인 직원 하퍼가 외근을 나갈 때마다 니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비록 잠시 뿐이지만 다시 '자유세계'를 느껴본 엘우드는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집과 학교로 돌아가리라 다짐한다. 니클에서 전통적 행사로 자리하고 있는 복싱 대회. 결승은 백인 대표와 흑인 대표가 맞붙는 최고의 이벤트다. 올해에는 승부를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양측 대표가 팽팽했는데, 백인 관리인 스펜서는 흑인 대표인 그리프에게 지는 경기를 하라고 지시한다. 그 지시를 어길 경우에는 어떠한 대가가 따를지 뻔했다. 경기 당일, 결국 판정승으로 그리프가 승리하고, 흑인 소년들은 그에게 '흑인의 자존심'이라는 영예를 부여했으나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리프가 끌려간 곳은 다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는 '저 뒤'였다. 그 이후 두 번 다시 그리프는 돌아오지 않았다.


니클을 벗어나는 방법은 네 가지였다. 복역 기간을 채우거나 법원이 개입하는 것이지만 후자는 거의 마법과도 같은 경우다. 아니면 학생이 죽거나 도망치거나. 사고자인 경우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는 맞아 죽거나 갑자기 사라지는 아이도 있다. 징벌 방에 갇혀 심장마비로 죽었을 때에도 검시관은 자연사로 판정했고 이들 죽음에 대한 조사는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탈출을 시도한 아이들은 대부분 붙잡혀서 아이스크림 공장을 한 번 맛본 뒤 품행 교정을 위해 2주 정도 어두운 독방에 갇혔다. 그 어떤 것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을 아는 엘우드는 마지막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한다. 니클을 없애는 것.


엘우드는 잔혹한 매질과 살인적인 폭력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움을 그만두었다. 조심스레 행동하면서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끝까지 살아남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니클에서 벗어나고자 열패감 따위는 보이지 않는 맨 밑바닥에 묻어둔 채 그냥 현실에 안주하며 멍해져서 그 현실을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침대로 여기고 잠드는 법을 터득한 검둥이로 살았다. 엘우드는 니클에 감사가 나온다는 소식에 니클을 없앨 준비를 한다. 만류하는 터너와 쥭음을 무릎쓰고 계획 강행하는 엘우드. 예상치 못한 변수와 터너의 손에 넘어간 쪽지. 탈출, 그리고 가슴 아픈 반전.



■  ■  ■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조합해 허구의 옷을 입은 소설 <니클의 아이들>은 1960년대 짐 크로우 법에 의한 인종분리 정책으로 시작된 인종차별과 폭력을 통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 들여다 본다.


엘우드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열다섯 살 소년이다. 마틴 루터 킹의 연설 음반을 닳도록 들을 만큼 흑인인권에 관심이 많았고 고전과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력을 갖춘, 그야말로 전도유망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감화원 니클로 보내진 이유는 단 하나, 흑인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얻어 탄 자동차가 하필이면 절도차량이었다는 사실은 엘우드의 불행이었지만, 이후에 벌어지는 법적 절차와 사건들은 인종차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백인이 권력자인 사회에서 흑인은 간이 식당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평화를 깨는 존재이고, 백인에게 길을 비켜주지 않는 것은 '오만불손한 접촉'죄에 해당한다. 누가 누구에게 불가촉천민의 굴레를 씌울 자격이 있단 말인가.


