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2 열린책들 세계문학 279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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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영감으로 착각하고 모든 미술 분야를 시도하는 에이미.
누구의 칭찬과 격려 없이도 제가 할 수 있는 데에까지 열정을 다해 미술에 전력투구한다. 에이미의 좌우명이 '절망하지 마라'인 것만 봐도 그녀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일에 얼마나 열성을 갖고 최선을 다했을지 짐작할만 하다.  

열여섯 살 에이미를 읽고 있자니, 문득 그녀가 21세기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태어났다면 어떤 상황이었을까 상상하게 됐다. 아마 어린 나이에 그림에 재능을 보이는 딸한테 영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술학원을 전전하다가 정작 당사자보다 부모의 열정이 앞서 제 풀에 지쳐버리지 않았을까. 영재 만들기에 급급한 곳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스승임을 알았던 현명한 어머니를 두었다는 사실이, 특히 고집스러운 에이미의 성향에는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사족
어찌되었든, 어머니 앞에서도 제 할 말 다하는 에이미, 칭찬해. 좋아, 아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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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동남아 - 30개의 주제로 읽는 동남아시아의 역사, 문화, 정치
강희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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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동남아 여행지는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동남아시아에서도 꽤 먼 편에 속한다. 일본은 고사하고 제주공항에 착륙할 즈음에 멀미가 시작될 정도로 멀미대왕인 나는 쿠알라룸프루에 도착할 때 이미 떡실신 상태였다. '바나나 머니'로 시작되는 책의 첫장부터 등장하는 말레이 반도 덕분에 추억팔이로 시작하는 책읽기다. 


여행으로 얘기를 꺼냈지만, 이 책은 여행서가 아니다. 동남아시아의 역사, 문화, 정치에 대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읽다보면 재미있는 강연을 듣는 것처럼 어렵지 않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중학교 1학년 때 백과사전 전집을 소설처럼 읽은 시기가 있었는데, 그 당시 읽었던 내용보다 훨씬 재미있다.  








 
17세기 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자바섬에 심은 커피, 19세기 말 영국이 말레이반도에 심은 고무와 팜오일은 제국주의자가 동남아에 옮겨 심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고무와 팜오일의 경우 21세기인 지금도 전 세계 생산량 1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2위라는 부분에서 문득 아보카도가 생각났다. 과잉 생산과 환경 문제가 맞물려 이슈가 되기도 했던 이 열매나무 또한 신자유주의가 낳은 경제 식민의 다른 형태의 흔적이 아닐까싶다. 


유럽인들이 동남아시아에서의 노동력 확보를 위해 19세기에서 20세기 중국계, 인도계 노동자들을 동남아시아로 대거 유입시켰던 역사는 러시아가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대규모 강제 이주시킨 고려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우리 역사에 오구라 콜렉션이 있듯,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 역시 문화유산 약탈의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강제 이주, 인플레이션, 전염병, 분열과 차별, 문화유산 약탈, 자원 갈취 등 제국주의가 남긴 흔적은 아직까지도 깊게 남아 있다. 그들의 명분이 늘 문명화였지만, 유럽 국가들이 동남아시아를 식민화하기 이전에 이미 문명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 수준이 그리 낮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양한 경로로 밝혀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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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자연 환경에 따른 농경 및 특산물 재배와 신대륙으로의 전파, 그에 따른 해상 무역과 전쟁, 그리고 자본주의 확산으로 인한 폐해 등 동남아시아 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한다. 각국의 특산물 혹은 주요 식자재가 갖는 의미와 음식 문화에서 알 수 있는 문화적 다양성과 문화적 혼종성, 그리고 각 나라의 사회적 환경에 따른 식생활까지, 거기다 전통 문화와 예술, 축제와 종교, 관광산업, 대중문화 등 비슷한듯 하지만 저마다 다른 문화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싱가포르의 식생활 문화, 아주 마음에 든다.) 


