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사랑법 - 김동규 철학 산문
김동규 지음 / 사월의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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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는 한恨과 멜랑콜리는 엇비슷해 보이지만, 사뭇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恨이란 이름도 힘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자들의 공포와 당혹감을 기저에 깔고 있는 정서다. 멜랑콜리는 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낭패감에 가깝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 국가의 국민들이 갖고 있는 '우울'은 어떤 정서에 기반할까? 내면에 우울이라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나 역시 수시로 우울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내가 안고 있는 '우울'의 정체는 한인가, 멜랑콜리인가.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으로 恨은 사람 개개인이 해결하기 어렵다면 멜랑콜리는 조금이나마 극복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 존재의 근거를 박탈당하는 슬픔과 고통은 어느 한 사람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지독한 빈곤, 지독한 차별, 지독한 폭력, 지독한 혐오가 그렇다. 반면 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낭패감은 좀 다르지싶다. 과도한 '자기애'의 벽에서 벗어난다면 방법이 보이지 않을까. 
 
우리의 내면과 사회 기저에 깔린 우울의 정체를 밝히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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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사랑법 - 김동규 철학 산문
김동규 지음 / 사월의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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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란 근원적인 언어이며, 언어는 존재의 집 즉 사원인데, 시라는 언어의 사원에 모시는 것은 사랑으로써 이는 존재란 곧 사랑이다. 바꿔 말하면 사랑을 언어로써 보호하고 지키는 집, 그것이 바로 詩다.  

사람이 엄마의 자궁을 집으로 삼고 세상에 나와 반응하는 존재도 역시 사랑이다. 눈맞춤, 울음, 옹알이, 몸짓 등 그 모든 작용은 사랑하는 이와의 교감이다. 이렇게 인간은 태초의 언어(사랑)을 시작한다.  

플라톤은 <향연>에서 사랑의 신 에로스가 '가장 오래된 늙은 신'이라고 말한다. 이 주장의 근거는 그것이 무엇이든 탄생의 전제 조건이 사랑이기 때문이고, 사랑의 본질이 받음이 아니라 '줌'에 있기에 줄 수 있는 이는 연장자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둔다. 이는 사랑이 기원과 성숙의 시간이 결부되어 있음을 가리키는데,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더 먼저 더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이란 한갓 이기주의를 뜻하는 에고이즘과는 구분되는 자기애다. 타자를 자기처럼 사랑하는 이타적인 모습까지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나르시시즘은 협소한 에고이즘과 구분된다. 자기사랑이 곧 타자사랑이라는 말은 못난 내 모습까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유의미하려면, 내 못난 모습, 사회로부터 업신여겨지는 모습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새겨야 한다. 자타의 강점이 아닌 약점마저 사랑하는 것, 그것이 사랑의 요체다. 도달하기 힘든 사랑의 성숙함이다.  

이 책, 왜 이렇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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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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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평범하고 단조로운 나날이 지겨워진 스물여덟 살 가와이 조지는 열다섯 살 여급 나오미에게 호감을 느낀다. 동정심, 무료함을 달래고픈 심정, 일상을 자극해줄 거라는 기대 등 복합적인 이유로 나오미를 데려와 동거를 결심하고, 교육을 받게 해주겠다는 그의 말에 나오미는 동거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가는 아니다보니 고작 한 작품만을 읽었더랬다. 그럼에도 한두작품은 더 읽어보자했는데, <세설>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가 이 작품을 읽을 기회가 됐다.

20세기 초 + 일본 정서를 감안하고 읽는 중이다.
<롤리타>와 유사한 내용인가 궁금했는데, 결도 문장도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불편한 지점이나 읽으면서 딴지를 거는 내 생각도 다르고. 

아직까지는 칼자루를 가와이 조지가 쥐고 있는데, 어째 역전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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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사랑법 - 김동규 철학 산문
김동규 지음 / 사월의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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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너를 믿는다'라는 말은 '너를 사랑한다'라는 말과 동의어다. 



영어단어 believe 안에 있는 lieve는 love를 뜻한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믿고 생각(思=愛)하는 것 이면에는 사랑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사랑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가치보다 가장 근원적인 가치라는 말씀이라는 뜻일테다.  

프롤로그에서, 사랑은 스스로를 사랑하는데, 진정한 '자기애'에서 자기(self)란 나르시시스트 개인의 '나'가 아니라 사랑 그 자체(it-self), 즉 참된 자기애란 '사랑의 자기 사랑'을 뜻한다고 얘기한다. 참된 자기애는 자타(自他)가 없는 절대 존재이기 때문에 고독이 유래하고, 따라서 사랑은 절대적이며 무한하고 고독하다. 

아...... 뭔가 설득된다.

내가 믿는 당신들, 그것은 사랑이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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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 에디션 전 시집
윤동주 지음,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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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제대로 읽기 전, 표지 안쪽에 있는 시인의 사진을 한참동안 들여다보았다. 1917년생으로 1945년 해방을 불과 6개월 남겨두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8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 1917년생이면 나의 할아버지와 나이 차가 10여년 정도에 불과하다. 할아버지에게도 시인처럼 학생모를 쓰고 찍은 사진이 있다. 시인이 천수를 살았다면 그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시를 썼을까. 사진 속 그의 잔잔한 미소 때문에, 오늘의 맑은 날씨 때문에, 어쩐지 명치 끝이 더 뻐근하다.  










정본 윤동주 전집을 비롯해 시집, 평전까지 시인 윤동주와 관련한 책만 열 권 가까이 소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새로운 윤동주 시집을 또 읽는다. 책이란 것이, 특히 문학은 내가 처한 상황이나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읽을 때 마다 달라지곤 하는데, 나에게 있어서 시詩가 그렇고, 윤동주의 시는 더 그렇다.  


​이 책의 매력은 시인의 산문과 미발표작, 그리고 윤동주 시집의 초판본에 실린 여러 시인들과 문학계 인사들의 서문 및 발문이다. 특히 1947년 12월에 쓴 시인 정지용의 서문은 무척 인상적이다. 광복을 맞이했으니 이러한 서문도 가능했으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짠하고 저릿하다. 그리고 유영 선생이 윤동주와 송몽규를 목놓아 부르듯 쓴 시에서 '네 벗들이 여기 와 기다린 지 오래다'라는 문구에 절로 울컥해진다.  


시인 정지용과 친구 강처중, 후배 정병욱의 후기를 통해서 본 윤동주는 누가 달라면 책이나 셔츠까지 내어 줄 만큼 순하디 순한 사람이다. 한 편의 시를 탄생시키는데 오랜 숙고를 거쳤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겸허 온순하였으나 자기의 시만은 양보하지 않았으며, 시인이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기꺼이 걸어간 사람이었다. 불러도 대답 없을 그 이름, 동주와 몽규를 헛되이나마 부르고 싶다던 그들의 간절한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후배 정병욱이 "동주 형"이라고 부르는 말이 참으로 다정하고 아련하게 들린다. 문득 '그랬겠구나. 윤동주가 시인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학우요, 동료요, 아들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미처 그 생각을 못했던건지. 


윤동주의 시가 따뜻한 봄날에 이토록 어울린다는 사실을, 나는 그가 죽은 나이를 훌쩍 넘어선 지금의 나이에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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