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철학자 - 키르케고르 평전
클레어 칼라일 지음, 임규정 옮김 / 사월의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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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현실이다‘라고 말하는 키르케고르의 평전을 만나게 되어 일단 반갑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의무‘라고 말하는 철학자를 삶을 읽을 수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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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조 히데키와 제2차 세계대전 - 일본을 패망으로 몰고 간 한 우익 지도자의 초상
호사카 마사야스 지음, 정선태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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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주의자를 통해 한 시대와 한 나라의 관점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수년 전 관심있는 책이었는데, 재출간되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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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삶의 음악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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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겨울 기차역 대합실. 기차는 여섯 시간 째 연착 중이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여인, 흥정 중인 매춘부와 군인, 스며드는 찬바람을 막아보기 위해 목깃과 스카프를 올리며 서로의 몸에 기대고 있는 사람들. 화자는 무관심과 체념으로 뒤엉켜 있는 이들을 지켜보다 앉을 의자를 찾기 위해 대합실을 가로질로 복도 끝에 있는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가 그랜드피아노 앞에 앉아 울고 있는 한 남자를 본다.  


모스크바행 기차가 도착했다. 화자가 탈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기차는 이미 만원이다. 어쩌면 이 도시에서 하루를 더 보내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 맨 끝의 삼등칸 차량에서 그 남자가 팔을 흔들어대며 그를 부른다. 덕분에 화자는 그날 열차에 탑승했다. 그 노인, 피아니스트의 이름은 알렉세이 베르그. 
 
소비에트 연방, 고발이 난무하는 공포정치 시대. 수용소행을 피하기 위해 도망쳤던 스물두 살의 알렉세이는 의도치 않게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삶을 살게 된다. 열차 안에서 노인이 들려준 그의 이야기.


ㅡ 


알렉세이가 이모네 집에서 은신했을 당시, 술에 취해 울타리 밑에서 골아떨어진 남자를 발견하고 격렬한 질투심을 느낀다. 남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고, 일시적인 죽음 속에 완전히 방치된 채 스스로에 대해 온전히 망각할 수 있는 자유. 알렉세이는 도망자 신세가 된 자신의 처지를 끊임없이 자각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해을 터다. 또한 알렉세이 베르그로 살 수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그림자같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생명력이 없는 죽은 삶을 살아야함에 느꼈을 무력감이 어땠을지 알 것 같다. 


모순과 부조리의 세상. 죽음을 피해 뛰어든 세상이 오히려 죽음에 더 가까운 선택이 되어버렸다. 미래를 기약할 수도, 타인과 과거를 추억할 수도 없는 알렉세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끝이 예정된 누군가와 체온을 나누는 것 뿐이다. 그것이 사랑은 아닐지언정 평화와 휴식을 나눌 수 있다면야.  


열일곱 살 스텔라는 알렉세이에게 그의 삶과 전쟁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청한다. 그런데 알렉세이는 자신에 대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알렉세이 베르그에 대해 얘기해야 할까, 세르게이 말체프에 대해 얘기해야 할까. 연주회를 이틀 남기고 도망쳤던 젊은이는 어느새 피웅덩이에서 뒹구는 사람이 됐다. 과거에서 추방당했고, 이제 또 다시 현재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놓인 스스로를 무어라 표현해야하나.  


마침내 피아노 앞에서 다시 알렉세이 베르그로 돌아온 남자. 그 대가는 지난한 10년의 세월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감기몸살로 인해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지독한 근육통에 시달렸었다. 알렉세이가 살면서 느꼈을 통증이 이런 게 아니였을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지만 스스로를 놓아버려 내가 나로 살 수 없는 인생. 그리하여 내내 얻어맞은 듯한 통증을 달고 살진 않았을지.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 때문에 이 소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소리없이 처절한 느낌이다. 수용소로부터 달아나고자 했으나 그에게 있어 세상은 울타리 없는 수용소였기에, 그럼에도 절망을 무덤덤하게 얘기해서, 마지막의 무표정한 알렉세이의 무표정 때문에, 더 그렇다.  


그의 가슴에 지나갔을 찬바람이 나에게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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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오너러블 스쿨보이 1~2 - 전2권 카를라 3부작 2
존 르 카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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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인내심 끝에 조지 스마일리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끝내고 든 생각이었다.
오직 카를라를 잡겠다는 일념으로 주변의 재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적을 이어간 결말은 사실 허탈하다.  


소비에트가 홍콩 암흑가를 통한 돈세탁한 사실은 밝혀냈지만, 정작 스마일리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고, 오히려 아끼는 제리를 잃었으며 '사촌'에게만 득이 된 셈이다. 카를라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채 아내 앤에 대한 회한만 깊어졌다.  