3장에서는 근현대 정치사에 대해 서술한다. 미얀마와 타이에서 독재자에 맞서 민주화를 위한 저항에 앞장서는 청년들, 작은 국가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똑똑한 다자외교를 통해 소국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국제사회에서 허울뿐인 지위보다는 실리를 더 추구하는 강소국 싱가포르, '독립적인 행동 외교' 원칙을 고수하며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방식을 채택하는 인도네시아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구에 종속된 역사와 정치가 아닌 현재 그들의 정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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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책의 후반부에 위치한 싱가포르의 정치와 외교정책, 그리고 효율과 실용을 중시하며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정부 조직 체계였다. 국가 전반에 흐르는 유교적 영향 때문에 연장자 우선, 서열과 권위의 문화가 적지 않음에도 실용 문화와 대립하지 않는다는 점, 무엇보다 위에서 언급했던 바대로 우리나라가 세계 순위에 집착하며 몸뚱아리 부풀리기에 급급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다. 


사실 인도 아대륙만 들여다보기에도 상당히 복잡한 문화, 종교, 정치가 얽혀 있는데, 하물며 동남아시아에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알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학구적으로 깊게 파고들겠다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 책은 충분히 앎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고 내가 관심있는 부분을 먼저 선택해서 읽어도 무방하다. 적당하게 가볍고, 적당하게 무겁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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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2 열린책들 세계문학 279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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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지났다. 메그는 존 브룩과의 결혼을 하루 앞두고 있다. 허영심이 강해 화려하고 낭만적인 결혼을 꿈꾸던 그녀가 소박한(가난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로리는 짓궂은 대학생이 되었고, 조는 점점 더 글쓰기와 베스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쾌활한 성격 덕분에 로리의 대학 친구들과는 편하게 지내지만, 그들이나 조나 서로를 연애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시선이 따라가는 대상은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는 에이미다. 



2권을 읽고 있자니 이 소설이 각색된 두 편의 영화가 생각난다. 1990년대, 2019년에 개봉한 <작은 아씨들>. 개인적으로 꼽자면 2019년 영화가 더 마음에 드는데, 워낙 좋아하는 소설이다보니 사실 영화가 잘 만들어졌는지 여부보다는(두 작품 모두 다른 이유로 괜찮았으니까) 영상물로 만들어진 것 자체가 나는 참 좋았다. 2권을 읽을수록 소설 속 조와 배우 시얼샤 로넌이 겹쳐 보인다.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그들이 뛰어다니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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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 삶을 회복하는 힘,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목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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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왜 정부의 모든 개혁은 공공 영역 파괴로 귀결되는가?"  



정말 오랜만에 읽는 목수정 작가의 책이다.  


스크린쿼터, 도서정가제, 부동산 개발주의, 생태사회, 저출산, 교육, 경제 및 문화자본에 의한 사회 계급, 미투, 젠더, 노년의 은퇴와 청년 실업, 과거사 청산, 사회 분열, 팬데믹을 통해 들여다본 의료 과학의 현주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자본에 의한 전지구적 전체주의 등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짚으며 마크롱 정부를 통렬히 비판함과 동시에 한국 사회를 같은 선상에 놓으며 우리가 지향해야할 바를 제시한다. 기억에 남는 부분과 함께 들었던 몇 가지 생각들을 써본다. 









 
파리 동쪽에 있는 인구 10만의 도시 몽트뢰이에는 유럽에서 제일 큰 공공영화관 멜리에스가 있다. 프랑스의 공공영화관은 지자체가 주민들의 문화향유권을 위해 영화관을 사들여 민간단체에 다소의 지원금을 주고 위탁운영한다. 이 영화관에서는 매달 80여 편의 영화들이 상영되는데 국적으로 따지자면 약 30여개국의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프랑스의 모든 멀티플렉스에서 한 영화는 동시에 두 개 이상의 관에서 상영될 수 없기 때문에 스크린 독과점이 없는 덕이기도 하고 ,멜리에스가 다양성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영화관의 규모나 관람료, 연령을 불문한 직원들의 다정함을 떠나서 상업영화부터 예술실험영화, 독립영화 등을 선택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멜리에스의 매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건물 내의 문화프로그램과 시민 활동가들의 프로그램, 도서운동 단체가 운영하는 도서관 등 다양한 시민운동이 활성화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시선을 끌었던 부분은 대형 상업영화관들의 강한 도전에 멜리에스를 지켜낸 것은 바로 시민들이었는 점이다.  