니클 내부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와 차별, 억압과 폭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흑인 기숙사에 들어가야 할 물품과 아이들이 먹어야할 식재료와 의약품를 빼돌려 착복하고, 아동 노동력 착취는 말할 것도 없으며 강간, 폭행, 살인 등 이루 다 셀 수 없는 악행들이 난무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권 말살 현장 안에서조차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악질 교도관들은 아이들을 괴롭히고, 힘이 센 아이들은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며, 백인 소년들은 흑인 소년들을 린치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는 늘 흑인 아이들이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1960년대 인종차별 현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옮겨왔다. 로자 파크스에서 시작된 버스 보이콧 운동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발췌 등과 더불어 인종분리 정책 폐지 이후에도 끊임없이 자행되어 왔던 인종차별과 억압에 대한 진실을 대면하게 된다. 독자는 엘우드와 터너를 통해서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볼 수 있다. 두 소년의 연대가 우정 그 이상인 이유는 암울한 현실에 구원이 되어주는 존재였고, 기반한 감정이 무엇이었든 살아야 할, 그것도 제대로 살아야할 이유가 되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지금, 팬데믹 세상에서 우리의 구원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려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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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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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작가의 단편에은 보통의 삶을 사는 우리의 희노애락이 담겨져있다. 그 잔잔한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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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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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그동안 많이 다뤄져왔던 인간의 존엄을 어떤 필력으로 써내려갔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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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에센셜 에디션 2 - 셜록 홈즈 130주년 기념 BBC 드라마 [셜록] 특별판 ㅣ 셜록 홈즈 에센셜 에디션 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마크 게티스 외 엮음, 바른번역 옮김, 박광규 감수 / 코너스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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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찰스 바스커빌 경의 의문의 죽음을 손에 쥐고 홈즈를 찾아온 그의 주치의 모티머 씨. 찰스 바스커빌 경의 죽음에 대해 공개된 사실은 이렇다. 찰스 바스커빌 경은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바스커빌 저택 주변에 있는 산책로를 걷는 오래된 습관이 있었다. 그가 죽은 날에도 찰스 경은 늘 하던대로 야간 산책을 위해 저택을 나섰으나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은 날씨가 축축했기 때문에 산책로를 따라 난 찰스 경의 발자국을 쉽게 추적할 수 있었는데,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찾아 나선 집사 배리모어는 산책로 끝에서 찰스 경의 시신을 발견했다. 사후 검시를 통해 밝혀진 사인은 고질병인 심장 질환에 의한 자연사였다. 신문기사를 들어 홈즈에게 여기까지 사실을 전달한 모티머 씨는 앞서 말한 바스커빌 가에 대대로 전해오는 저주를 상기시키며 찰스 경의 죽음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이야기한다. 찰스 경은 자신의 가문에 내려오는 끔찍한 운명을 믿고 있었고, 사건이 일어나기 3주 전쯤 밤에 저택의 입구에서 의문의 검은 짐승을 목격했으나 곧바로 사라졌으며, 무엇보다 시신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는 거대한 사냥개 발자국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모티머 씨가 홈즈에게 의뢰하는 것은 찰스 경의 죽음이 아니라 얼마 후면 미국에서 도착할 상속자 헨리 바스커빌 경에게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할지에 대한 조언이다.


헨리 바스커빌 경과 모티머 씨가 도착하고 헨리 경은 홈즈에게 '황야에서 멀어지라'고 쓰여진 협박 편지를 보여준다. 수신처가 노섬벌랜드 호텔이라고 되어 있는데, 헨리 경은 도착한 후에 호텔을 정했고, 그가 노섬벌랜드 호텔에 묵을 거라는 사실을 아는 이도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영국에 도착한 후 별다른 일이 없었냐는 홈즈의 질문에 헨리 경은 호텔 방문 앞에 놓아둔 구두 한 짝이 사라졌다는 말을 전한다. 사건의 전후 사정을 모두 들은 헨리 경은 바스커빌 가의 저택에 갈지 여부를 두고 심사숙고 후에 결정을 내리겠다는 말과 함께 오후에 다시 만나자고 한 후 돌아갔다. 오후에 홈즈와 왓슨이 호텔에 도착해보니 이번에는 헨리 경의 다른 구두 한 켤레 중 한짝이 또 사라졌다. 신문 활자를 오려 만든 편지, 검은 턱수염의 미행자, 새로 산 갈색 구두 한 짝과 낡은 검은색 구두 한 짝 분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갈색 구두 한 짝. 헨리 경이 영국에 도착한 이틀 사이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었다. 홈즈는 헨리 경이 저택가로 가기로 한 결심에 찬성하고, 모티머 씨로부터 찰스 경의 많은 재산과 관련한 유산 상속 문제에 대해서 듣게 된다. 홈즈는 헨리 경에게 왓슨을 동행시킨다. 그리고 홈즈를 사칭하는 의문의 사나이.