읽다보면 스마일리의 고독한 싸움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필립 말로가 훨씬 낭만적이고, 이에 비하면 스마일리는 냉정하지만 비정함 뒤에 숨겨진 타인에 대한 애틋한 정서는 닮은 구석이 있다. 읽기를 마친 후 여운이 남는 것도 그렇고.  


아무튼 이 작전은 서구 입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이겠지만, 스마일리에게 있어서는 실패에 가까운 작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마일리가 작전에서 예상치 못했던 복병은, 사랑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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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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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성, 인종, 장애, 성소수자 등 차별과 혐오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들이 미술계에서 어떻게 소비되어 왔으며, 도외시 되었는지 얘기한다. 







소수자 차별, 대리모, 성 착취, 월경 혐오, 가부장제, 모성 이데올로기, 여성 노동, 가사노동 폄하, 아동 착취 및 비하, 노인 혐오, 기득권층의 허위, 소수민족 박해, 도시 개발과 빈민자, 시민 통제와 감시, 광기에 가까운 투기, 동물권, 환경 오염,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포장되는 문화 후원 등을 예술 작품과 더불어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을 통해 변이된 형태로, 본질적으로는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시선과 시스템을 짚어내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를 시작으로 대중이 익히 알고 있는 마네의 <올랭피아>, 무리요의 <포도와 멜론을 먹는 소년들>, 아르천의 <푸줏간>, 마네의 <아르장퇴유>, 드가의 <기다림>, 잭슨 폴록의 작품 외에도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작품들 안에서 당시 시대를 읽어볼 수 있다. 이 책이 재미있는 점은 그림 속에서 스쳐지나갈 인물들의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책에 실린 내용들 중 일부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나 현재를 사는 대부분의 우리가 고민해야 할 명제들이기에 흘려 읽히지 않았다. 특히 지금은 사라진 '어글리 법'에서 언급된 안토니에타, 파스트라나의 사연은 다시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죽음 이후 철저히 배제된 이유를 생각해보면서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유리 천장과 유리 절벽으로 대변되는, 소수자의 입장에 서 있는 여성의 위치를 새삼 느낀다. 그리고 자궁 혐오가 호르몬이라는 과학 용어로 포장되어 지금도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몰아감과 동시에 여성의 신체 자체가 차별의 근거로 쓰이고 있는 현실도 지적한다.    


노동에 있어 19세기 이전까지는 다방면에서 여성과 남성은 함께 일하는 동료였으나, 산업화 및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여성에게는 '노동력 재생산'의 역할이 맡겨졌다. 이러한 방식은 무보수 노동을 여성에게 전가함으로써 자본가의 추가 이윤을 창출하게 된다. 자본주의가 '전업주부'를 권하는 이유는 체제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여성의 가사와 돌봄의 무상 노동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성 노동이 더 이상 '잉여'가 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면, 인류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폄하된 '그림자 노동'은 어떻게 해결할 셈인가. 가사 노동에 대한 사례 중 19세기 해나 컬윅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녀의 지극히 현실적이고 현명한(?) 판단에 박수를 쳤다. 그깟 변호사 아내의 지위(!)가 뭐라고.


성소수자로서 미켈란젤로의 커버링과 릴리 엘베의 커밍아웃을 통해서 본 '정상성'의 기준, '동물권'이라는 용어 자체가 인간이 지구의 주인임을 드러내는 오만함,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들어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기후 위기, 겉으로는 선진 도시 구축이라는 모양새를 띠고 있으나 기득권층의 잇속대로 짜여져 투기를 조장하는 것은 물론이요 도시 빈민층을 양산해내며 심지어 시민을 통제하는 용도까지 감안한 도시 개발, 예술을 선의의 가면으로 이용하는 자본가들의 속내와 이로인해 한때는 정치적 권력에 의해, 현재는 돈의 권력에 휘둘리는 예술계 등 만연한 사회의 문제들을 하나둘씩 돌이켜 볼 수 있다. 서너쪽에 불과한 분량이지만 기후 위기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작가의 의견에 공감하며 이에 동의한다. 


​책의 목적 자체가 사회 비평서가 아닌만큼 사회 문제에 대한 대안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함없이 순환되는 우리 시대를 미술 작품 안에서 혹은 작가와 작품의 뒤에 숨은 사연을 통해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다만 숙고해야할 것은 이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대중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던 작품들을, 과연 우리는 '공정'과 '동등'이라는 시선으로 보았는지의 여부다. 우리는 혹시 몇 도쯤 기울어진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이것이 '정상'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할 터다.




사족
가방에 넣어 다니가 부담없는 책 사이즈가 마음에 든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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