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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 에디션 ㅣ 전 시집
윤동주 지음,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책을 제대로 읽기 전, 표지 안쪽에 있는 시인의 사진을 한참동안 들여다보았다. 1917년생으로 1945년 해방을 불과 6개월 남겨두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8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 1917년생이면 나의 할아버지와 나이 차가 10여년 정도에 불과하다. 할아버지에게도 시인처럼 학생모를 쓰고 찍은 사진이 있다. 시인이 천수를 살았다면 그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시를 썼을까. 사진 속 그의 잔잔한 미소 때문에, 오늘의 맑은 날씨 때문에, 어쩐지 명치 끝이 더 뻐근하다.

정본 윤동주 전집을 비롯해 시집, 평전까지 시인 윤동주와 관련한 책만 열 권 가까이 소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새로운 윤동주 시집을 또 읽는다. 책이란 것이, 특히 문학은 내가 처한 상황이나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읽을 때 마다 달라지곤 하는데, 나에게 있어서 시詩가 그렇고, 윤동주의 시는 더 그렇다.
이 책의 매력은 시인의 산문과 미발표작, 그리고 윤동주 시집의 초판본에 실린 여러 시인들과 문학계 인사들의 서문 및 발문이다. 특히 1947년 12월에 쓴 시인 정지용의 서문은 무척 인상적이다. 광복을 맞이했으니 이러한 서문도 가능했으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짠하고 저릿하다. 그리고 유영 선생이 윤동주와 송몽규를 목놓아 부르듯 쓴 시에서 '네 벗들이 여기 와 기다린 지 오래다'라는 문구에 절로 울컥해진다.
시인 정지용과 친구 강처중, 후배 정병욱의 후기를 통해서 본 윤동주는 누가 달라면 책이나 셔츠까지 내어 줄 만큼 순하디 순한 사람이다. 한 편의 시를 탄생시키는데 오랜 숙고를 거쳤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겸허 온순하였으나 자기의 시만은 양보하지 않았으며, 시인이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기꺼이 걸어간 사람이었다. 불러도 대답 없을 그 이름, 동주와 몽규를 헛되이나마 부르고 싶다던 그들의 간절한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후배 정병욱이 "동주 형"이라고 부르는 말이 참으로 다정하고 아련하게 들린다. 문득 '그랬겠구나. 윤동주가 시인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학우요, 동료요, 아들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미처 그 생각을 못했던건지.
윤동주의 시가 따뜻한 봄날에 이토록 어울린다는 사실을, 나는 그가 죽은 나이를 훌쩍 넘어선 지금의 나이에야 깨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