이어진 라 칼리포니의 탄생 과정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젠트리피케이션이 곧바로 떠올랐다. 저자는 라 칼리포니가 자본주의의 대안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소개했는데, 우리나라였다면 불과 몇 년 안에 라 칼리포니를 탄생시킨 이들은 대부분 자본가들에게 쫓겨났을 것이라고 본다. 


ㅡ 


저자는, 동네 서점은 온라인 서점과는 다른 가치를 지향하고 있음을 들면서 여전히 굳건하게 활성화되어 있는 프랑스 동네 서점에 대해 얘기한다. 파리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편의와 정서를 고려해 도서관과 공적인 기관을 분담하고 있음을 덧붙여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경기도의 경우, 주민들이 지역 도서관보다 먼저 동네 서점을 통해 원하는 책을 대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완전히 정착되기까지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동네 서점의 기능에 대해서는 각 나라, 도시마다의 문화와 정서, 현실적인 주거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이다. 우리 동네의 경우 주거 형태가 대부분 공동주택이고, 한 거주지에서 수십 년을 사는 사람이 드물다. 심지어 2년만 살겠다고 작정하는 이들도 있다. 이렇다보니 주민 간의 교류도 제한될 수 밖에 없다(나만해도 사는 동안 위 아래 앞 뒤 집이 여러 차례 바뀌어 지금은 얼굴도 잘 모르는 지경이다). 지역 독서모임 역시 이사 등의 문제로 회원이 자주 바뀌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 책에서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는데, 이 부분 역시 한 지역에서 오래 거주 할 수 없는 개발의 폐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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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에대하여 - 우리집에는 냉장고가 한 대다. 김장(이라고는 하지만 열다섯 포기를 넘기지 않는다)까지 담그면서 그 흔한 김치냉장고가 없다. 빌트인으로 주방 베란다에 설치된 김치냉장고와 냉동고는 입주할 때부터 전원을 아예 차단했다. 냉동고 역시 냉장고의 한 칸만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냉장(동)고의 원리를 살펴보면 냉장고는 비울수록, 냉동고는 채울수록 전기료가 적게 들고 고장도 방지할 수 있다. 결국 냉동고는 그 안을 꽉꽉 채워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작 한 대 뿐인 냉장고에서도 한 달이 지나면 버려야할 음식이나 식재료가 생긴다. 얼마 전 집에 냉장고만 세 대인 지인의 집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식구가 넷 뿐이고 식구 모두가 삼시세끼를 모두 집에서 해결하는 것도 아닌데 이 냉장고에 들어간 음식과 식재료는 언제 다 먹냐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버리는 게 반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결국 '내' 돈으로 전기료 내고, 식제료(음식)를 사서 먹지도 않고 음식물쓰레기 비용을 지불해서 버리면, 우리의 세금으로 또다시 이 쓰레기들을 처분해야 한다. 거기다 같이 따라온 플라스틱 자재까지. 건강은 또 어떠한가. 과식하고 소화제 먹고, 다이어트 한다고 굶거나 지방분해 보조식품을 챙겨 먹는다. 노동의 대가가 쓰레기를 양산하고 그 쓰레기를 처분하는 데 쓰인다는 사실, 환경 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인지한다면, 좀 달라질 수 있을까... .  