헨리 경과 왓슨이 바스커빌 저택에 도착한 날 들은 첫 소식은 사흘 전에 흉악한 살인범 셀던이 탈옥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늦도록 잠이 들지 못한 왓슨은 여자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듣는고, 아침이 되어서 그 울음 소리의 주인공이 집사 배리모어의 아내였음을 눈치챈다. 찰스 경의 시신을 찾은 사람도, 헨리 경을 미행했던 사람과의 인상착의와도 비슷한 배리모어. 그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의심이 가는 부분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사건에 유독 관심이 많은 박물박사 스테이플턴, 왓슨을 보자마자 헨리 경으로 착각하고 오빠 몰래 다가와 곧장 이곳을 떠나 런던으로 돌아가라고 경고하는 스테이플턴의 여동생 베럴, 늙은 괴짜 이웃 플랭클랜드, 늦은 밤마다 창가에 서 있는 배리모어, 황야에서 들려오는 개가 짖는듯한 괴이한 소리, 찰스 경이 죽기 전에 만나기로 약속한 L.L이라는 이니셜의 여성, 그들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한 남자의 그림자, 그리고 헨리 경의 옷을 입은 채 절벽에서 추락사한 탈옥범 셀던. 드디어 현장에 나타난 셜록 홈즈, 그리고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는 진실!



[마지막 문제]

천재 수학자이자 대학교수인 모리아티는 좋지 않은 소문이 퍼져나간 탓에 교수직을 그만두고 런던으로 와서 육군 교관으로 일을한다. 그러나 악마적인 성향을 가진 그는 최고의 두뇌를 이용해 거미줄을 치듯 악행을 계획하면서도 자신은 움직이지 않은 채 조직된 수많은 하수인들을 통해 일을 수행하는, 한 마디로 범죄 세력의 중심에 있었다. 또한 교활하게 안전장치를 곳곳에 심어놓아 경찰은 법정에서 그의 유죄를 선고할 만한 증거를 확보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셜록 홈즈는 호적수를 만난 것이다. 홈즈는 모리아티로부터 사회를 구해낼 수 있다면 자신의 탐정 경력을 내려놓아도 좋다고 했다. 모리아티 조직의 일망타진. 왓슨과의 여행, 그리고 홈즈의 마지막.



[빈집의 모험]

홈즈가 실종된지 3년이 지났다.

아너러블 로널드 아데어가 자신의 방에서 리볼버 탄환에 맞아 머리가 무참히 으스러진 상태로 사망했다. 방문은 잠겨 있었고 그의 방 안 탁자에는 10파운드 지폐 두 장과 10파운드 17실링어치의 금화와 은화가 가지런히 쌓여 있었으며 그 옆에는 카드 노름을 함께 즐겼던 클럽 친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데어가 방문을 잠글 이유가 전혀 없었고, 살인범이 잠갔다고 하더라도 6미터 높이의 창문에서 도망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창문 아래쪽 화단과 도로 사이의 풀밭에는 그 어떤 흔적도 없었다. 따라서 아데어가 스스로 문을 잠갔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살해되었으며, 범인은 어떤 방법으로 방을 빠져 나갔다는 말인가?

이 사건의 수수께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왓슨 앞에 기적처럼 나타난 셜록 홈즈. 모리아티와 함께 폭포에서 떨어져 실종됐다고 여겼던 홈즈의 귀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대표하는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를 비롯해서 모두 열한 작품이 실렸다. 이 모음집에는 홈즈가 좀더 막강한 적수들을 상대하고 있고, 심지어 주인공 홈즈가 실종 및 귀환을 다루고 있어 1권보다는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아서 코난 도일은 <마지막 문제>를 끝으로 셜록 홈즈 시리즈를 끝내려고 했는데, 독자들의 엄청난 요구로 다시 시리즈를 시작했고, 그때 들고나온 작품이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였다고 한다. 만약 작가가 독자의 요구를 무시하고 시리즈를 접었다면 이 흥미로운 소설이 세상에 나올 수 없었겠다는 생각을 하니 그점도 재미있다.


