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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코스 윤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2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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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은 감정과 행위와 관련이 있어 자발성과 비자발성을 구분해야 한다. 더 큰 해악을 당할 것이 두려워서 또는 어떤 고귀한 목적을 위해 어떤 행위를 할 때, 그 행위가 비자발적인지 자발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행위의 원인이 외부에 있고 강요당한 행위자가 원인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면, 그 행위는 강요로 보인다. 무지 때문에 어떤 행위를 했지만 후회하는 사람은 비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본다면,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경우로, 자발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비자발적인 것도 아니다. 자발적이냐, 비자말적이냐는 결국 행위 이후 가책과 고통을 느끼느냐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일 터다.
어떤 행위를 비자발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어떤 행위와 관련한 구체적인 상황과 대상에 대한 무지로 그렇게 했을 때만 해당한다. 동정과 용서는 이런 대상일 때에 가능하다. 그런데 무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위의 대상과 목적이다. 강요나 무지 떄문에 행한 것이 비자발적인 행위라면, 어떤 행위의 원인이 행위자 자신에게 있고, 행위자가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것을 알고 있었다면 그 행위는 자발적인 것이라고 해야 한다.
이성적 선택은 미덕의 본질에 속하기에, 성품을 구별해내는 데 행위보다 더 탁월한 역할을 한다. 이성적 선택이 자발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자발적인 것이 이성적 선택보다 범위가 더 넓다. 예를 들어 자발적 선택은 동물도 가능하지만, 이성적 선택은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다. 이성적 선택은 바람이나 의견이 아니다.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것만 이성적 선택의 대상이다. 즉 어떻게 할 것이냐만이 이성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의견을 가졌다고 해서 가장 좋은 이성적 선택을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자기 힘으로 할 만한 것을 숙고한다. 우리가 숙고하는 것은 대체로 특정 방식으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 결과가 정해져 있지 않고 불확실해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숙고하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그 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수단이다. 먼저 목적을 세워 놓은 후에, 그 목적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수단을 통해 달성할 것인지를 숙고한다. 즉 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이 숙고 대상이다. 예를 들면 빵을 만드는 것은 목적, 빵을 어떤 재료와 방식으로 만들지를 고민하는 것이 숙고, 빵이 맛이어지기를 원하는 것은 바람이다. 이는 이성적 선택이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과 관련되어 있음을 말한다. 바람은 목적과 관련되고, 숙고와 이성적 선택은 목적을 이루는 것과 관련되므료, 후자와 관련된 행위는 이성적 선택에 따라 자발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덕도, 악덕도 우리의 책임이다.
미덕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좇다보면 결국 개인 양심과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습관으로 당연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의 교육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만취 범죄자에 대한 부분인데, 현대와는 정반대의 시각이라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