ㅡ 


얼마 전 초등학교 만5세 입학을 두고 심각한 논란이 벌어졌고, 전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교육부장관은 결국 사퇴했다. 그런데 이 논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만 5세' 일까? 일단 유치원이 아닌 초등학교라는 것, 교사와 시설, 교육 선진국의 꼼꼼한 사례와 우리나라 교육 실정의 비교, 무엇보다 교육 체계의 변화없이 입학 순간 입시 지옥의 문에 들어선다는 점에서 '만 5세 입학'은 즉흥적이고 분별없는 제안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유치 단계의 교육을 공립으로 흡수하는 것과 지식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을 머리와 몸이 함께 체험하는 것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차고 넘치지만 입시 제도가 바뀌어야함은 물론이고, '학습과 교육'이 지향해야할 바에 대한 시민교육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과감히 '탈 공교육'을 실행하는 이들도 있지만, 모든 부모가 실행 가능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공교육이 더 올바른 길로 가야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거쳐가는 곳이고, 인권 환경 경제 정치 예술 교양 등 인간 사회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살아야 한다는 문구는 그냥 흘러들을 말이 아니다. 교사이자 작가인 다니엘 페나크는 <소설처럼>에서 입시가 아니었다면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썼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저자는 중산층 자녀들의 문화예술 체험이 학업 성적에 연계하고 있는 프랑스 사회에에 대해서 언급한다. 이는 단순히 성향에서 오는 차이가 아닌 부모의 경제 및 문화자본에 근거한다는 것. 가능하면 이 격차를 줄이도록 노력할 수 있는 현장이 공교육 뿐임을 감안다면 교육이 가져야할 묵직한 소명 의식을 각성해야할 것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교육 예산을 축소하고, 교사를 충원하지 않는 등의 문제들로 총파업을 알리는 교사회에서 학부모들의 동참을 부탁하는데,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학부모들이었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수업 분위기를 흐린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이 피해자 학생과 학부모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우리네 모습과는 아주 다르다. 그리고 정부에서 비유럽권 학생들에게만 대학등록금을 약 열여섯 배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자 대학들은 정부를 향해 반교육적이자 반민주적인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외국 학생들의 인상된 등록금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불복종 선언을 했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어땠을까? 두 손들어 환영까지는 차마 못하더라도 마지못한 척 수긍하지 않았을까. 대학이 공립이기에 가능한 반응인지도 모르겠지만. 


눈에 훅 들어온 부분은, 프랑스가 전범 재판 와중에 좌우합장 임시정부가 제헌의회가 수립되기도 전에 먼저 취한 조치가 사회보장제도 수립이었다는 대목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장 우선했던 것이 기본적인 인간의 조건을 보장받는 나라를 세우겠다는 것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 해방된 조국을 친일파 인사들이 장악한 우리나라에서 인간의 기본 조건은 고사하고 과거사 청산조차 온전하지 못했으니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회 문제에 관련한 책들을 읽다보면 하나의 문제를 하나로만 해결할 수 없음을 늘 깨닫는다. 직업과 교육에 관련한 시민의식과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입시제도는 변하지 않을테고,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하위 교육 체계 또한 변화에 있어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근래에 신자유주의의 도입으로 변화된 프랑스의 교육 제도는 그야말로 아연실색할 만하다. 이제와서 제발로 잘못된 길로 들어선 프랑스 교육 정책이 제 갈길을 찾아가기를 바란다(남의 나라 걱정할 때가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새삼스레 느낀 부분은 우리와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는 시민의식이다. 물론 프랑스 사회의 문제점이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묻는 이도 있겠지만, 책에서 언급되는 문제점들이 과히 낯설지 않다. 오히려 아주 익숙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한창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프랑스 사회(더불어 국제 사회)의 문제점들을 통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들을 객관화시켜 볼 수 있다. 사실 언급한 문제들이 개별적으로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시민의식이 필요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유기적인 제도 개선과 협력을 요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면을 쓰고 승자독식을 지향하는, 그래서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분배를 허용하지 않는 자본의 프로파간다는 절대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도가 개선되고 거대 권력이 움직이는 때는 개인이 모여 목소리를 높일 때 뿐이었다. 


목수정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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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삶의 음악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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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작가의 <프랑스 유언>을 읽었더랬다. 삶에 있어 기억의 대한 이야기었다면, 이번에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인가 보다. 삶과 기억, 삶과 음악. 벌써부터 피아노 앞에 앉은 노인이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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