소설에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3일 동안 물 한모금도 넘기지 않은 홈즈의 집념, 저열한 악당을 상다하기 위해 좀도둑이 되는 것쯤은 감수하는 발랄함(?), 감정이라고는 없는 이성주의자같지만 부부의 사랑에 감동도 받는 훈훈함 등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또한 인종차별, 여성을 억압하는 가정 폭력 등을 통해 당시 사회적 편견과 의식에 대해서도 깊지는 않지만 짚어볼 수 있다.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재미를 느낄 수 있고 피로도가 낮아 정통 추리소설이 아직까지 사랑받을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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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한재호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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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나는 수전 손택의 작품을 <타인의 고통> <사진에 관하여> <해석에 반하다> 순으로 읽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인생을 거꾸로 되짚어간 셈이었다. 이 세 권을 읽었을 당시 수전 손택이라는 사람에게 앉은 자리에서 홀딱 반해버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일단 이 평전을 통해 읽은 손택의 인생은 독자인 나에게 있어 반전의 연속이다. 사실 그의 20대 이전의 삶을 거의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몇 가지 면에서 짐작하지 못했던 면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을 테다. 비교적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에서 쓴 저자의 글 덕분에 나 역시 수전 손택이라는 인물을 주관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읽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손택의 개인사에 깊이 아는 바가 적기에 저자의 글과 인용된 손택의 말을 통해서 손택 이면에 대해 혼자 짚어가는, 그리고 내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손택 그 이상의 입체적인 인물을 만날 수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먼저 유년 시절의 경험으로 긍정적인 가정상이 형성되지 않았던 손택이 결혼을 이른 나이에 했다는 것이 선뜻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면 부재했던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남편을 통해서 본인이 상상한 이상적인 가정 안에서 이루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바람했던 가정상과는 괴리를 느끼고 이혼을 단행한 수전의 결정은 강한 자아를 본격적으로 표출한 시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신의 외모를 상품화해 홍보에 이용한 부분도 상당히 낯설었다. 초기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여성과 흑인해방, 게이와 레즈비언의 대안적 생활 방식 인정과 같은 개혁에 관련한 문헌들을 접하면서 손택이 받았던 영향들을 떠올려봤을 때 상업적 홍보에 외모를 이용했다는 사실에 대해 약간의 배신감도 들었다. 또한 대중적이고 타인의 시선을 즐기며 이것을 적절히 즐기는 처세와 돈을 좇아 글쓰기를 했다는 것 역시 의외였는데, 한편으로는 자본주의로 대표하는 미국에서 먹고사니즘에 초연하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고, 자신의 역량을 개인의 명성에 보태어 공익 활동을 하는 데에서 오는 나의 개인적 딜레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그녀의 삶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단연코 열정을 넘어선 치열한 삶이다. 그가 삶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강했는지는 죽음을 얼마 앞둔 상태에서 '살기 위해서 삶의 질 따위는 필요없다'고한 손택의 말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이와 무관하게 끊임없는 배움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고, 영화를 비롯해서 춤, 연극, 오페라 등 문화예술을 사랑했으며, 무엇보다 글쓰기에 대한 고통을 토로하면서도 내면에서 단 한번도 펜을 내려놓지 않았다. 와일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흔을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스물한 살'처럼 살았다. 60대 후반에도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며,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예술과 정치의 새로운 발전을 접하면 흥분할 줄 알았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았다.


지식인으로서 손택의 정체성은 도덕적 의무에 기반한다. 손택은 2001년 5월, 예루살렘국제도서전에서 예루살렘상을 받았는데, 심사위원 중 두 이스라엘 정치가들은 손택이 이스라엘의 정착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손택은 주최측을 직접적으로 모욕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취한다. 그의 비판은 정치적 신념이 아닌 작가로서의 소명에 기초한다. 손택은 이 소명에 책임감이라는 윤리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급진적이고 거친 손택의 행보가 개인적이냐 대의적이냐를 놓고 왈가왈부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지식인이 가져야 하는 소명과 책임 의식을 회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무라고 여겼다는 점이다. 그리고 손택은 모든 도덕적 소명을 대중 안에서 이루고자 했다.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않았으며, 뉴요커와 파리지엔느로, 세계인으로 하루를 48시간으로, 만년 스무살 청춘처럼 살았던 사람. 유년 시절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워했던 그가 찾아낸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은 민족이나 국가가 아닌 '수전 손택'이라는 본인 그 자체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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